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03
첫번째 꼭지. 타임오프제와 최저임금 4,320원
90년대에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드디어 이 땅에도 절차적인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기반이 생겼다.
그 이전에, 수십년간 많은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뤄낼 수 없었을 민주주의.
앞으로는 점점 나아져서 경제적인 면이 아니라 정치적인 면에서 선진국에 다가가리라 믿게 해주었던 민주주의.
그런데 요즘에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민주주의 시계가 어느 순간부터 거꾸로 돌아가는 듯 해서 한숨이 절로 나오곤 한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고 외치던 시대와 88만원 세대가 눈물짓는 지금은 과연 얼마나 달라진 것일까.
7월 1일,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타임오프제가 시행되는 첫 날.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제도,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입장만을 생각하는 일방적인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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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05
소설가 공지영.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작가이긴 하지만, 그가 90년대부터 한국 문학계의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하나였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특히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았던 “봉순이 언니”, 영화화되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최근작 중 하나인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등을 통해 그는 널리 알려진 작가다.
하지만 내가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그의 대표작으로 꼽기에는 대중적인 인지도와 문학적인 완성도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초창기 단편집을 통해서.
내가 이 책을 고르게 된 건, 제목 “인간에 대한 예의”가 주는 강한 끌림 때문이었다.
살아가면서 나는 점점.. 무엇인가를 향한 “예의”라는 것이 결코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적인 절차나 방식을 의미하기 보다는 그 내면에 자리한 태도나 의도에 중심을 맞추고 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와 함께, 예의를 갖춘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예의를 지킨다는 것.
철이 들고,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한창 더 배워야 하고 성장해야 할 나에게 있어 그것은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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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09
도착 [倒錯] [명사]
1. 뒤바뀌어 거꾸로 됨
2. 본능이나 감정 또는 덕성의 이상(異常)으로 사회나 도덕에 어그러진 행동을 나타냄
도작 [盜作] [명사]
남의 작품 일부나 전부를 본떠서 자기가 지은 듯이 대강 고쳐서 자기 글로 만듦. 또는 그렇게 만든 작품
ロンド [(이탈리아어)rondo] [명사]
『음악』 론도. 회선곡(回旋曲)
출처: 네이버 사전
특이한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책 표지를 가진,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 도착의 론도(倒錯のロンド).
(제목에 사용된 도착(倒錯)과 이 소설의 주된 소재인 도작(盜作)은 일본어 발음이 같다고 한다)
아쉽게도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은 오리하라 이치의 대표작이자 서술트릭의 걸작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지난 번에 서술트릭으로 유명하다던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을 읽고 다소 실망했던 탓에 이번에도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꽤나 재미도 있었을 뿐더러 작가가 교묘하게 짜넣은 트릭이 상당히 정교해서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충격적인 반전이라기 보다는 조금 어안이 벙벙해지는 느낌이랄까.
나처럼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머리 나쁜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 페이지까지 짚어가며 트릭을 설명해주는 세심함까지 보여주는 대단한 작가다.
트릭의 토대가 된 구성과 도작이라는 소재, 그리고 주인공 “야마모토 야스오”와 “시라토리 쇼”를 중심으로 하는 인물들간의 갈등 관계 등 많은 점에서 좋은 평가를 줄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언젠가 국내에 번역된 그의 나머지 “도착 시리즈”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Jul 11
아무 사전지식 없이, 인터넷에서 일일 특가판매를 하고 있기에 나도 모르게 사버린 책.
이것도 분명 병은 병이다.
아직 읽지도 못한 책들이 집안 여기저기에 무수히 쌓여있는데, 왜 책 지름은 멈추질 않는 것인가.
사실은 박완서, 이해인, 장영희, 정호승 등 이 책의 쟁쟁한 작가군을 보고 사게 됐다는 게 첫째 이유고,
그런 인생 선배들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들이 담겨있다는 게 둘째 이유일 게다.
늘 좋은 일만 벌어질 수도, 항상 행복할 수도, 언제나 평탄할 수도 없는 게 우리네 삶이고 인생이지만 그래도 때로는 지쳐서 누군가의 위로의 손길을 절실히 그리게 된다.
