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19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집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많이 알려진 것과는 달리 내게는 그의 글이 그렇게 위트넘치는 재미있는 글이 아니었나보다.

연말에 다가와 연차를 쓰며 책읽기를 마무리 할 수는 있었지만, 그간 이 책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으면서 한 장 한 장 책장 넘기기가 아주 어려웠던 걸 보면 말이다.

물론 글 자체가 어려운 글은 아니다.

그런데 작가가 갑자기 주제에서 벗어나 장황하다 싶을 정도로 맘껏 은유를 펼치다 보면 어느 새 주제에서는 살짝 핀트가 어긋난 방향으로 나아가곤 했고, 나로서는 그런 글이 적잖이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작부터 혹평을 하게 되었으나 그의 직설적인 화법들은 반가운 부분도 있다.

괜히 감상에 빠져 현상의 밝은 면만을 칭송한다거나 짐짓 고상한 척 있는 척 하면서 잘난 체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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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3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Oct 31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가을이라는 계절은 시를 생각나게 하지만,

유독 가을에 어울리는 시인이 바로 기형도가 아닐까 싶다.

언제나 마지막 구절에서 멈칫거리게 만드는 그의 시, “질투는 나의 힘”을 다시 읽어보며 가을밤, 10월의 마지막을 보내본다.

Sep 27

“살인의 해석”이라는 제목만 본다면, 몇 가지의 단서만으로 살인사건을 풀어 나가는 범죄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게 뻔한 추측으로 예단하기에는 너무나 놀라운 소재와 배경을 담고 있다.

1900년대 초에 실제로 있었던 프로이트와 융의 미국 방문을 소재로 삼아, 그들이 직접 뉴욕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간접적으로 연류되고(물론 피해자측과의 접촉으로) 그들의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굉장히 흥미로운 소설이다.

주인공인 스트래섬 영거 박사와 사건의 핵심인물들은 모두 가상의 인물들이지만 프로이트와 융을 비롯해서 당시 활동하던 에이브러햄 브릴, 산도르 페렌치, 스미스 엘라이 펠리페, 어니스트 존스, 찰스 루미스 다나 등 수많은 실존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고

20세기 초,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성장을 이끌어가던 미국 뉴욕의 맨하튼을 배경으로

정신분석학 이론과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라는 문학적 요소, 스승과 제자이지만 한 편으로는 반목하는 프로이트와 융의 묘한 관계 등 많은 양념들을 적절히 배합하여 만들어진 이 멋진 추리소설은

실제로 셰익스피어와 정신분석학, 법률학 등을 깊이있게 공부한 작가 제드 러벤펠드의 배경이 없었다면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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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18

“야마구치 마사야”라는 일본 작가와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이라는 제목.

동양적 세계관이 이입된 흔치 않은 좀비물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일본 미스테리계에서 아주 호평받은 본격 추리소설이다.

20세기 미국 뉴잉글랜드에 소재한 툼스빌이라는 마을과 그곳에서 장의사업을 크게 이뤄낸 스마일리 발리콘가(家)가 소설적인 배경이다.

그리고 작가는 거기에 소설적인 허구를 하나 더한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전세계 곳곳에서 시체들이 되살아나 자신의 죽음을 잊은 듯이 행동하는 묘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물론, 이들은 사고능력을 잃고 살아있는 사람의 육체를 물어뜯기 위해 달려드는 좀비와는 다르다.

죽기 전과 똑같이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알며, 때로는 살아있을 때 보다 더 나은 운동능력(걷지 못하던 사람이 뛸 수 있게 된다든지)을 가지게 되어 마치 생명이 끊이지 않고 죽음이라는 소멸의 시기가 유예된 존재가 된다.

그리고 이 “살아 있는 시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작가는 발리콘가를 둘러싼 살인사건을 흥미롭게 전개한다.

애초에 기대했던 소재는 아니었으나 굉장히 독특한 소재와 전개를 보여주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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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17

트위터를 통해 우연히 접하게 된 글인데, 번역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자본주의의 속성에 대한 훌륭한 우화인 것 같아서 옮겨본다.

수조의 우화(The Parable of the Water-Tank)

by 에드워드 벨라미(Edward Bellamy)

아주 건조하고 메마른 나라가 있었다. 그래서 그곳에 사는 민중들은 물이 부족해 몹시 힘들어했다. 그래서 민중들은 아무 일도 하지 못 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오로지 물만 찾으러 다녔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물을 찾지 못해 죽어갔다.

그럼에도 그 나라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교활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살았으며,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곳에 물을 모아 저장해놓고 있었다. 이 사람들의 이름은 자본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민중들이 자본가들에게 가서, 물이 너무 필요하니 마실 수 있도록 모아둔 물을 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꺼져, 이 멍청한 인간들아! 왜 너희들한테 우리가 모아놓은 물을 줘야 되나. 그러면 우리도 너희들처럼 될 거고, 너희들과 같이 죽어갈 텐데 말이야. 하지만 우리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우리의 노예가 되면 물을 주겠다.”

그러자 민중들이 말했다.“물만 주신다면 저와 제 아이들은 당신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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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03

매일 전쟁같은 복잡한 일상을 보내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현대인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해 보이는 문제가 주어지더라도 이를 단순화하면 의외로 해결책은 쉽게 나오는 법이다.

문제의 구조를 해체하고 이를 단순화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 서적, 심플 플랜.

은 아니고, 이 책은 스콧 스미스가 지은 장편 미스테리 소설이다.

책 제목만 보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길래, 잠깐 헛소리를 좀 해봤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길을 가다가 우연찮게 돈다발 내지는 금덩어리가 뚝 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공상을 해보게 된다.

형태는 다르겠지만,

로또 복권을 구입하며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나 (물론 나도 포함=_=)

일제치하 당시 침몰되었다는 전설의 보물선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나

내 통장에 출처를 알 수 없는 “검은 돈”이 입금되었으면 하고 잠깐 공상에 빠지는 사람들이나 모두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이란 것은 이처럼 불로소득을 꿈꾸게 할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욕심을 한껏 키워 놓았기 때문이다.

90년대 초에 발표된 이 소설은 바로 이런 소재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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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2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잘 알려진 작가, 밀란 쿤데라의 처녀작이다.

내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포스팅한 게, 2006년 10월의 일이니 벌써 5년 전이다.

그 당시에 나는 그 책을 처음 접했을 때와는 달리 공감되 되고 재미도 있어 몰입해서 읽었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5년의 시간이 지난 뒤, 나는 이 책, 농담을 읽으며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트렌디한 젊은 작가, 특히 여류작가들의 연애소설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서투름, 말랑말랑함, 설렘 등의 가벼운 감정들이라면,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란 그보다는 훨씬 더 어른스럽고 진중한, 그래서 닳고 닳은 느낌의 무거운 감정들인 것 같다.

작품의 배경은, 전후 공산화가 진행되었던 체코슬로바키아이다.

주인공 루드빅 얀은, 동기 여학생에게 치기어린 연심을 표현하기 위해 농담 섞인 엽서를 보냈다가, 이 일이 이상하게 꼬여버려 결국 정치재판을 받고 당(공산당)에서도, 학교에서도 쫓겨나 버린다.

그리고 이후, 그의 삶은 그가 생각하던 것과는 너무나 엇나가 버리게 되고 오랜 시간이 흘러 시대가 변한 뒤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된 이후에도 정치재판에서의 일은 증오의 기억으로 남게 된다.

그러던 그에게 그 정치재판을 주도했던 제마넥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그는 제마넥의 아내인 헬레나를 이용하여 10여년 만의 복수를 계획하며 고향 마을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또 다른 패배감과 절망감, 그리고 놓쳐버린 옛사랑(루치에)에 대한 아쉬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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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3

1970년대 이래 프랑스 최고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

매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인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명성은 전부터 들어왔었는데, 특히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에 대해 극찬하는 사람도 여럿 보았다.

나는 그의 산문집인 “짧은 글, 긴 침묵”으로 그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대중적인 것은 아니지만 깊은 통찰력을 가진 작가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께나 묵직하고 진중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가볍게 읽은 요량으로 집어 들었던 산문집인데,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가 않아 오랜 시간동안 붙잡고 있어야 했다.

(물론 요즘 부쩍 분주해진 일 때문에 삶의 여유가 눈에 띄게 줄어든 탓도 있을 것이다)

집, 도시들, 육체, 어린이들, 이미지, 풍경, 책, 죽음이라는 7가지 주제로 나뉘어 그가 살아 오면서 눈과 가슴과 머릿속에 닮아두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딱히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으나, 한 두번 씹고 넘겨도 소화가 되어버리는 그런 캐쥬얼한 타입의 글은 분명히 아니었다.

기대했던 것 보다는 다소 아쉬었던 글읽기.

나중에 시간이 되면, “로빈슨 크루소”를 멋지게 패러디했다는 그의 대표 작품,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읽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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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18

우연찮게 접하게 된 책이다.

장미와 찔레.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일까 전혀 짐작이 되질 않는다.

방황하고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약이 되는 책이라길래, 마침 저자가 책을 전자책 형태로 무료 공개했다길래 받아서 읽어보았다.

사회생활이 이제 1년 조금 넘은, 중소기업 직원 “장미주”의 이야기다.

입사할 당시의 초심도 흐려진 지금, 그녀는 상사와의 관계, 자신의 현재 처지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불안과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사회생활 자체에 대해 염증을 느끼다가 대기업에 가면 달라질까, 대학원을 가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대학원 진학을 위한 추천장을 받기 위해 모교의 성교수를 방문하게 되면서, 그를 통해 인생을 변화시켜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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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06

“미사고의 숲”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未思考”라는 한자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나 “미사고(Mythago)”는 신화(myth)와 심상(라틴어로 imago)을 결합한 단어이다.

로버트 홀드스톡의 대표작이자 20세기 환상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소설.

