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0

발자국..

내가 참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다.

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 찰나에 문을 활짝 열어 보면,

밤새워 내린 눈이 소복히 쌓여 대지를 하얗게 뒤덮고 있고

나보다 먼저 이 신세계를 맞이한 누군가가 남긴 발자국이 길을 따라 한 줄로 나 있다.

발자국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내 머릿속에 자리잡는 풍경이다.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무렵, 그러니까 97~98년께였을 것이다.

그 때 무슨 생각에서인지 갑자기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아.. 지금 대충 생각나는 그 이유란 게

아마 “미우라 아야꼬”의 글을 보고 나서 자극받아서였을 것이다.

그 때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도 쉽게 자극받고, 감동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아무튼 일기를 쓰기로는 결심했는데,

어디에 쓰느냐가 문제였다.

당시에는 보안-_- 문제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컴퓨터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에 열심히 구독하던 PC 잡지 (PC X랑)에서 추천해 준 프로그램을 쓰게 되었는데,

그게 “발자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일기장이었다.

요즘 흔히 나오는 프로그램들처럼 PIMS와 결합된 형태가 아닌,

일기장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깔끔하고 쓸만한 일기프로그램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제작자가 아마 “강성균님”이었을 것이고,

이 분 홈페이지가 http://my.shinbiro.com/~Amecs 였을 게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창원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쯤은 직장인이 되어있겠지.. 격세지감이란;;

갑자기 “발자국” 일기장이 생각난 건,

오늘 우연히 심파일 자료실에 올라있는 “발자국”이라는 동명의 일기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가운 마음에 제작자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예전에 그 프로그램과는 다른 것이더라.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또 있었던 모양이다.

게시판을 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의글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제작자도 이런 사실을 몰랐었는지 지금은 “발자욱”이라고 이름을 살짝 바꿔서 공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는 보안-_-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나이가 되었고,

그래서 일기도 흔해빠진 스프링 노트에 적고 있지만
(사실은 이런 노트가 일기장같지 않아 보안성이 더 높다;;)

그래도 가끔은 누가 보지나 않을까 싶어 열심히 비밀번호를 관리하며 일기를 쓰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이런게 나이를 먹는 건가 보다.

하나씩 둘씩 추억할 것들이 늘어가는 것.

이제는 청소년 시절의 아련한 기억마저 추억하게 해주는 단어가 되어버린 “발자국”

오늘따라 비도 내리고 날씨가 우중충해서 그런지 더 감상적이 되었나..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를 들으며 상념에 잠겨 본다.

Mar 11

이전 호보다는 재미가 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밌다-_-

“말말말” 페이지에서 “씨X새X, 깜짝이벤트로 좀 오던가”보고 웃음이 터져 나오더라..

Mar 11

한승조 교수와 함께 얼마 전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지만원 소장-_-

그리고 너무 진보적인 면이 없지 않으나 그래도 우리 시대의 얼마 되지 않는 지식인이자 영향력있는 논객인 진중권 교수..

어제 이 두사람이 케이블 방송에서 맞붙는다는 방송 소식을 보고 내심 무지 기대를 했었다.

평소에 진중권 교수의 행보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편이었는데다가

한승조 교수의 “일본의 식민지배가 축복이었다”는 발언 이후 전개된 일련의 사건들이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오늘 노컷뉴스를 통해 공개된 대담 내용의 일부와 예고편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관련기사 - 지만원 “한승조, 그 분 이번에 아주 훌륭한 일 했다” (노컷뉴스)

보고 나니 한편으로는 우습고, 또 한편으로는 심난하다.

김구선생님이 한국의 빈라덴이라는 둥,

엄연하게 존재했던 과거의 치욕인 ‘일제의 식민지배’를 지금에와서 왜 들먹거리며 친일 문제를 거론하냐는 둥..

마치 코미디쇼를 보여주듯 억지 논리와 망언을 퍼부어대는 지만원 소장을 보니 허탈한 웃음이 나고,

비록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우리 사회의 수구 세력이 가진 의식 수준이 겨우 이 정도라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비록 왼쪽으로 치우친 성향이지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진중권 교수를 지지하고는 있지만

그걸 배제하더라도 지만원 소장의 발언은 충분히 비판받을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기득권을 행사하며 큰소리치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많이 달라졌고, 지금도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 한국 사회의 갈 길은 멀기만 한 것 같다.

