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의 암소.
고대 시칠리아에서 만들어졌다는 죄인을 처형하기 위한 사형 도구.
이 사형 도구를 만든 사람이 첫 희생자가 되었다고 하니 왠지 프랑스의 ‘기요틴(단두대)’을 떠올리게 한다.
…
악동 진중권이 쓴 글을 묶어낸 ‘시칠리아의 암소’는 그가 스스로 말하는 자신의 글쓰기 방식(도덕 군자들의 비도덕을 비웃으며 한줌의 부도덕으로 새로운 에토스를 창조하는 글쓰기. 문체의 무거움 속에 은폐된 존재의 경박함을 드러내며, 새털처럼 가벼운 문체 속에 정신의 무거움을 은폐하는 글쓰기. 인정이라는 가면 뒤로 숨은 잔인성을 드러내고 공공연한 공격 속에 인간의 조건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감추는 글쓰기. -p.270)에 의해 쓰여진 그의 초기 작품이다.
그가 “불편한 글”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그 글쓰기 목적에 대해 설명하는 글도 있고,
스스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며 고백(?)하는 글도 있다.
출간된 지 10년 가까이 된 책을 굳이 지금 꺼내 읽는 내 취향도 고약하지만,
그 글들이 지금도 그대로 현실을 가감없이 조명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고약하게 느껴진다.
강산도 변하게 한다던 10년이라는 세월은 이 땅을 조금이나마 “진보”하게 만들기에는 너무 짧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