사실 주인의 손을 타지 못하고 책장에 꽂혀 있는 기간이 꽤 길었던 책 중 하나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구입하고 두어번 읽기를 시도했다가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배경과 소재 때문에 몇 장 넘기다가 다시 책장에 꽂아놓았던 기억이 있었다.

괜히 햇볕에 닿아 표지 색만 탈색되어 버린 비운의 책=_=

이번에는 꼭 읽어봐야지 하고 초반의 고비를 넘겼는데, 이럴 수가!!! 읽다보니 엄청나게 재미있는게 아닌가!!!!!

개인적인 성향 탓도 클 것이다.

나는 많지는 않아도 동서양의 환상 문학을 여럿 접해보았고, 그 과정에서 환상 문학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마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처음 접했던 미즈노 료의 “로도스도 전기”가 그 처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물론 그 작품이야 환상 문학계에서는 아류의 아류 정도로 치부되는 정도이긴 하지만 톨킨이나 루이스, 르귄 등 저명한 작가의 작품들을 접해 보지 못했던 당시에 내게 있어서는 굉장히 새롭고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그 이후로 나는 비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을 창조해 내고, 그 새로운 세계관을 토대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가들의 열렬한 팬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게 있어서도 환상 문학은 그게 누구의 작품이든 그 범주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흥미를 일으킨다.

이 소설도 그런 이유로 처음 책장에 꽂히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 이 작품은 내가 기대하던, 환상 문학의 범주와 그 가치를 뛰어넘는 대단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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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0

화차(火車) : 생전에 악행을 한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옮기는 불수레

“모방범”과 함께 미미여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 화차.

그 이름에 걸맞는 작품이기를 기대가 어느 정도 되었지만, 그 기대를 충분히 부응하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긴장을 풀고 싶지 않아서, 어디서든 틈만 나면 책을 꺼내들고 책장을 넘기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어 일주일간 정말 즐거웠다.

총상을 입고 잠시 휴직 중인 경관 혼마,

아들 사토루를 돌보며 일선으로의 복귀를 기다리던 그에게 아내의 조카인 가즈야가 불쑥 찾아온다.

한동안 연락도 않던 그가 내놓는 제안은, 혼마로서는 얼굴도 한 번 보지 못한 그의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찾아달라는 것,

과거의 개인파산 이력이 드러나고 갑자기 자취를 감춘 그녀였기에 경찰에 직접 의뢰하지 못하고, 휴직 중인 경찰이라는 신분을 가진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왠지 모를 직업적 호기심 때문인지, 비록 아내의 장례식에도 찾아오지 않아 괘씸한 마음은 가지고 있었지만, 생전의 아내가 아끼던 조카의 부탁이기 때문인지 그는 마지못해 그의 청을 수락하고 그녀의 주변을 조금씩 탐문하며 진실에 다가간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벽에 부딪치게 된다.

작품의 초반부, 소설의 구성으로 보자면 발단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단계일텐데 이 부분에서 사건의 방향이 크게 바뀌면서 화제의 중심이 “세키네 쇼코”에서 “신조 교코”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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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03

다시 이어지는 미미여사 책 읽기.

최면술을 통한 연속 살인이라는 소재로, 사건의 서술자인 주인공 “구사카 마모루”를 통해 일련의 사건들을 풀어나간다.

구사카 마모루라는 소년(고등학생)은 “모방범“의 “쓰카다 신이치”를 굉장히 많이 닮아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친척집에 맡겨졌다는 두 소년의 성장배경 뿐만 아니라, 소심한 듯 하면서 또래 답지 않게 과단성을 보이는 용기있는 성격이나 자라온 환경 탓에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는 짙은 그림자과 주변에 대한 폐쇄성.

또한 소설적인 전개가 모두 두 소년의 내적 갈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이건 주인공이니까 당연하겠지만) 굉장히 유사하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인 마모루에 대해 더 강한 애착을 갖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방범”이 그러했듯이, 이 소설에도 뒷통수를 치는 강한 반전이나 콩닥콩닥 마음 졸이게 만드는 서스펜스, 이도저도 아니면 굉장히 매력적인 악당이라든지 천재적인 두뇌와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진 먼치킨 주인공 같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따분하지 않고, 시종일관 긴장을 풀지 않게 만드는 것은 그녀의 대단한 능력일 것이다.

좋은 맥주를 평가할 때, “목넘김이 좋은” 맥주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나는 미미여사의 소설에 “글넘김이 좋은” 작품들이라는 칭찬을 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소설 속에서 마모루의 동급생인 “요이치”와의 대화에서 “불안한 여신들”이라는 미술작품 얘기가 나오는데,

워낙 그쪽 분야에 대해 얕디 얕은 지식을 갖고 있던 탓에 처음 들어보는 작품명과 작가 이름 때문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뒤늦게 찾아보니, 영문 원제가 “The Disquieting Muses”로 초현실주의풍의 독특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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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7

일본 추리소설계의 여왕으로 일컬어지는 미야베 미유키, 일명 미미여사는 현대물 뿐만 아니라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 미스테리 작품도 많이 남겼다.

시대 미스테리의 대표작으로는 “외딴 집”이 있는데, 이건 아직 안읽어봤으므로 여기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고..

이번에 접하게 된 단편집 “괴이” 역시 그녀의 이런 시대 미스테리 중 하나이다.

아무래도 일본 만화나 영화를 통해 이미 시대물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다보니 배경이나 인물 등에 이질감은 별로 없었다.

단지, 내가 기대했던 미스테리 보다는 괴담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는 했다.

이런 류의 괴담집에도 사족을 못쓰는 나로써는 이것도 나름 반가운 일이기는 했지만 괴담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기괴함, 다시 말해서 요괴라든가 귀신이라든가 하는 요소들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었다.

“우부메의 여름”을 염두에 두고 비교했던 탓일까?

아무리 그래도, 그녀의 디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고 예단하면 안되겠지?

Mar 14

절판되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이 책을 알게 되었고,

도서관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책이라 구해 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3~4년 쯤 전에 이 책이 재발간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실 대중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책이다 보니 재발간되는 것은 기대하지도 않았기에 재발간 소식이 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출판사 입장에서 잠재적인 수요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터, 아직 순수 문학에 갈증을 느끼는 많은 독자층이 있으리라는 생각에 절로 흐뭇해진다.

사실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1960년대 미국의 시대정신을 고스란히 담아 낸 작품이기에 영미 문학사에서는 굉장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당시 시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글일 것이다.

물론 내가 당시 미국 사회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의식을 가진 독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가급적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역시나 인물과 배경에까지 곳곳에 녹아있는 수많은 은유와 풍자들을 제대로 캐치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애초에 작가의 의도 자체가 그런 모호한 이해-이것은 이 소설이 포스트 모더니증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에 있다는 점에서 독자의 역량 부족은 덮어두어도 될 듯 하다.

워터멜론, 아이디아뜨(iDEATH), 잊혀진 작품들, 인보일(inBOIL), 마가렛, 폴린, 호랑이들, 송어, 동상 등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과 인물들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서평을 적어보려다가, 책 뒷부분 “작품 해설”을 읽고 난 후 내 감상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아 버려서 그만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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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08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년 전, 헝가리에서 출생한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유럽의 전설적인 주식투자자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그는 주식투자를 통해 많은 부를 축적했으며, 그의 투자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리고 이 책,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는 그가 남긴 최후이자 최고의 명저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그의 이름이 생소한 사람이라고 해도, 주식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금리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엮어놓은 달걀 형태의 그림에 대해서는 한번 쯤 들어보았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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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01

명문 트리니티 고등학교에는 아주 강력하지만, 그래서 겉으로 드러날 수 없는 “야경대”라는 학생 조직이 존재한다.

흔히 얘기하는 불량써클이지만, 우리의 그것과는 약간 다른 성격이다.
(물론 이건 시차와 지역차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이들은 무작위로 선택되어지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부여하고, 그들이 그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서, 학생 전체를 복종시키고 학교와 선생들에게 반항하며 쾌감을 즐기는 집단이다.

그 집단의 중심에는 힘이 아닌 머리로 조직을 지배하는 “아치 코스텔로”라는 “과제 부여자”가 있다.

그리고 이 학교에는 전통적으로 학교장이 진행하는 초콜릿 판매 행사가 매년 있다.

전체 학생들에게 판매할당량을 주고, 판매 수익을 학교 재정에 사용하는 것인데, 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대행을 맡은 레온 선생은 예년과는 달리 판매량과 가격을 높여 학생들에게 무리한 판매를 요구한다.

신입생 “제리 르노”는 야경대로부터 10일간 초콜릿 판매를 거부하라는 과제를 부여받게 되고, 레온 선생의 차가운 시선을 외면하며 묵묵히 과제를 수행해낸다.

그러나, 열흘 뒤..

그는 자신의 의지에 의해 초콜릿 판매를 거부하게 되고, 이로 인해 레온 선생(학교)과 야경대에게 “초콜릿 전쟁”을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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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5

고백부터 하자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쓴 글들인 것 같아서 부끄러움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그냥 구절구절 공감가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 내 속마음과 생각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작가의 생각과 경험 중 많은 부분이 공유되고 있었다.

잘은 몰라도 30대 중후반 정도의 나이를 가졌을 작가는, 책날개에 적힌 짧은 이력과 책속에서 말하는 내용으로 미루어 보건데, 나와는 살아온 이력이 많은 부분 차이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할 정도로 나와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9월 쯤엔가, 교보문고에 나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몇 장 넘겨보고 나서 바로 이 가을에 꼭 읽어야지 했던 책이니 그럴만도 하다 싶다.

그래서 이 책은,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권하지 않을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충분히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 책을 통해 내 발가벗겨진 모습을 보는게 조금은 부끄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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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5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관계 맺어야 하고, 그 관계 속에서 안도하고 위안을 얻어야 살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나의 부족한 면을 이해해주며, 내 사소한 장점이라도 칭찬해줄 때 우리는 외로움을 잊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처해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나만 힘들고 어려운게 아니라는 사실에서 힘을 얻는다.