방송은 기독교 채널인 CBS에서 오늘 밤 11시 30분에 있을 예정이다.

대담 전문 - 지만원 “한국인 자립할 능력 없다” vs 진중권 “그럼 망명해라” (네이버)

지만원 소장 시스템클럽

Mar 12

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왠지 낯선 풍경이 나를 덮쳐오고 있다.

순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일어난다.

그러나 주위에는 이정표도, 마땅히 물어볼 만한 사람도 없다.

지금까지 걸어 왔던 길에 미련이 남아 뒤를 한 번 돌아본다.

나의 불완전한 시각이 내가 이미 낯선 환경 속으로 꽤나 깊숙이 들어섰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결국 나는 이미 들어선 길을 포기하지도 못하고,

그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 아님을 느끼면서도 발걸음을 천천히 옮긴다.

원치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난 어디로 가야할 지, 누구에게 물어야 할 지도 모르기에..

개강하고 벌써 2주가 지났다.

늘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나지만, 지난 2주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이미 내게 많은 부담을 주기 시작한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마치 눈이 녹듯이 한껏 풀려버린 마음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약관의 나이를 훌쩍 넘어버렸음에도 아직 끝내지 못한 방황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2주 동안,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가고 있는 길, 나의 선택에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마치 낯선 길에 들어섰을 때처럼 어리둥절한 상태로 마지못해 길을 따라 걷고 있을 뿐이다.

내가 과연 옳은 방향으로, 한눈 팔지 않고 똑바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처음부터 잘못 들어선 길로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만이 해답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가슴은 더욱 답답해진다.

다음 주부터는 더욱 바빠질 것이다.

지금의 나는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에도 빠듯하니까..

몸이 정신없이 바쁘면 생각은 어디론가 달아나게 마련이니,

그 흐름에 나를 맡기다보면 나의 이런 고민들은 또 어느 틈엔가 사그러들 것이다.

여전히 가슴 속에 커다란 물음표를 남겨둔 채로..

Mar 12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 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 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반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나운서 손석희씨의 지각 인생이라는 글이다.

꽤 오래 전부터 떠도는 글이고, 나 역시 이 글을 처음 본 후로 벌써 수개월이 지난 것 같다.

읽으면서 느껴지는 바가 컸던 글이었는데,

독도 문제와 관련한 발언으로 요즘 자주 들리는 그의 이름 때문에 갑자기 이 글 생각이 떠올라 옮겨보았다.

/뱀발/ 아쉽게도 정보의 바다에는 “펌, 퍼옴”이라는 정체불명의 출처가 있을 뿐, 이 글이 처음 게시된 곳의 정확한 출처는 찾을 수 없어 따로 표시하지 않았다.

Mar 13

군대 있을 땐 하루라도 안들으면 허전하던,

그래서 매일 정말 열심히 듣던 라디오였는데 요즘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거의 듣지 못한다.

사실 개강하고 정상적인 일상이 시작되면서 매일 밤 10시나 11시가 되기 바쁘게 잠자리로 향하는 요즘은 들을 여유가 없기도 하다.

그래도 나를 편안히 꿈의 세계로 인도해주던,

“행복한 밤, 편안한 꿈. 아침에 일어나면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라던 소라누님의 클로징 멘트가 여전히 그립기만 하다.

갑자기 라디오 얘길 꺼낸 건 EBS 라디오 문학관 때문이다.

소리를 통해서만 전해지기에, 청자들로 하여금 TV같은 시청각매체로는 부여할 수 없는 상상의 영역을 제시해주는 라디오 드라마..

그렇기에 청각을 훨씬 뛰어넘는 오감의 만족을 주는게 바로 라디오 드라마가 아니던가.

요즘은 많이 사라졌지만,

내 어린 시절 나의 형과 누나가 라디오 들을 때 옆에서 주워듣던 라디오 드라마는 정말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문인가, 요즘은 등하교길에 음악보다는 오디오북을 즐겨 듣는다.

아무튼 EBS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라디오 문학관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KBS에도 이와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은 것 같지만..)