그럴때 옆에서 늘 힘이 되어주는 인생의 조언자가 있다면 좋겠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인생의 호사를 누리지 못하기에 늘 따뜻한 위로와 조언에 굶주려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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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0
제목이 확 눈길을 잡아끄는, 장 퇼레 장편소설 “자살가게”
내가 네이X온 대화명에 요즘 읽고 있는 책 제목을 넣어 두고 있는데,
(방어벽 따위 없는 작은 회사에 다니다보니 네이X온을 메인으로 사용 中)
이 책 제목을 달아놓으니 사람들이 내게 많이 힘드냐고,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한마디씩 던진다.
요즘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힘든게 사실이지만, 적어도 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은 1g도 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나는 그 동안 살아온게 억울해서라도 지금 죽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자살하려는 사람을 돕기 위해 여러가지 자살용품을 판매하는 자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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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5
무라카미 하루키 -
무엇을 위해 지원하는지는 알지못하였지만 관심조차도 없었다. 가훈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은 내가 이렇게 자신 있다고 자위하는것과 같은것이 아닐까. 아휴, 대체 영업을 위해서는 뭘 해야하는 것인지… 나는 인사담당관의 머리에 사정해 버릴것 같다.
파울로 코엘료 -
마리아에게 소개받은 이 직장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니, 무엇보다도 마리아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컷다. 나는 어제 성 안토니오 성화 앞에서 반드시 이 직장에서 성공해 보리라 맹세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이곳에서 밑바닥부터 열심히 해 볼 작정으로 그렇게 애를 태우며 어제 하루를 보냈다. 면접관에게 한마디 넌지시 건네보고 싶다. “날 뽑아주시오.”
댄 브라운 -
이 역사적인 순간, 비밀의 장막 뒤에서서 면접관들의 표정을 응시한다.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이 회사의 문양속에 숨겨진 비밀은 수 없이 많은 예언자들과 또 다른 대중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이다. 나는 다윗왕의 후손으로 이 회사에 일 할 충분할 자격을 갖춘 인물이오. 나의 자기소개서는 크립텍스에 봉해져 있소, 면접관으로서의 자격이 있다면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나의 자소서는 식초에 녹아내릴 것이오. ‘오~ 드라코 같은 면접관이여.’
김훈 –
처음 이력서를 냈을때를 기억한다. 온갖 쓰래기같은 이력서 잡동사니 속에 섞여진 내 이력서의 꼴을 수 없이 보아왔다. 그리곤 말 없이 뒤돌아 서서 말끔히 차려입은 양복이 머쓱해 질 정도로 쉴새없이 무어라 혼자 지껄이며 집으로 돌아온다.
또 다시 그런 기억이 가물가물해 질 때 쯤이면, 또 다시 이력서를 작성하고 그리고 몸 속에 깊이 박혀있기라도 하는 버릇처럼 자소서를 써 내려간다. 그리고 내 자소서를 읽을 자소서에 가려진 면접관의 벗겨진 이마를 응시할 것이다. 만일 내가 뽑힌다면 그 때의 느낌은 어떠할까. 몸에서 진기가 쭉쭉 빠져나가는 느낌일까. 내가 암놈으로 태어났다면 그나마 덜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 되었든 나를 뽑아라. 그게 너에겐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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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7
사형 집행이 코앞에 다가온 사형수 사카키바라 료.
그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내기 위해 고용된 전직 교도관 난고와 상해치사 전과를 가진 채 가석방된 청년 준이치.
사건 당시의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린 사형수는, 두려움 속에서 “계단”을 올랐던 기억을 되살려내고..
그 짧은 기억을 단서로 두 사람은 사형수의 무죄를 증명하고 사건의 진범을 찾아내기 위해 짐짓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시작한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장편 소설, “13계단”은 두 사람의 진범 찾기를 속도감있게 그려내는 한편, “사형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종교적, 윤리적 의의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던지며 독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대단한 작품이다.
(제목인 13계단은, 료가 기억해 낸 계단의 기억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의 형이 집행될 때까지 거쳐야하는 결재자들의 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사형이라는 제도로 단죄해도 되는가.
과연 인간에게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
많은 생각할꺼리를 던져주면서도, 추리소설 고유의 긴장감과 속도감, 마지막 순간에 독자의 뒷통수를 때리는 반전 등 재미라는 토끼를 열심히 뒤쫓은 수작 중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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