우리가 가장 힘들고 외로울 때는, 지금 겪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이 나만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아닐까?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서른이라는 나이와 현실이 주는 무게감에 지친 청년들에게 “당신만 그런게 아니다”라는 공감과 위안을 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대한 것만큼 위로가 되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전문가의 입을 빌려 설명을 듣다보니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서른살이라는 타이틀과는 달리,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게 되는 20대 중후반의 젊은이들에게 더 좋은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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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16

건투를 빈다.

딴지일보라는 인터넷 매체를 만들어 이끌고 있는 딴지총수 김어준.

젊은 세대들에게 인생선배로서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던 그가 나, 가족, 친구, 직장, 그리고 연인 등에 대한 고민들에 대해 진지하지만 사뭇 가벼운 태도로 대답해주는 칼럼집이다.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이라는 부제답게, 이런 저런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갈등에 빠져있는 젊은이들에게 괜히 뭔가 있는 척 “가오잡지 않고” 시원하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의 스타일 대로 마치 술자리에서 아는 형에게 쓴소리 듣는 느낌의 문체로 쓰여진 글이라 읽기도, 내용을 받아들이기에도 아주 편했다.

예전에 블로그에 “내 나이 서른,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라는 글을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상당히 공감하는 내용이었기에 이번에 책을 고를 때도 주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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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09

첫 번째, 대학 신입생 시절 에피소드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얼개를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팀플 과제를 위해 조금은 서먹서먹한 친구들 몇과 수업이 끝난 후 어울리게 되었던 초여름 쯤.

과제 얘기로 시작했지만, 우리는 곧 다가온 방학 계획 이야기, 기타 신변 잡기적인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어느 틈엔가 종교 얘기를 꺼냈다.

6~7명 정도 뭉쳐있던 아이들 중 상당수가 개신교도였고, 또 그들 대부분이 모태신앙이어서(나는 모태신앙이라는 말을 이때 처음 들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종교를 갖는다는 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방학 중에 있다는 전국 규모의 종교행사 얘기를 하게 되어 그리 된 것 같다.

아무튼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주변의 절친한 친구 중에는 독실한 신앙을 가진 친구가 없었기에 종교에 대한 담론에 상당히 목말라 있던 내게는 그들과의 대화가 상당히 유익한 기회가 되었고,

나는 그들에게 내가 전부터 궁금해왔지만, 결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것을 묻게 되었다.

“살인, 강도, 강간 등 온갖 악행을 일삼아 모든 사람들에게 죽일 놈 소리를 들었던 극악한 범죄자가 있다. 결국 그는 법의 집행을 받게 되었으나 사형 판결을 받던 때에도 전혀 늬우치는 기색이 없었고 피해자에 대해 사과할 줄도 모르던 악인이었다. 그러나 그가 형 집행을 얼마 앞두고 종교를 접하게 되었고, 그들이 말하는 회개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면 그는 하나님의 나라, 천국에 가게 되는가?
반대로 항상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살피며, 뭐든 제 것을 나눠주려는 아량을 베풀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살아있는 성인이라고까지 칭송받을 만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죽는 그 순간까지 종교를 갖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회개를 하지 못한다면 그는 지옥에 가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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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8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었던 때였을 것이다.

일본 미스터리 걸작선(?)이라는 단편소설집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까지 “에밀과 탐정들” 같은 아동소설만 읽어왔던 나에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본격 추리물은 상당히 큰 충격을 주었고,

머리나쁜 내가 아직까지 내용이 몇 장면 기억에 담아두고 있는 걸 보면 어린 마음에도 께나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인터넷에서 특가 판매하는 이 추리단편집을 보고서는 거의 주저함 없이 카드를 꺼내들었고,

여름부터 시작한 나의 개인적인 독서캠페인인 “미스터리 위주로 가자”의 막을 내리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18인의 특별 추리 단편선이라는 부재를 달고 있고,

적색의 수수께끼, 청색의 수수께끼, 백색의 수수께끼, 흑색의 수수께끼, 이렇게 총 4권으로 구성되어있다.

왜 저렇게 색을 입혀놨는지는 사실 다 읽고 난 지금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이건 일본쪽에서 출판될 때부터 붙어있던 제목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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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21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이고, 추리소설계에서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추리소설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소설의 배경이나 대략적인 이야기 흐름 정도는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살아 온 그들은 나이도 제각각,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오웬”이라는 미지의 인물로부터 초대를 받아 “병정 섬”으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성대한 파티가 아니었으니,

그곳은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면서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처벌받지 않았던 그들을 처단하기 위한 처형장이었던 것이다.

“병정 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들의 인원수와 일치하는 10개의 병정 인형, 그리고 어렸을 적의 자장가로 기억하던 “꼬마 병정” 이야기.

그들은 “꼬마 병정” 이야기를 흉내낸 모습으로 차례차례 한사람씩 죽음을 맞게 되고,

그 섬에 그들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점점 서로에 대한 불신과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죽음에의 공포로 고통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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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1

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는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인간의 자유의지를 빼앗겨버린 어느 청년의 이야기다.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 영화화되어, 그 영화조차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알려졌을 만큼 대단한 고전 명작 소설이지만 아쉽게도 70년대 초에 제작된 영화라 구해보기도 쉽지가 않다.

헐리웃에서 21세기에 걸맞은 내용으로 새롭게 영화화를 시도하면 좋을텐데,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가 워낙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평이라 요즘 감독 중 과감히 그 명성에 도전할 만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알렉스라는 이름의 10대 비행 청소년의 관점으로 서술된다.

알렉스라는 캐릭터 자체가 은근히 매력적인 악당인데다가, 온갖 비속어와 10대들의 풋내나는 말투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으면서도 읽는 맛이 나는 작품이다.

악질 범죄자에 대한 새로운 교화 프로그램의 실험대상이 된 주인공이 범죄 가능성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윤리적, 법적 선택권을 박탈당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인간적 고뇌와 인간성 상실에 대해 자못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전혀 무겁거나 따분하지 않으면서 이런 주제를 풀어내는 작가의 글재주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내가 읽은 민음사판 책 표지에는 큐브릭 감독의 영화 포스터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면도칼을 든 알렉스의 모습이 얼핏 보면 굉장히 섬뜻하게 느껴지면서도

한 편으로는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의 모습 같아(물론 사진이 아닌 그림이라 그렇겠지만) 작품의 주제와 교묘하게 겹치면서 알렉스란 녀석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 소설의 재밌는 점은 결말이다.

중반까지만 해도 “1984″나 “우리들” 같은 암울한 분위기의 디스토피아 소설을 연상케 했으나, 마지막 3부에서 원래대로 자유의지를 회복하고 유치한 과거를 조금씩 벗어버리며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알렉스의 모습을 보며 살짝 입꼬리에 미소가 지어진다.

뭔가 분량이 좀 짧다는 느낌, 중반 이후에 이야기를 좀 더 긴 호흡으로 풀어내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작품 전반의 속도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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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07

일전에도 밝혔듯이 나는 호러물, 미스터리물, 괴기물 이런 장르에 환장하는 사람이다.

그 묘한 취향 탓에 좀비(zombie)가 소재인 영화들은 닥치는대로 보곤 했는데,

특히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들은 신작이 나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봐야 직성이 풀린다.

살아있는 시체, 신체 접촉 또는 공기 중 감염을 통해 끊임없이 세력을 넓혀가는 바이러스같은 존재, 좀비.

출연 작품이 많은 좀비다 보니, 영화마다 모습도 하는 행동도 천차만별이고 어떤 게 진짜 원래의 좀비다운(?) 좀비인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지만,

다행히도 그런 좀비들의 선조들 이야기가 있었으니 리처드 매드슨의 1954년 작품,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가 되겠다.

유명한 작가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을 읽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말을 남겼다 하니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미국 문학 내 입지와 유명세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원래 유명하고 또 대단한 작품이다 보니 지금까지 많이 영화화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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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7

사형 집행이 코앞에 다가온 사형수 사카키바라 료.

그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내기 위해 고용된 전직 교도관 난고와 상해치사 전과를 가진 채 가석방된 청년 준이치.

사건 당시의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린 사형수는, 두려움 속에서 “계단”을 올랐던 기억을 되살려내고..

그 짧은 기억을 단서로 두 사람은 사형수의 무죄를 증명하고 사건의 진범을 찾아내기 위해 짐짓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시작한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장편 소설, “13계단”은 두 사람의 진범 찾기를 속도감있게 그려내는 한편, “사형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종교적, 윤리적 의의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던지며 독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대단한 작품이다.

(제목인 13계단은, 료가 기억해 낸 계단의 기억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의 형이 집행될 때까지 거쳐야하는 결재자들의 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사형이라는 제도로 단죄해도 되는가.

과연 인간에게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

많은 생각할꺼리를 던져주면서도, 추리소설 고유의 긴장감과 속도감, 마지막 순간에 독자의 뒷통수를 때리는 반전 등 재미라는 토끼를 열심히 뒤쫓은 수작 중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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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5

무라카미 하루키 -

무엇을 위해 지원하는지는 알지못하였지만 관심조차도 없었다. 가훈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은 내가 이렇게 자신 있다고 자위하는것과 같은것이 아닐까. 아휴, 대체 영업을 위해서는 뭘 해야하는 것인지… 나는 인사담당관의 머리에 사정해 버릴것 같다.

 

 

파울로 코엘료 -

마리아에게 소개받은 이 직장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니, 무엇보다도 마리아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컷다. 나는 어제 성 안토니오 성화 앞에서 반드시 이 직장에서 성공해 보리라 맹세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이곳에서 밑바닥부터 열심히 해 볼 작정으로 그렇게 애를 태우며 어제 하루를 보냈다. 면접관에게 한마디 넌지시 건네보고 싶다. “날 뽑아주시오.”

