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31

개인적으로는 정말 다사다난했던 2009년도 이제 채 몇시간이 남지 않았다.

누군가의 책 제목마냥 왜 나이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흐르는건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특히 마지막 몇 달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지나가 버린 것 같다.

해가 바뀐다는 것, 또 한 살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어제가 오늘이 되는 것이나 올해가 내년이 되는 것이나 똑같은 시간 변화일 뿐이라고 이성적으로 자위하는 나의 이중성을 보면

나란 놈도 참 특이하기는 한 것 같다.

올해의 해넘김도 또 연말 결산과 함께 사무실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해넘김이 그다지 실감나지 않는 것은.

어렸을 때는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던 2010년이라는 시간,

자동차들이 날아다니고, 마음대로 우주여행을 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미래가 고작 몇 시간 앞..

이제 나의 지난 날에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자.

아직 나는, 지난 날을 돌아보며 한숨 쉬고, 새로운 날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할 만큼 나이들지 않았다.

아직은 아는 것 보다 배워야 할 것이 훨씬 더 많은 나이니까.

Dec 21

세밑이고,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내 옆자리를 채워줄 누군가의 대한 그리움이 커져 간다.

잘난 것도 하나 없으면서 괜히 눈만 높아서는 이 사람은 이게 부족해서 안되고,

저 사람은 저게 부족해서 안된다며 내맘대로 사람을 재단하고 분류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노라니 한심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20대 초반에 가졌던 순수함을 점점 잃어버리고 내가 결코 되고 싶지 않았던 “속물”이 되어가는 것 같아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사람을 만나는 일이 결코 가벼운 일도, 쉽고 간단한 일도 아닐 테지만

지금의 나는, 확실히 너무 무겁고, 복잡한 잣대와 기준으로 사람을 골라내려고 하는 것 같다.

어느 인디언 아버지들은 혼기가 가까워진 딸들을 데리고 옥수수밭으로 간다.

그리고는 옥수수밭에 들어가서 가장 잘 여물고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한 개만 따오라고 말한다.

그러면 더 좋은, 더 잘 여문, 더 크고 탐실한 것을 고르기 위해 딸은 헤매고 다닌다.

처음에 괜찮은 옥수수를 보았다가도 좀 돌아보다가 더 좋은게 눈에 띄어 다시 그걸 고르고,

그 후에 다시 더 좋은게 보여 일단 고르지 않고 더 앞으로 나아갔다가 점점 옥수수밭을 헤매게 된다.

옥수수밭에서 자기의 마음에 또는 딱 하나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결국 옥수수밭에서 “더 나은 것”을 찾아 시간만 보내다가 아예 빈손으로 돌아오거나 시간에 쫓겨 마지못해 쭉정이 같은 것을 들고 나오게 된다.

그때 인디언 아버지는 딸에게 일러 준다.

남편감도 옥수수 고르기와 같아서 지나친 기대와 욕심을 가지면 오히려 고르기가 어렵다고,

적당히 괜찮다 싶으면 그냥 선택해서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지금 이 사람 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있을 텐데..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이 나타날 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욕심 부리다가 결국 옥수수 고르기에 실패하지는 않을까 싶어 마음 쓰이는 연말이다.

Dec 13

올해 들어서 발음하기도 어려운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라는 기술을 처음 알게 되고나서 굉장히 큰 충격에 휩싸인 적이 있다.

카메라폰이 그저 셀카나 찍고 영상통화나 하는 정도가 아니라 실생활에 이렇게 접목되어 응용될 수도 있구나 싶어서 그런 기술을 생각해낸 “천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고,

앞으로 이 기술이 실제로 쓰였을 때 달라질 생활 모습을 그려보며 어렸을 때 상상하던 미래 모습이 성큼 다가오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오늘, “식스센스(Sixth Sense)“라는 기술을 접하고,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역시 기술적 진보는 천재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나 보다.

이런 발상을 해냈다는 사실, 그리고 이걸 오픈소스로 공개해 전 인류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겠다는 생각도 너무 위대해 보인다.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구나.

[TED.com 직접 링크]

동영상 하단의 View subtitles를 눌러보면 한국어 자막이 지원된다.

Dec 13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툭 불거져 나와 사회 전체적인 이슈가 되었지만,

그 이전에도 88만원 세대는 있었다.

일을 하지만, 누구보다 땀 흘려 일하지만 가난함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Working poor라는 용어를 가져다 붙이지 않아도, 우리는 그들, 우리네 가난한 이웃들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었다.

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현장르포 동행(KBS)”이라는, 매주 목요일 밤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사회에 건전한 기부문화를 뿌리내리고자 한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는 방송으로,

매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내보내고,

방송 말미에는 과거에 방송됐던 출연자들이 시청자들의 관심과 후원을 받고 어떻게 달라진 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방송을 볼 때마다 나는 의문을 가진다.

과연 저들은, 방송 후 얼마나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분명 그들은 생각지도 않은 금전적, 정신적 후원을 받게 되고,

그 후원을 통해 오랫동안 그들을 핍박해왔던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도 있으며,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도 함께 살 수 있는 작지만 따뜻한 보금자리도 얻을 수 있으며,

아파도 치료받을 수 없었던 난치성 질환을 치료받게 되어 건강함도 찾을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 후원이라는 것이 대개는 일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보니,

과연 저들의 삶이 절망의 터널을 벗어나는 것이 언제쯤일까 싶어, 씁쓸함을 느끼곤 한다.

한겨레에 연재 중인 “노동 OTL”은 일할수록 점점 가난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자가 몸소 그들과 함께 체험하며 작성하는 기획 기사다.

labor_otl

정당한 노동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