처음 들었던 건 지난 달 말께였는데, 우연히 듣게 된 것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이미 영화는 너댓번을 봤을 쁜더러 원작 소설도 오래 전에 봤던 터라 내용은 새로울 게 없건만

내가 그렇게 영화와 소설을 여러 번 봤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이고,

작품 자체가 시사하는 바도 큰 이야깃거리라 귀기울여 듣지 아니할 수 없었다.

“엄석대”를 중심으로 한 거대 조직과 이에 맞서다가 끝내는 힘앞에 무릎꿇고,

굴종이라는 달콤한 열매에 취하게 되는 “한병태”…

마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인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빅브라더”가 이끄는 “영사(영국 사회주의)”에 대항하다가

결국은 개인의 무력함을 깨달으며 무너져내리는 “윈스턴”의 모습을 닮은 그들..

원작 소설을 보며 엄석대의 카리스마에 다소 실망하긴 하였으나 그래도 난 이 이야기가 너무 좋다.

그래서 방송을 듣고, 오랜만에 책장 한구석에 꽂힌 채 어느새 주인의 관심에서 멀어져있던 책을 다시 꺼내 들었나보다.

라디오 문학관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방송된다. EBS 라디오 문학관 페이지

다른 방송국들과는 달리 무료로 지난 방송도 들을 수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한 번 찾아도 좋을 것 같다.

Mar 13

아무도 모른다 (誰も知らない: Nobody Knows, 2004)

일본 : 드라마 : 140 분 : 개봉 2005.04.01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야기라 유야, 키타우라 아유, 키무라 히에이, 시미즈 모모코, 칸 하나에

해외 등급: PG-13

어느날 엄마가 갑자기 떠나버린 후 남겨진 네 남매가 주변의 무관심 속에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 주인공 야기라 유야는 10대의 나이에 칸느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칸느영화제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


이 영화 꼭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

그러나 개봉일이 4월인지라 어둠의 유혹-_-을 떨칠 수 없었다;;

보고 나니 후회된다, 너무 좋은 영화였기에…

“조제, 호랑이와 물고기들” 이후 최고의 영화다. ★★★★★ ★★★★☆

이 영화는 도쿄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한,

부모없이 살아가는 네 남매의 이야기다.

부모가 세상을 달리해버린 천애고아들은 아니다.

떠나버렸지만 어머니도 있고, 아버지’들(배다른 남매이기에)’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이들을 외면한다.

당연히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일인데도,

오히려 그 책임의 대상에게 모든 것을 전가해버린다.

무책임한 그들이고 그래서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전적으로 욕할 수만도 없다.

그들도 부모일진데 까닭없이 아이들을 버리기야 하겠는가.

힘겨운 삶이, 세상이, 그리고 사회가 그들을 짓누르기 때문이겠지..

아직 부모의 보살핌과 사랑이 필요한 어린 아이이면서도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주인공 “아키라”의 모습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어린 아이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꿈을 꾼다는 값싼 사치마저도 누리지 못하고,

삶을 체념하고 운명에 저항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아키라와 그 동생들의 모습은

그들을 지켜보는 기성 세대들이 부끄러움에 스스로 고개를 떨구게 할 만한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현대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은 곧 우리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벌써 잊혀지고 있지만, 얼마 전 불거져나왔던 “결식아동 문제”와 “부실 도시락” 파문을 보더라도 그렇다.

우리 사회 곳곳에도 아키라 남매에 못지 않은,

아니 이보다 훨씬 더 곤궁하고 힘든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 아이들도 꿈꾸는 법을 잊었을까?

그 속에 과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밝게 살아가는,

“천국의 아이들”의 ‘알리’와 ‘자라’같은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그들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자위하는 내 자신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너무 부끄럽기만 하다.

“나는 바보입니다. 12살, 13살난 어린 시다들이 먼지먹고 폐병들어 일전 한 푼 못받고 공장에서 쫓겨나갈 때… 나는 가만 있었습니다…”

-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中에서…

Mar 15

며칠 전 신문에서 SK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이통업체들이 자체적으로

060 스팸 전화를 차단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사를 봤다. (관련기사)

사실 기술적으로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을 텐데도,

이렇게 늦장 대응 서비스를 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

2천만이 넘는 이통 고객을 봉으로 보는건지..