 

 

 

 

댄 브라운 -

이 역사적인 순간, 비밀의 장막 뒤에서서 면접관들의 표정을 응시한다.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이 회사의 문양속에 숨겨진 비밀은 수 없이 많은 예언자들과 또 다른 대중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이다. 나는 다윗왕의 후손으로 이 회사에 일 할 충분할 자격을 갖춘 인물이오. 나의 자기소개서는 크립텍스에 봉해져 있소, 면접관으로서의 자격이 있다면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나의 자소서는 식초에 녹아내릴 것이오. ‘오~ 드라코 같은 면접관이여.’

 

 

 

김훈 –

처음 이력서를 냈을때를 기억한다. 온갖 쓰래기같은 이력서 잡동사니 속에 섞여진 내 이력서의 꼴을 수 없이 보아왔다. 그리곤 말 없이 뒤돌아 서서 말끔히 차려입은 양복이 머쓱해 질 정도로 쉴새없이 무어라 혼자 지껄이며 집으로 돌아온다.
또 다시 그런 기억이 가물가물해 질 때 쯤이면, 또 다시 이력서를 작성하고 그리고 몸 속에 깊이 박혀있기라도 하는 버릇처럼 자소서를 써 내려간다. 그리고 내 자소서를 읽을 자소서에 가려진 면접관의 벗겨진 이마를 응시할 것이다. 만일 내가 뽑힌다면 그 때의 느낌은 어떠할까. 몸에서 진기가 쭉쭉 빠져나가는 느낌일까. 내가 암놈으로 태어났다면 그나마 덜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 되었든 나를 뽑아라. 그게 너에겐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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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0

제목이 확 눈길을 잡아끄는, 장 퇼레 장편소설 “자살가게”

내가 네이X온 대화명에 요즘 읽고 있는 책 제목을 넣어 두고 있는데,
(방어벽 따위 없는 작은 회사에 다니다보니 네이X온을 메인으로 사용 中)

이 책 제목을 달아놓으니 사람들이 내게 많이 힘드냐고,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한마디씩 던진다.

요즘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힘든게 사실이지만, 적어도 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은 1g도 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나는 그 동안 살아온게 억울해서라도 지금 죽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자살하려는 사람을 돕기 위해 여러가지 자살용품을 판매하는 자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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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11

아무 사전지식 없이, 인터넷에서 일일 특가판매를 하고 있기에 나도 모르게 사버린 책.

이것도 분명 병은 병이다.

아직 읽지도 못한 책들이 집안 여기저기에 무수히 쌓여있는데, 왜 책 지름은 멈추질 않는 것인가.

사실은 박완서, 이해인, 장영희, 정호승 등 이 책의 쟁쟁한 작가군을 보고 사게 됐다는 게 첫째 이유고,

그런 인생 선배들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들이 담겨있다는 게 둘째 이유일 게다.

늘 좋은 일만 벌어질 수도, 항상 행복할 수도, 언제나 평탄할 수도 없는 게 우리네 삶이고 인생이지만 그래도 때로는 지쳐서 누군가의 위로의 손길을 절실히 그리게 된다.

그럴때 옆에서 늘 힘이 되어주는 인생의 조언자가 있다면 좋겠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인생의 호사를 누리지 못하기에 늘 따뜻한 위로와 조언에 굶주려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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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09

도착 [倒錯] [명사]
1. 뒤바뀌어 거꾸로 됨
2. 본능이나 감정 또는 덕성의 이상(異常)으로 사회나 도덕에 어그러진 행동을 나타냄

도작 [盜作] [명사]
남의 작품 일부나 전부를 본떠서 자기가 지은 듯이 대강 고쳐서 자기 글로 만듦. 또는 그렇게 만든 작품

ロンド [(이탈리아어)rondo] [명사]
『음악』 론도. 회선곡(回旋曲)

출처: 네이버 사전

특이한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책 표지를 가진,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 도착의 론도(倒錯のロンド).
(제목에 사용된 도착(倒錯)과 이 소설의 주된 소재인 도작(盜作)은 일본어 발음이 같다고 한다)

아쉽게도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은 오리하라 이치의 대표작이자 서술트릭의 걸작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지난 번에 서술트릭으로 유명하다던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을 읽고 다소 실망했던 탓에 이번에도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꽤나 재미도 있었을 뿐더러 작가가 교묘하게 짜넣은 트릭이 상당히 정교해서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충격적인 반전이라기 보다는 조금 어안이 벙벙해지는 느낌이랄까.

나처럼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머리 나쁜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 페이지까지 짚어가며 트릭을 설명해주는 세심함까지 보여주는 대단한 작가다.

트릭의 토대가 된 구성과 도작이라는 소재, 그리고 주인공 “야마모토 야스오”와 “시라토리 쇼”를 중심으로 하는 인물들간의 갈등 관계 등 많은 점에서 좋은 평가를 줄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언젠가 국내에 번역된 그의 나머지 “도착 시리즈”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Jul 05

소설가 공지영.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작가이긴 하지만, 그가 90년대부터 한국 문학계의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하나였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특히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았던 “봉순이 언니”, 영화화되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최근작 중 하나인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등을 통해 그는 널리 알려진 작가다.

하지만 내가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그의 대표작으로 꼽기에는 대중적인 인지도와 문학적인 완성도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초창기 단편집을 통해서.

내가 이 책을 고르게 된 건, 제목 “인간에 대한 예의”가 주는 강한 끌림 때문이었다.

살아가면서 나는 점점.. 무엇인가를 향한 “예의”라는 것이 결코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적인 절차나 방식을 의미하기 보다는 그 내면에 자리한 태도나 의도에 중심을 맞추고 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와 함께, 예의를 갖춘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예의를 지킨다는 것.

철이 들고,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한창 더 배워야 하고 성장해야 할 나에게 있어 그것은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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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27

아르까지 스뜨루가츠끼와 보리스 스뜨루가츠끼 형제가 지은, 독특한 제목의 러시아産 디스토피아계 SF 소설.

예전에 예브게니 쟈마찐의 우리들 이후, 오랜만에 읽은 디스토피아계 소설이자 러시아 소설이 되겠다.

원래 절판되어서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몇년 전에 다시 복간되어서 다행히 내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책 말고,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 또한 복간되어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디스토피아계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반갑다.

대부분의 디스토피아계 소설과는 달리, 이 책이 다루는 시공간은 미래사회의 창조된 공간이 아니라 작가가 현재하고 있는 레닌그라드다.

어느 순간, 자신도 그 중요성을 가늠하기 힘든 학문적인 성과를 일궈내게 된 천문학자 말랴노프가 미지의 문명(4차원, 외계인으로 대변되는)에 의해 방해를 받게 되고,

그가 학자로서의 양심과 현실적인 안락(행복)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주된 줄거리로 그리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84나 쟈마찐의 우리들 같은 배경과 내용을 상상했던 나로서는 조금은 당혹케 하는 내용이었으나, 단순히 당대의 소련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학자들, 또는 일반 대중들도 누구나 겪게 마련인(정도의 차이느 있겠지만) 이상적인 삶과 현실적인 문제 사이의 괴리와 그 간극에서 벌어지는 내면적인 갈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해 줄 만한 작품이다.

사실 소설적인 재미는 조금 부족하다 싶지만, 주인공이 그다지 매력적이기 보다는 옆집아저씨 같은 친숙함만을 전해줄 뿐이지만,

읽고 난 뒤에 뭔가 생각할 “꺼리”를 하나쯤 던져주는 내용이다 보니 적어도 독특한 제목에 혹해서 읽었다가 낚였다는 낭패감을 느끼게 할 만한 작품은 아닌 것 같다.

Jun 19

나는 취향이 좀 별난 사람이라, 괴담류의 소설이나 만화, 영화 등을 아주 좋아한다.

요괴나 괴물, 귀신 등의 존재를 거의 믿지않는 편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 픽션의 세계에 더 끌리는 지도 모르겠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우부메의 여름”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그의 시리즈 3연작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 중 첫번째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2005년에 아베 히로시 주연으로 영화화된 바 있다.

사실 이 책을 구입한 것이 내 얄팍한 기억에는 3년쯤 전이고, 그 때나 지금이나 그런 정도의 배경지식 없이 무작정 접한터라 읽고 나서야 “요괴”를 다룬 소설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주인공 세키구치와 교고쿠도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까지 운운해가며 뇌와 꿈, 의식과 무의식, 주술과 요괴 등에 대해 다소 복잡한 이야기를 나누더니,

우리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우부메”라는 일본 요괴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유명세를 탈 정도로 잘 쓰여진 미스터리물”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짐짓 실망감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기우였을 뿐.

읽어나가다 보니 모든 내용들이 퍼즐 맞추듯 짜맞춰지고, 마지막에 모든 진실이 드러나면서 “잘 썼네!”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게 만든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불교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요괴와 귀신들이 살고 있는 애니미즘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다신적인 종교관이 힌두의 나라 인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나라이다.

어쨌거나 그런 면에서, 일본의 요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별스런 취향을 가진 나에게는 더 흥미롭게 읽힐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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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04

“용의자 X의 헌신”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브루투스의 심장”은 그의 초기 시절 작품이다.

요즘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 꽂혀서 다른 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데다가, G마X이나 옥X 같은 인터넷쇼핑몰에서 4~5천원 정도에 무료배송으로 책 지름을 부추기고 있어서 이 책도 자연스럽게 내 손에 쥐어지게 되었다.

엘리트 로봇공학자로 회사에서 일류 중공업 회사에서도 가장 인정받는 연구자로 손꼽히는 위치에 오른 스에나가 다쿠야.

가난하고 불행했던 성장과정을 거치며 출세와 성공이라는 목표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 차기 사장의 사위가 될 기회가 찾아오고,

그는 당연히 그 기회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고자 하지만, 때마침 불거진 애인 야스코의 임신은 그의 앞길에 살인에의 유혹이라는 덫을 놓고 만다.

그리고 그는 야스코의 다른 애인들- _-과 모의해서 야스코를 죽이고 그 시체를 릴레이로 운반해 각자의 알리바이를 만든다는 살인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뭐.. 대충 이런 줄거리다.

