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드넓은 우주 가운데 이 작은 행성 지구는 일종의 유배지와도 같다. 반경 몇 십 광년인지 몇 백 광년인지, 아무튼 근처에 서로 외로움을 달래줄 다른 지적 생명체 하나 찾을 수 없는 이 외로운 별은 인간을 더욱 외롭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어쩐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광경이긴 해도 내 존재가 모래알처럼 작아지는 쓸쓸함이 느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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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로워서 언어를 만들었고, 외로워서 도시를 건설하여 사회를 이루었으며, 도로와 뱃길, 우편과 전화와 인터넷을 만들었다. 인터넷 동호회에 몇 개씩 가입하고, 링크에 링크를 거미줄처럼 엮어놓은 블로그에 글을 쓰며, 틈만 나면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외로워서 그런 것이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반을 수천 장 모으고, 편지를 쓰고, 주말이면 명동이다 강남이다 달려가는 것도 다 외로워서 하는 행동이다. 외로워서 동네방네 러브호텔을 짓고, 노래방을 만들고, 교회를 다니면서 한편으로는 외계 생명체를 찾겠다고 우주선을 쏘아 올린다. 인간의 역사는 외로움의 에너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외로움이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라는 것을 믿는다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테크가 필요하다. 나는 외로울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외롭다고 한탄하며 까맣게 타들어갈 때 나는 진정 무엇을 바라는가를 잘 알고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외로움은 ‘관계에 대해 혼자서 깊이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은 창조적이고 건설적이며 발전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는 외로움의 에너지를 형편없이 탕진해 버리느라 바쁘다. 시도 때도 없이 휴대전화를 문자 메시지를 날리고 아무나 만나서 아무 이야기나 지껄이며 술을 마시고, 인터넷 게시판에 쓸데없는 글이나 줄줄이 올리고, 온라인 게임으로 치열한 전투 몇 판 치르고 나면 외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그런 사람의 사회는 온갖 킬링타임 장치들이 난무하는 낭비의 세상이고, 이런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을 휘두르는 것이 돈이다. 결국 우리는 외로움이 무서워서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결코 외로운 시간 속에 빠져들도록 자신을 혼자 내버려두지도 않거나와 외로운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고 두려워하며 기피한다. 외로움을 기피하고 외면하는 사람은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꿈도 없다.
외로움은 세계에 대한 갈망이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간절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김형태님의 《생각도감》에 있는 글이지만, 사실 이 글은 《너, 외롭구나》에도 같이 실려있는 글이다.
외로움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님에도, 외로움을 점점 두려워하고 기피하려 하는 내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이라 옮겨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