물론 이통업체측에서는 이것도 좋은 수입원이니만큼 포기할 수 없었겠지만, (관련기사)

그래도 최소한의 상도덕은 있어야하지 않나..

아무리 이윤 추구라는 경제적 목적이 중요하다 해도 사회도덕적인 책무마저 져버려야 하나..

하물며 대기업 아니던가.

그런 수수료 안받아 챙겨도 엄청난 흑자 기록하는 걸 뻔히 아는데..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얼마 전에 이통 직원이 자사의 고객 명단을 060 광고 업체에 팔아넘긴 사건이 터지니까

수습차원에서 마지못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튼 방금 걸려온 060 전화가 신경쓰여서,

인터넷으로 서비스 신청을 했다.
(SK텔레콤 사용자라면, e-station 사이트 -> 부가서비스)

우리집 불여우가 문제가 있는지,

원래 안되는건지 모르지만 불여우가 접근을 거부당했다-_-;;

어라.. 서비스 이름이 “060 스팸~”이다.

요즘은 060말고 030도 있던데, 이건 서비스외 항목인가?

아예 02번호 달고 걸려오는 “대출상담 어쩌구”하는 전화는 아예 방법이 없나.

갈수록 스팸도 지능화되고 그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메일 서비스에서나 쓰던 것이,

휴대전화 SMS와 전화를 거쳐..

블로그 트랙백을 이용한 스팸도 출현했다.

한쪽에서는 열심히 수백만통의 스팸을 보내고,

또 한쪽에서는 그걸 걸러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또다른 한쪽에서는 열심히 스팸을 지우느라 바쁘고..

왜들 이런 쓸데없는 일에 정력을 낭비하게 되었는지 참 안타깝다.

Mar 15

이미 결말이 난 영화라 거의 기대는 안했지만..

DP ‘프라임 차한잔’에서 펌질..

Mar 16

젊은날의 초상

이문열 저 : 민음사

젊은날의 고뇌와 인간적 희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가 이문열의 대표작. 젊은 주인공 나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어야 했던 이념적 혼란과 충동, 나아가 정서적 혼란과 지적모험을 관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우리 기쁜 젊은날’, ‘그 해 겨울’, ‘하구’ 등 3편의 글을 묶었다.

- 거의 30여분간 쓴 글을 마우스 클릭질 한 번에 다 날려버렸다.

좀처럼 다시 글을 쓰고픈 생각이 들지 않아 간단한 리뷰와 함께 그냥 책에서 주워섬긴 몇 구절을 옮겨 놓는다. -

“젊은날의 초상”은 이문열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또 그 유명세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익히 잘 알려진 작품이다.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헤세의 “데미안” 못지 않은,

우리 문학계의 가장 대표적인 성장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젊음이라고 하면 흔히 화려함과 아름다움, 활력 등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늘 고독과 절망과 고뇌가 함께 한다.

지금의 나도 그렇다.

까닭모를 고민에 괜히 휩싸여 혼자 끙끙 앓고 지낸게 벌써 몇년인지..

책을 보며 주인공의 고뇌와 절망에 너무나 쉽게 동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내가 여타의 다른 성장소설들을 그렇게 공감하며 보아왔던 것은

아마도 내가 정신적으로 한참 미성숙된 사람인 까닭이리라.

꼭 나처럼 지금 현재 고뇌에 찬, 절망에 빠져있는 젊음이 아니라해도 좋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까.. ★★★★★ ★★★★☆

ex libris
< 보다 확실하게 알기 위해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릴 것. 더욱 큰 가치를 붙들기 위해 이미 접근해 있는 모든 가치로부터 떠날 것. 미래의 더 큰 사랑을 위해 현재 자질구레한 애착에서 용감히 벗어날 것.>
출발에 즈음하여 새로 마련한 두툼한 수첩의 맨 앞장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

- p.192

“걱정 마라. 절망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이다.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은 진실하게 절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도”

- p.220

그러나 갈매기는 날아야 하고 삶은 유지돼야 한다. 갈매기가 날기를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갈매기가 아니고, 존재가 그 지속을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존재가 아니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

- pp.24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