당연히 그 살인계획이 틀어지게 되고, 사건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하다가 종국에는 진범, 아니, 숨겨진 범인이 나타나고 모든 의문이 풀리며 사건이 해결된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를 많이 했던 탓에 그 기대에는 많이 못미치는 작품이 되어버린 것 같다.

바로 전에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모방범”을 읽었기에 그 여운에 가린 탓도 있을 것이고,

작가의 대표작 “용의자 X의 헌신”의 느낌을 기대하며 읽은터라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져버린 탓도 있을 게다.

아무튼 대체로 재미있게 읽긴 했으나 누군가에게 추천할만큼의 재미는 주지 못한 것 같다.

역시 사탕 먹고 수박을 먹는 게 아니었어…

May 31

꽤 뚜꺼운 책 3권, “모방범”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이걸 언제 다 읽나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 틈엔가 나는 소설이 끝에 다다르고 있음을 아쉬워하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이라는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소설 “모방범”은 트릭과 반전으로 포장된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다.

독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을 다 궤뚫고서 일련의 연쇄살인과 그 사건 이후의 범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눈으로 좇아가기만 할 뿐이다.

의외의 전개도 없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매력적인 캐릭터도 나오지 않는다.

다 읽고난 지금에는 오히려 “쓰카다 신이치”라는 소년의 성장소설이라고까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재미있다.

범인과 형사, 피해자 유족과 그 주변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유족)에게 소설의 중심을 맞추고 있어 다소 신선한 느낌마저 안겨준다.

잔혹한 범죄 사건들이 종종 언론에서 회자되고, 우리는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범죄자들의 모습에 혀를 끌끌 차곤 한다.

하지만, 그 범죄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따뜻한 관심을 가져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그들은 대중들에게 피해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해야 하는 모순된 입장에 처해있기는 하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피해자들이 어느 정도 사건의 빌미를 제공했으리라는 편견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포털 뉴스의 댓글 중에서 그런 삐딱한 시선의 편린을 발견할 때면,

나도 ‘글쓴 놈이 그런 일을 당해봐야 정신차리지’ 하고, 저주의 마음을 품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인간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은 비단 범죄자들만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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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3

작년 12월에 한겨레21에 연재됐던 “노동 OTL” 기획기사를 읽고 관련 글을 포스팅했었다.

그런데 그때 그 기획기사가 반응이 좋았던 모양이다.

오늘 알게 되었는데, 4월 말에 책으로 묶여 나온 게 아닌가.

4천원 인생: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라는 제목의 책.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링크 : 인터넷서점 예스24 문화웹진 나비 기사 | 도서 정보

May 08

내가 본격적으로 추리 소설을 처음 접했던 건, 중학생 시절이었다.

물론 그 보다 훨씬 어렸을 때도, 책장에 꽂혀있던 “일본 추리문학 선집”이나 우리나라의 대표 작가인 김종성씨 등의 단편을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추리소설 한 번 읽어보자고 마음먹고 읽은 건 아마 그 무렵일 것이다.

사실 어렸을 때 읽었던 것들은 어린 내가 읽기에는 성이나 범죄 묘사 부분이 나이에 걸맞지 않다보니 내용 이해도 쉽지 않았고, 그래서 재미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무튼 중학생이던 나는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소년탐정 김전일”을 열심히 읽으며 탐정류 추리소설에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만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추리소설은 활자라는 제한된 정보를 통해 상상력을 극대화했을 때 그 재미가 큰 법인데, 글 보다는 그림이 중심이 되는 만화라는 매체는 도무지 상상력이 자리할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 폭넓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데다가 분량의 한계 때문에 트릭이라는 가장 중요한 장치가 허술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소설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 무렵에 읽었던 책 중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이 있다.

아마 내가 읽어 본 추리소설 중에 가장 특이했던 작품이 아닌가 싶고,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충격이 고스란히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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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05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천명관의 “고래”는 한 마디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다음에 등장할 인물을 궁금해하며, 다음 장에 전개될 이야기를 상상하며, 정말 오랜만에 책장 넘기기의 즐거움을 느껴본 것 같다.

국밥집 노파 – 금복 – 춘희로 이어지는 하나의 서사가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루고 있지만,

그 속에는 개성 넘치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엮어내는 크고 작은 이야깃거리들이 무수히 자리하고 있다.

전통소설을 읽는 듯 하다가도 갑자기 판타지 소설같은 황당함에 놀라게 하는,

“고래”의 낯설지만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 전통적인 소설 형식의 파괴도 신선하게 다가왔고,

중간 중간 끼어드는 변사의 “구라” 섞인 거침없는 입담 또한 나를 피식거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천명관이라는 작가가, 문학적으로 어떤 파장을 몰고 온 작가인지, 그의 문학사적 위치가 어떠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소설을 통해 그가 이야기꾼으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점은 명확히 알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참 재미있지만, 결코 영화화 되거나 드라마화 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상업적인 영상의 틀만으로 담아내기에는 “고래”는 너무 큰 상상력이 필요한 작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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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2

얼마 전, 대지진으로 인한 참사로 국내에 많이 알려지게 된 나라, 아이티.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된 아이티의 모습들은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늘상 봐오던 후진국, 제3세계 국가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아메리카 대륙에 아프리카 흑인들이 구성한 나라가 있다는 사실과 그들의 가난한 현실만이 먼저 다가올 뿐이었다.

그러나 “아이티”라는 나라를 알면 알수록 그저 “가난한 약소국”일 뿐이라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내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노예 신분과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힘겨운 투쟁의 역사,

그리고 미국의 개입과 군부 독재를 물리치고 민중의 힘으로 이룩한 풀뿌리 민주주의와 그들이 뽑은 대통령 “장 베르트랑 아리스타드”의 존재.

그들은 가난하지만 결코 비참하거나 비굴하지 않았다.

그들의 지도자, 아리스타드는 아홉 통의 편지를 통해 전 세계에 호소한다.

아이티가 원하는 것은 그저 “존엄한 가난”일 뿐이라고,

서구의 방식을 강요하며 그들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그는 구차한 요구가 아닌 당당한 울림으로 그들의 존엄함을 해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다.

왜 점점 식량 생산 기술이 진보하는데, 지구 전체의 부는 급속도로 증가하는데 세계의 반은 굶주려야 할까.

왜 의식주라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에 대한 협의조차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아직도 세계 도처에 있는 것일까.

허울좋은 미국식 시장주의 경제논리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 국제 사회의 원조가 얼마나 많은 일반 대중의 눈을 흐리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모쪼록 이번 지진으로 인해 그들의 존엄함이, 그들의 신념이 다치거나 꺾여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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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05

이 책의 부제는 “대한민국 이십대는 답하라”이다.

에드워드 권, 최정원, 심상정, 황경신, 강도하, 우석훈, 안철수,… 등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생 선배들이 20대 후배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담았다.

각기 살아온 이력이 다르고, 현재 사회에서의 위치도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한결 같다.

미래를 위해 살지 말고, 지금에 충실하라는 것.

그리하면 미래는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작년에 내가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게 된 후배 사원에게 이 책과 김형태님의 “너, 외롭구나”를 선물했었다.

나도 읽어보지 않은 책을 선물하는 게 내 취향에는 맞지 않는 일이었지만, 새로운 직장에 둥지를 틀고 또 험난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할 사회 초년생에게 꼭 필요한 조언들이 담긴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럼없이 권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대의 끝자락에서, 나 또한 갈팡질팡하며 누군가의 꾸짖음을 갈구하고 있었기에 뒤늦게 이 책의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나의 20대는 어떠했는가.

돌이켜보면 후회와 부끄러움, 그리고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나름 충실하게 보내 온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인정하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내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정답 없는 삶이었지만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노력했던 세월이었다.

나는 아직 젊으니까, 아직은 인생의 숙제를 풀어낼 시간이 충분하니까, 지금의 내 자신에 대해 실망하며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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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1

“생성문법이론”을 통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언어학자로 손꼽히는 노암 촘스키(Noam Chomsky) 교수.

하지만 그는, 입바른 소리 잘하는 지식인, 미국의 양심으로 더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이 책은 촘스키와 미국의 독립방송 ‘얼터너티브 라디오’의 진행자 데이비드 바사미언의 세 차례 대담을 두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늘 제한된 정보를 접하고, 잘 짜여진 선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 즉 대다수의 시민들은 미국식 시장경제의 논리가 가장 이상적이고 가장 민주적인 형태의 경제 시스템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제3세계를 착취하고, 세금을 통해 국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그들은 언론과 대기업, 그리고 정부의 배를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을 따름이다.

그는 정부와 언론, 대기업 등 “힘을 가진 집단”의 위선과 프로파간다에 속지 말 것을 당부하며,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권력집단에 맞서 “행동”에 나서야 함을 강조한다.

뭐든 미국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것인양 떠들어대는 우리나라의 언론과 미국을 따라하지 못해 안달이 난 듯한 우리의 대기업들, 그리고 그들을 좇아 그대로 배우지 않으면 마치 우리의 민주주의와 경제가 후퇴하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 떨며 조바심 내는 우리의 정치가들이 그동안 얼마나 교묘하게 국민들을 속이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그 자신은 좀 더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촘스키 교수이지만, 그가 제시하고 있는 유일한 대안,

즉, 시민들 스스로가 잘못된 권력구조에 저항하고, 권력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적극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람시의 말 마따나, 다수가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 조금씩 행동하는 것이 더욱 혁명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6월 2일은 지방선거일이다.

가장 소극적이지만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국민의 행동이 바로 투표를 통한 민의의 표출일 것이다.

국민 각자의 가슴속에 자리한 촛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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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02

모모“, “끝없는 이야기”로 유명한 동화작가, 미하엘 엔데의 단편소설집이다.

형식은 동화이지만, 나같은 덜 자란 어른이 읽으면 더 좋은 동화들.

타이틀은 “자유의 감옥”을 비롯해서 총 8편이 담겨 있는데, 어느 편 하나 버릴 게 없는 대단한 작품집이었다.

