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내가 참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다.
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 찰나에 문을 활짝 열어 보면,
밤새워 내린 눈이 소복히 쌓여 대지를 하얗게 뒤덮고 있고
나보다 먼저 이 신세계를 맞이한 누군가가 남긴 발자국이 길을 따라 한 줄로 나 있다.
발자국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내 머릿속에 자리잡는 풍경이다.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무렵, 그러니까 97~98년께였을 것이다.
그 때 무슨 생각에서인지 갑자기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아.. 지금 대충 생각나는 그 이유란 게
아마 “미우라 아야꼬”의 글을 보고 나서 자극받아서였을 것이다.
그 때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도 쉽게 자극받고, 감동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아무튼 일기를 쓰기로는 결심했는데,
어디에 쓰느냐가 문제였다.
당시에는 보안-_- 문제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컴퓨터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에 열심히 구독하던 PC 잡지 (PC X랑)에서 추천해 준 프로그램을 쓰게 되었는데,
그게 “발자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일기장이었다.
요즘 흔히 나오는 프로그램들처럼 PIMS와 결합된 형태가 아닌,
일기장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깔끔하고 쓸만한 일기프로그램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제작자가 아마 “강성균님”이었을 것이고,
이 분 홈페이지가 http://my.shinbiro.com/~Amecs 였을 게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창원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쯤은 직장인이 되어있겠지.. 격세지감이란;;
갑자기 “발자국” 일기장이 생각난 건,
오늘 우연히 심파일 자료실에 올라있는 “발자국”이라는 동명의 일기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가운 마음에 제작자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예전에 그 프로그램과는 다른 것이더라.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또 있었던 모양이다.
게시판을 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의글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제작자도 이런 사실을 몰랐었는지 지금은 “발자욱”이라고 이름을 살짝 바꿔서 공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는 보안-_-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나이가 되었고,
그래서 일기도 흔해빠진 스프링 노트에 적고 있지만
(사실은 이런 노트가 일기장같지 않아 보안성이 더 높다;;)
그래도 가끔은 누가 보지나 않을까 싶어 열심히 비밀번호를 관리하며 일기를 쓰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이런게 나이를 먹는 건가 보다.
하나씩 둘씩 추억할 것들이 늘어가는 것.
이제는 청소년 시절의 아련한 기억마저 추억하게 해주는 단어가 되어버린 “발자국”
오늘따라 비도 내리고 날씨가 우중충해서 그런지 더 감상적이 되었나..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를 들으며 상념에 잠겨 본다.




젊은날의 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