Nov 08

 

인간은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 – 라캉

 

나는 내가 남들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으며, 욕심 버리고 담백하게 사는 삶을 꿈꾸면서도

책상에 너저분하게 쌓여만 가는, 내가 “불필요한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욕심이라는 놈을 쉽게 벗지는 못할 것 같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욕심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모를까.

요즘 내가 아주 욕심내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런데 그것은 내것이 아닐 뿐더러, 내것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내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이라고 할까?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내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욕망하게 되는 것 아닐까?

어차피 남자는 본능적으로 소유욕 보다는 정복욕이 훨씬 크니까 그것을 가지고 난 다음에는 열망도 금새 사그라들겠지?

하는..

그래서 지금 내 욕심이 부질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이성적으로” 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가슴속의 욕망을 어쩔수가 없나 보다…

Oct 31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가을이라는 계절은 시를 생각나게 하지만,

유독 가을에 어울리는 시인이 바로 기형도가 아닐까 싶다.

언제나 마지막 구절에서 멈칫거리게 만드는 그의 시, “질투는 나의 힘”을 다시 읽어보며 가을밤, 10월의 마지막을 보내본다.

Oct 22

대학을 졸업하며 사회에 진출할 때만 해도, 내가 다시 공부를 하고 싶어하게 될 줄은 몰랐다.

벌써 입사한 지도 4년.

서른을 넘겨 나는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사로 잡혀 버렸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염증을 느껴버린 탓도 있을 것이고,

10년 후의 내 모습이 너무 불투명하다는 생각에 새삼 불안에 빠진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현실에 안주해 발전 없는 나날을 보내는 내 자신에 대한 혐오 탓이 가장 클 것이다.

아직까지도 나는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겨우 겨우 갖춰야 할 것들만 갖춰서 대학원 원서만 썼을 뿐이다.

어떻게 써야 할 지도 모르는 에세이를 겨우 끄적거리며 잠시 고민에 빠져 보지만, 이내 일상으로 돌아와 버렸다.

지난 8월, 토요일에 있었던 입학설명회에 참석했던 때만 해도 배움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 두고서 대학원 진학 준비를 할 것 같았지만,

어느새 나는 내년에 있을, 과장 진급 후의 내 모습과 대학원 졸업 후 다시 사회에 진출했을 때의 내 모습을 비교해 보며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따름이다.

결과가 나오고 고민해보자.

11월에 서류 전형 발표, 합격한다면 면접을 최선을 다해서 보고,

12월에 최종 합격자 발표.

1월에 등록할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때 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겠지 싶지만 어디까지나 내 고민의 시기를 늦추려는, 비겁한 행동이란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아직 나는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 보다.

아니,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이 점점 더 어려지고 약해지는 것 같다.

좀 더 어렸을 때, 안철수 교수처럼, 손석희씨처럼 배움에 때와 시기를 두지 말고 늦깍이 공부를 달가워 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던 나이지만 겨우 서른이 넘었을 뿐인 지금 나는 배움을 주저하게 된다.

현실이란 놈은 내게 너무 큰 괴물같다.

Sep 27

“살인의 해석”이라는 제목만 본다면, 몇 가지의 단서만으로 살인사건을 풀어 나가는 범죄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게 뻔한 추측으로 예단하기에는 너무나 놀라운 소재와 배경을 담고 있다.

1900년대 초에 실제로 있었던 프로이트와 융의 미국 방문을 소재로 삼아, 그들이 직접 뉴욕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간접적으로 연류되고(물론 피해자측과의 접촉으로) 그들의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굉장히 흥미로운 소설이다.

주인공인 스트래섬 영거 박사와 사건의 핵심인물들은 모두 가상의 인물들이지만 프로이트와 융을 비롯해서 당시 활동하던 에이브러햄 브릴, 산도르 페렌치, 스미스 엘라이 펠리페, 어니스트 존스, 찰스 루미스 다나 등 수많은 실존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고

20세기 초,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성장을 이끌어가던 미국 뉴욕의 맨하튼을 배경으로

정신분석학 이론과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라는 문학적 요소, 스승과 제자이지만 한 편으로는 반목하는 프로이트와 융의 묘한 관계 등 많은 양념들을 적절히 배합하여 만들어진 이 멋진 추리소설은

실제로 셰익스피어와 정신분석학, 법률학 등을 깊이있게 공부한 작가 제드 러벤펠드의 배경이 없었다면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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