특히 “미스라임의 동굴”과 “자유의 감옥”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어 더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작가의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글로 실어내는 힘, 그리고 그 속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모모”를 읽을 때도 대단한 소설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동화의 냄새가 짙게 느껴져서 좀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이 단편집은 대만족.

“모모”를 읽고나서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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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1

몇해 전에, 누군가가 내게 “기자들”이라는 책을 추천해줬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책은 이미 절판되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이었고, 단지 저자 “고종석”이라는 이름만이 내게 기억될 뿐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읽어두어야지 하고, 내 머릿속의 책장 한 켠에 고이 간직해두고 몇해가 그렇게 지나갔다.

그러다가 얼마 전, 제목에 쉽게 낚이곤 하는 나는,

인터넷 서점의 광고성 메일에서 “경계긋기의 어려움”이라는 책 제목에 나도 모르게 이끌리게 되어 새 창을 띄웠고

곧 그 책의 저자가 바로 “고종석”이라는 낯익은 이름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출판사도 친근함이 느껴지는 “개마고원”이다!)

경계긋기의 어려움.

작가가 사용한 의미와는 차이가 있지만, 나 역시 요즘 여러가지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차원의, 그러나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동시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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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09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와 아웃룩으로 메일을 확인하던 중,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하고 미소를 짓게 되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온 정기메일이었는데, “신간”란에 반가운 이름이 있는게 아닌가.

그 책은 다름 아닌, “모험도감” [알라딘 링크]

camping

“진선출판사”라는 출판사 이름도 아주 반갑다.

어렸을 적, 내 소중한 친구 중 하나였던 책이 복간되어 나온 모양이었다.

특히 당시의 표지사실 그 때는 “모험도감”이 아니라 “공작도감”과 “자연도감”이라는 책을 끼고 살았던 나였지만, 아쉽게도 이 두권은 아직 출간되지 않은 듯 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다.

내 성격이 활달하고 적극적이지 않은 탓도 있었고,

나이차가 많은 형, 누나와 자라다보니 원치 않게 또래보다 조숙해져서(그래서 애늙은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었다) 당시 유행하던 아이들의 놀이거리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그래서 내게 책은 또 다른 차원의 모험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늘 새로운 흥미를 일으켜주고, 별스러운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그런 친구였다.

이 “도감 시리즈”를 출판한 진선출판사를 비롯해서 도서출판 사계절, 해문출판사 등이 내 단골 거래처(?)였고,

당시 유행하던 게임북과 공작도감, 자연도감 등의 “도감 시리즈”는 그 중에서도 내가 특히 애용하던 책들이었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 어느 덧, 결혼과 2세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어른이 되었고,

그래서 이제 저 책은, 몇 년 후에 나의 아이들이 읽게 될 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반가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내 아이가 내 어린시절처럼 저 책에 크나큰 흥미를 가질 수 있다면 어려서 내가 바랐던대로,

같이 친구처럼 놀아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되리라.. 하고 괜한 공상에 빠져본다.

Nov 04

일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가 눈에 띄는 책이라 나중에 읽어봐야지 하고 점찍어 뒀던 책.

얼마 전에 갑자기 생각나서 구해 읽었다.

얼마 전, “누들로드 – 국수의 문명사”라는 KBS의 7부작 다큐멘터리를 뒤늦게 본 터라 “먹거리”에 대해 한창 관심이 고조되고 있던 나였기에

더할 수 없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던 책이다.

나는 “먹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둔다.

남다른 식탐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절대 미각을 가진 미식가인 것도 아니지만,

나에게 있어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열량과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한 본능적 행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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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13

한국 사회는 유교적 기틀과 이로 인한 가부장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고,

아직도 집단을 개인보다 우선하는 공동체 문화가 사회 곳곳에,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 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학교에 가든, 군대에 가든, 직장을 가든,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에 속하게 되면 그 속에 속한 개인의 목소리는 집단의 크기와 반비례하며 점점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 집단에 속하지 못하거나, 집단 내의 주류 문화에 편승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은 그저 숨죽이고 조용히 침묵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침묵하면 침묵할 수록, 그들의 자리는 한없이 줄어들 뿐이다.

(여성)장애인, 성매매 종사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새터민), 재일조선인 등, 우리가 그동안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많은 아웃사이더들이 이 책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 요구하는 것, 바라는 것들이란 너무나 당연히 주어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들이기에 그 목소리는 비장하게 들리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외침대로 쉽게 그 권리들이 주어지지 않을 사회라는 것을 알기에 그 목소리는 애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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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10

오랜만에 펼쳐 든 교양서적.

학교 다닐 때, 암기 과목이라면 치를 떨었던 나였기에 “세계사” 수업은 평소보다 더 무거운 눈꺼풀과 싸워야 하는 시간이었다.

자연스레 나는 “세계사”라는 녀석과는 점점 멀어졌고, 덕분에 지금도 평균 이하의 세계사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오며 이런 저런 책들을 통해, 단편적인 지식들을 더해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나는 모르는 게 참 많다.

그래서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세계사를 다루는 책을 만나면 굉장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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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25

첫인상은 얼마나 믿을 수 있는 판단인가.

과거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한 이성적인 판단과 무의식에 의해 순간적으로 내려지는 판단 중 어떤 것이 더 정확한 것인가.

티핑 포인트라는 책을 통해 나에게 메가톤급 충격을 안겨줬던 작가, 말콤 글래드웰.

그가 그 이후 내놓은 책이 바로 블링크다.

2초 이내의 짧은 순간에 내려지는 판단력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그의 방식대로” 다양한 심리실험과 실증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티핑 포인트가 집단의 행동에 대해 설명해 주는 책이었다면,

블링크는 개인에 촛점을 맞추고 무의식적인 순간 판단의 힘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전작에 워낙 감동을 받았던 나였기에, 기대감이 한껏 올라있어서 많은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역시나 배울 것 많은 책이라 중간 이상은 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출간된 지 꽤 오래된 책이고, 그래서 책장에 꽂혀있은 지도 몇 년은 지난 책인데,

왜 이걸 지금에서야 꺼내봤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거야 내 맘~

Jul 30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왜 그리도 빨리 지나는 건지.

어렸을 때는 시간과 지금의 시간은 그 무게감이 너무 다르다.

그 때는, “시간이 없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의 나는 늘 시간 부족에 시달린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는 이처럼 늘 “부족한 시간”이라는 굴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동화다.

늘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살지만, 그런 바쁜 삶 때문에 정작 더 중요한 가치들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이야기.

하지만 안타까운 건,

이미 이 세상은 회색신사들에게 완전히 점령당해 버려서 누구도 모모의 말에 귀기울여 줄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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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07

시인 잉에보르크 바흐만이 최초로 엮어낸 산문집, “삼십세”

서른이라는 나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군가의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가 되는 때인가 보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면서도, 아직은 서른에 모자란 나이의 나로서는 작가의 감성에 공감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내게는 차라리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반복해서 듣는게 더 나았으리라고 생각되었던 책.

시인의 언어는 역시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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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04

시칠리아의 암소.

고대 시칠리아에서 만들어졌다는 죄인을 처형하기 위한 사형 도구.

이 사형 도구를 만든 사람이 첫 희생자가 되었다고 하니 왠지 프랑스의 ‘기요틴(단두대)’을 떠올리게 한다.

악동 진중권이 쓴 글을 묶어낸 ‘시칠리아의 암소’는 그가 스스로 말하는 자신의 글쓰기 방식(도덕 군자들의 비도덕을 비웃으며 한줌의 부도덕으로 새로운 에토스를 창조하는 글쓰기. 문체의 무거움 속에 은폐된 존재의 경박함을 드러내며, 새털처럼 가벼운 문체 속에 정신의 무거움을 은폐하는 글쓰기. 인정이라는 가면 뒤로 숨은 잔인성을 드러내고 공공연한 공격 속에 인간의 조건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감추는 글쓰기. -p.270)에 의해 쓰여진 그의 초기 작품이다.

그가 “불편한 글”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그 글쓰기 목적에 대해 설명하는 글도 있고,

스스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며 고백(?)하는 글도 있다.

출간된 지 10년 가까이 된 책을 굳이 지금 꺼내 읽는 내 취향도 고약하지만,

그 글들이 지금도 그대로 현실을 가감없이 조명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고약하게 느껴진다.

강산도 변하게 한다던 10년이라는 세월은 이 땅을 조금이나마 “진보”하게 만들기에는 너무 짧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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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5

나는 자기계발 서적은 잘 읽지 않는다.

그런 책들을 읽어보면 주장하는 내용들이 익히 다 알고 있던, 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내용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실천하는 게 중요한 터라 자기계발 서적을 100권 읽든 1000권 읽든 책읽기에만 그친다면 달라질 건 없을 뿐이니까.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건, 업무상 알게 된 업체의 이사란 사람이 선물로 줬기 때문인데, 사실 읽으면서도 썩 내키지는 않았었다.

100년 가까이 된 고전이고, 나폴레온 힐, 로버트 슐러, 앤서니 로빈스 등에 영향을 준 유명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제목부터 낚시의 느낌이 확 나는게, 흔하디 흔한 재테크 관련 서적이라는 생각이라는 들었다.

다행히 “나는 얼마 투자해서 얼마 벌었다”, “돈 벌려면 뭐부터 해라” 하는 식의 재테크 가이드북은 아니었다.

목표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강한 의지,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 그리고 이를 위한 실천력을 강조하는 책이다.

그런 사고와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 얼마간의 실패를 경험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자신이 목표로 하던 “부자”의 위치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저자가 책을 낸 뒤로 한 세기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가 호언장담하던 대로 그의 조언에 맞게 행동해서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알 수 없다.

긍정적 사고와 태도, 분명히 살아가면서 중요한 삶의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덮어놓고 긍정만 하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나 많이 변질되어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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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08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이라는 타이틀 보다는,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 이름 보다는,

“내 이름은 빨강(My name is Red)”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읽은 책이다.

90년대 유행하던 “최불암 시리즈”도 아닌데, 왜 요즘 자꾸 빨간색이 좋아지는 지 모르겠다.

추리소설인지 연애소설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작품은 15C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나에게는 조금 생소한 소재인 “세밀화”를 둘러싼 살인사건과

그 살인사건에 배후에 자리한 동서 문화의 충돌, 문예 사조의 변화와 그에 따른 신구 세력 간의 갈등, 초상화와 우상숭배 등 민감한 종교적 이슈 등을 다루고 있다.

워낙 세계사나 예술 쪽과는 담 쌓고 사는 사람이다 보니, 오르한 파묵이 묘사하는 소설 속 세계는 나에게는 상당히 낯설었고, 그래서 조금은 난해한 부분이 있어서 수월하게 읽힌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중심 소재인 세밀화의 경우, 삽화가 전혀 없다보니 글로만 묘사된 그림을 상상하며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읽는 재미만큼은 많이 감소된 듯.

그래도 가깝지만 먼 나라 “터키”에 대해서 꽤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던 것 같다.

내용 면에서는 터키의 전통 문화를 고수하는 세밀화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형태적인 면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 요소가 눈에 띄는 독특한 소설.

그나저나 터키란 나라도 상당히 매력적인 것 같다.

나중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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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9

미학자 진중권이 본래의 전공을 살려(?) 펴낸 책으로, 4만부 넘게 찍어낸 꽤 많이 팔리는 책이다.

상상력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상상력을 키워내기 위한 노력으로 “놀이”에 대해 다룬다.

우리가 어린 시절, 호기심과 즐거움에 매달려 열심히 “놀았을” 때, 우리의 상상력이 가장 순수하면서도 가장 강했다는 것을 전제로,

주사위, 그림자 놀이, 물구나무, 삼행시(아크로스틱), 마술, 불꽃놀이, 만화경, 종이접기 등에 대해 미학적인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 쓰고 있다.

지식 전달이라는, 책의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책 읽는 즐거움을 충분히 불러일으키는 책이라는 점에서 근래의 읽은 것 중에서는 가장 유익하지 않았나 싶다.

적어도 책 읽는 동안에는, 나 역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 놀이 문화의 향수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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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26

똘레랑스의 나라 프랑스, 그러나 태어나면서부터 에뜨랑제(이방인)로 살아가는 소년 “모모”와 그를 돌보는 “로자 아줌마”,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유래없이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최고의 작가로 이름을 알리지만 “로맹 가리는 이제 끝났다”는 문단의 평가를 비웃으며, 그는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의 신인 작가를 탄생시켰고,

그 이름으로 두 번째 공쿠르상 수상을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뒤엎는다.

물론 그의 사후에 발견된 유서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게 되지만, 기성 작가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던지려던 그의 기행은 멋지게 성공한 것이다.

그에게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공쿠르상을 안겨준 작품이, “자기 앞의 生(La Vie devant soi)”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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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18

옛날에 서당선생이 삼형제를 가르쳤겠다. 어느 날 서당선생은 삼형제에게 차례대로 장래 희망을 말해보라고 했겠다. 맏형이 말하기를 나는 커서 정승이 되고 싶다고 하니 선생이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그럼 그렇지 하고 칭찬했겠다. 둘째형이 말하기를 나는 커서 장군이 되고 싶다고 했겠다. 이 말에 서당선생은 역시 흡족한 표정을 짓고 그럼 그렇지 사내 대장부는 포부가 커야지 했겠다. 막내에게 물으니 잠깐 생각하더니 저는 장래 희망은 그만두고 개똥 세 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했겠다. 표정이 언짢아진 서당선생이 그건 왜? 하고 당연히 물을 수밖에. 막내 말하기를, 나보다 글 읽기를 싫어하는 맏형이 정승이 되겠다고 큰소리를 치니 개똥 한 개를 먹이고 싶고 또 나보다도 겁쟁이인 둘째형이 장군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니 개똥 한 개를 먹이고 싶고…… 여기까지 말한 막내가 우물쭈물하니 서당선생이 일그러진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겠다. 그럼 마지막 한 개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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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3

김규항은 독설가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쉽사리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지 못하는 그는 비관론자다.

그러나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의 기독교 신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B급이라고 낮춰서 칭하고는 있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몇 남지 않은 좌파 다운 좌파다.

3년 전쯤에 나는 왜 불온한가라는 책을 통해 그의 삶과 종교관, 진보에 대한 생각을 접했을 때는 2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되면서 나를 벗어나 내 주변의 것들에 조금씩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챙기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더할 수 없이 순수했었고,

그래서 그것이 돈이든, 힘이든, 지식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조금이라도 “더 가진 자”가 “덜 가진 자”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고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가장 이상적이고, 그런 사람들이 가장 바람직한 삶을 사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게 무엇이지 잘 모르면서도, 나는 “보수” 보다는 “진보”에 더 호감을 느꼈고, 자연스레 진보라는 단어에 걸맞는 생각과 행동을 따라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그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다.

이제는 절판되어 헌책방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는 “B급 좌파”라는 책을 구독한 것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그 당시의 “순수”가 많이 씻겨진 나를 좀더 선명한 색조로 채색하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파쇼화 되어 버린 2008년 대한민국의 현실이 나를 자극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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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4

원인을 알 수 없었고, 누구도 그 원인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치욕스러운 백색 실명이 도시를 휩쓸고 지난간 후 4년..

눈먼 자들의 도시는 어떻게 변했을까.

최근 “미네르바”라는 인물의 구속 사건을 보면서, 나는 이 소설에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내 마음대로의 잣대를 부여하였다.

무능하고 부패한 보수 정권은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 보다는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더 키워나가는 데 급급하여 또 다른 실명 사태를 초래하고,

아직도 “개 짖는 소리에 불안감을 느끼는” 일부 시민들은 채 눈을 뜨지 못한 채, 보수 정권의 입장을 더 공고히 해줄 뿐이다.

어릴 적에는 자동차가 쓩쓩 날아다니고, 누구나 달나라에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던 2010년을 목하에 둔 지금,

대한민국은 아직도 백색 실명을 앓고 있다.

일전에 시놉티콘이 무너지는 사회라는 글을 쓰면서 정부와 시민 간에 상호 대화가 민주주의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인지 지적했던 적이 있다.

일개 누리꾼에 불과한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조차 주장하지 못한 채 언론과 권력이라는 카르텔에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상관관계를 재차 따져보게 된다.

언제쯤이면 이 나라는 눈뜬 자들의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나 역시 눈먼 사람이기에 이런 글을 끄적인다는 게 사실 많이 우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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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9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혹자는 1930년대의 대공황 시기를 빗대어 현재의 위기 상황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10년 전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았던 경제환란기를 견주어 말하기도 한다.

역사는 한번은 희극으로, 한번은 비극으로 반복된다는 맑스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작금의 상황은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과 비교할 만한 유사점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그 당시와 100%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예측하기 쉬운 세상이라면 살아볼 만 하겠지..
아니, 오히려 더 재미없는 세상이 되려나..

30년이라는 가까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경제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 나이지만, 요즘의 경제 상황이 안좋다는 건 분명히 실감이 난다.

그건 반토막을 향해 달려가는 내 투자 수익률을 보고 있을 때보다는 길거리에서 목격하는 사람들의 쳐진 어깨와 긴 한숨들, 그리고 힘들다, 죽겠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 주변 지인들의 입을 통해 더 분명하게 와닿는다.

이번 겨율은 못 가진 자, 많이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유독 혹독한 겨울이 되겠군..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는 야인(?)이 두 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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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4

우리네 삶을 길로 비유한다면, 걷는다는 것은 그 삶의 방식이자 곧 그 삶 자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을.. 앞만 보고 똑바로 걷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좌우를 열심히 살피며 신중히 걷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미련과 후회 때문에 연신 뒤를 돌아보느라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술에 취한듯이 이리 비틀 저리 비틀대며 갈팡질팡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걸으며 휘파람을 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혼자 묵묵히 무거운 걸음을 떼어가며 나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인생이라는 길을 나아가든, 우리는 절대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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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01

추리소설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은 엄밀히 말하면 애정소설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의 헌신적인 애정이 큰 줄기요, ‘하나오카 야스코’ 모녀를 둘러싼 살인 사건은 곁가지일 뿐이었다.

결국 나는 처음부터 작가에게 배신을 당한 셈이다.

추리소설의 재미는 작가와 작중인물로부터 느끼는 배신감이라고 생각한다.

기대하고 있던 결말, 예상하고 있던 결론이 아니었을 때 느끼는 배신감, 흔히 “반전이 숨겨져 있었다”고 표현되는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 나는 추리물을 읽는다.

그런 면에서, 시작부터 나를 배신하기 시작했던 이 소설은 (비록 추리소설 보다는 애정소설의 범주에 더 가깝다 하더라도) 나로 하여금 충분한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이시가미가 천재 수학자이기에 당연히 수학과 결합된 복잡한 트릭이 숨겨져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또 한 번 배신당해야 했고,

너무나 단순하고 평범하여, 자못 허술하게 느껴지는 결말 부분 때문에 큰 반전을 기대했던 나는 마지막으로 배신을 당해야 했다.

그래도 며칠 동안 퇴근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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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지도 몰라. 그런데 수학의 새로운 문제 하나가 생각났어. 시간 날 때 좀 생각해주지 않을래.”
“뭔데?”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것을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어려운지. 단, 해답은 반드시 있어. 어때, 재미있지 않나?”
“흥미로운 문제야. 생각해보지.”
이시가미는 유가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유가와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 보이고는 발길을 돌렸다.

- pp.171~172
Sep 16

달콤한 나의 도시의 작가 정이현.

낭만적인 사랑과 그 귀결인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우리 시대의 발칙하지만 귀여운 악녀 이야기.

단편집인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는 다양한 악녀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상혼을 위해 상대 남자를 고르고, 때로는 자신의 이상을 위해 남자를 이용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낭만적인 사랑을 완성시키는 악녀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악녀들의 행동이 결코 밉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내가 남자이고, 그래서 아직은 사회의 기득권 계층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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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사건의 원인이 단 하나뿐이라는 가정은 인생을 덜 살아본 사람들이나 하는 겁니다. 인생은 보기보다 복잡하고 난해한 퍼즐이랍니다.

- p.111, “순수” 中에서
Jul 28

몇 년 전에 이준기 주연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라는 영화가 제작되었다.

원작은 가네시로 가즈키라는 제일교포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 그의 작품들이 국내에도 많이 소개되었고, 그의 이름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지만 사실 내가 그의 작품 세계를 처음 접한 것은 “GO”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역시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GO”라는 작품에는 작가 자신의 분신이기도 한, 조총련계 일본인이 겪는 아노미에 대해 현실적인 묘사가 담겨있다.

비록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영화(소설)이 보여주는 한계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런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주었다는 점, 그래서 재일조선인 문제가 일본 사회의 통합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작지만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volution No.3에도 “순신”이라는 재일조선인 캐릭터가 존재한다.

싸움만큼 공부도 잘 하지만, 자신의 처지때문에 어떤 분야에서든 No.1이 될 수 없음을 간파한 그는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비운의 캐릭터다.

GO에서 만큼 재일조선인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소설을 읽는내내 그의 고뇌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계속 신경쓰인게 사실이었다.

책 제목이 “혁명”을 뜻하는 “Revolution”을 품고있는 데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GO”에서와는 달리 “비정상적인”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작은 혁명을 시도한다.

그 혁명이, 젊은 날의 호기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유치한 움직임에 지나지 않는다 할 지라도 기존의 잘못된 틀을 부수려고 발버둥치는 행동들은 모두 위대한 것이며, 그래서 그들을 보고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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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
히로시, 지금, 우리들의 세계는,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 p.75

 

“(전략) 너는 고된 인생을 살지도 모르겠다. 상처받아 좌절하는 일도 있겠지. 그리고…….”
우리는 세계와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느끼면서 히로시의 마지막 말에 귀 기울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는 거야.”

- p.306
Jul 14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 로얄드 달.

작가 이름만으로도 어린 시절의 향수가 떠오르려고 하는 작가는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가 유일할 것이다.

그만큼 그의 이야기들에는 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듯 하다.

단편집 “맛”에는 동명의 작품을 포함하여 총 10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데,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결말에는 작은 반전이 숨겨져 있어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이 책을 손에 든 며칠 동안은 지하철 출퇴근길이 정말 즐거웠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동화책을 읽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에는 어떤 반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더위에 점점 지쳐가는 요즘,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줄 멋진 책!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

  • 목사의 기쁨
  • 손님
  • 항해 거리
  •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 남쪽 남자
  • 정복왕 에드워드
  • 하늘로 가는 길
  • 피부
  • 도살장으로 끌려나는 어린 양
  • Jul 01

    작년 이맘 때, 어쩌면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했을 지도 모르는 아는 동생에게 책을 두 권 선물했다.

    한 권은 김형태의 “너, 외롭구나”였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 책, “LOVE&FREE”였다.

    아직 어리고, 그래서 더 많은 세상과 사람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는 그 친구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적합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쫓기듯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랑자유라는 절대가치를 위해 오늘도 또 다른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에게는 심한 갈증을 잠재우는 한 잔의 얼음물 같은 책이랄까..

    노란 표지의 단단하지만 아담한 책 속에는, 두꺼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도 담아내지 못한 자유로움과 삶에 대한 열정이 그득하게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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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 27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느끼는 건 “삶”에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적절한 기술을 알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고전인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집어든 건, 늘 다른 사람과의 관계맺음에 서투른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처방이라는 판단하에서 였을 것이다.

    사랑은 대상이 누구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문제라는 그의 가르침은 확실히 많은 생각의 “꺼리”들을 내게 남겨주었고,

    아직까지도 “성애”와 “사랑”을 모호하게 받아들이며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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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 11

    제목에서부터 유치함과 가벼움, 저속함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뽈랄라 대행진”

    작가가 만든 신조어인 “뽈랄라”는 포르노와 랄랄라의 썩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합성된 것으로, ‘솔직하게 휘파람을 불자’라는 뜻이란다.

    저자인 현태준씨는 상당히 익숙하고 친숙한 느낌의 삽화들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와 있는 사람이다.

    그의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그의 그림을 보며 “익숙함”을 느끼는 경우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부류 중의 하나였으니까.

    늘 터부시 되어왔고, 그래서 직접적으로 입에 담기에는 부담을 많이 느껴야 했던 성性이라는 주제와 그의 어린시절+추억이라는 주제가 결합되고, 여러 글과 그림, 사진들이 어지럽게 배치되어 “우리 모두 모여 솔직한 마음과 자세로 휘파람을 불면서 즐겁게 희망찬 앞날을 향해 힘차게 걸어나가자!!”라는 의미의 “뽈랄라 대행진”이 이루어진다.

    화장실에서 읽기에 적합한 가벼운 주제의 책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경박함보다는 경쾌함을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어 읽고 난 뒤의 느낌(술도 그렇지만 독서 역시 뒷맛이 상당히 중요하다)이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지나치게 진지한 태도로, 까닭없이 인상 쓰며 살아가는 현대인, 그리고 나에게는 잠시나마 좋은 약이 되어 주리라.

    May 07

    이미 너, 외롭구나로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던 김형태님의 책으로, 시기적으로는 너, 외롭구나보다 앞서 씌여졌다.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과 그림들이 世, 家, 人이라는 세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는데, 사실은 글도 좋았지만 그림들이 더 좋게 느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지향하던 바대로, 그림에는 문외한인 내가 봐도 (어떤 이유 없이) “좋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삽화들이 들어가 있어 더 좋은 책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그간 내 블로그를 통해 숱하게 칭찬을 해댄 터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그 기대를 다 채우기에는 좀 부족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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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r 23

    침묵하고 있는 헤라클레이토스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헤라클레이토스여, 그대는 왜 침묵하는가?”

    그러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다시 누군가 물었다.

    “헤라클레이토스여, 그대는 왜 침묵하는가?”

    그러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마지 못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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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r 07

    닮고 싶은 누군가의 지난 삶을 훔쳐보는 것은 내게 있어 굉장히 유쾌한 일 중 하나이다.

    내가 관음적 즐거움에 남달리 집착하거나 추구하는 것은 저얼~대로 아니고, 단지 나란 인간이 많이 부족한 탓에 다른 사람의 “사는 법“을 보고 배우는 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청춘의 문장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작가 김연수의 “청춘”시절을 사로잡았던 “문장”에 촛점을 맞추고, 그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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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b 12

    어쩌다가 읽게 된 스티븐 킹 원작의 단편 소설이다.

    사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관계로 금연이라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짐작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 중의 누군가가 금연이라는 목표를 세워놓고 이를 지키려고 안간힘 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대체 저게 얼마나 어렵길래 저렇게 매번 금연과 흡연을 반복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가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간혹 내가 중독 수준으로 붙잡고 있는 습관들을 돌이켜보면 금연이라는 것도 깨나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이미 최고의 이야기꾼이자 인간 심리 묘사의 달인으로 칭해지는 스티븐 킹은 과연 금연을 꿈꾸는 자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 소설을 쓴 듯 하다.

    주인공 모리슨에게 벌어지는 금연주식회사에서의 금연 과정은 악성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채무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방법이라면 성공 확률이 상당히 높겠다는 독자의 동의를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실제로 이런 회사가 생긴다면(물론 여러가지 법적, 도덕적 한계 때문에 불가능해 보이지만) 비싼 댓가를 치를 각오를 하면서까지 이용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나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Jan 14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쫓기며 늘 작은 것에 눈길을 먼저 주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아주 가끔은 내가 살고 있는 거시적인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은, 어떤 알 수 없는 힘의 존재를 느끼곤 한다.

    내 삶을 주시하고 그 방향을 인도하는 어떤 거대한 존재가 있어, 나의 삶이 그에게 종속됨을 어렴풋하게 깨닫는다.

    그 존재가 신이라고 불리는 상징적인 대상인지, 아니면 국가나 사회라는 제도적 장치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삶의 또다른 측면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그런 존재감을 느낄 때면 약간의 거부감과 함께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너무나 미약하고 초라한 존재인 내 자신을 대비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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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v 14

    보바리 부인이라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그가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단어들에 대해 “통상 관념”으로 정의한 책.

    당연히 그 정의는 사전적인 정의와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당시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책 뒷편의 주석들을 열심히 뒤적여도 공감하기 힘든 내용들도 적지 않았지만,

    생각외로 시공을 초월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통찰력이 많이 엿보인다.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국회의원이라든지, 읽기 힘든 의사의 처방전 글씨, 언제나 이례적이라고 표현되는 여름 날씨 등..

    큰 재미나 감동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좀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지만, 다소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이나 세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는 높게 사 줄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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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v 10

    지난 번, 젊은 구글러의 특강에서 받은 감동을 잊지 않고 계속 이어가자는 생각에 읽은 책.

    사실 그 당시의 강연이 김태원씨의 대학 생활에 대해 대한 내용이었기에 이 책의 대부분은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점에서 더 가치있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든 것은, 그때 느꼈던 감동과 그때 다졌던 마음가짐을 상기하자는 이유였으니까.

    아무튼 배울 게 참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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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t 26

    근래에 발간된 조정래의 장편 소설.

    아리랑과 시대배경이 일치하는 소설이라 한강을 읽자마자 곧바로 구해서 읽었다.

    세계 2차대전 말, 노르망디 지역에서 미군에 의해 생포된 어느 한 독일병사의 사진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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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t 21

    태백산맥아리랑에 이어 드디어 조정래의 세번째 대하소설 한강을 읽었다.

    시대배경은 아리랑태백산맥의 시대 이후, 이승만과 박정희를 거치는 동안의 한반도의 현대사를 담았다.

    해방 이후 친일파를 중심으로 한 권력 독점에 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던 소설이었고,

    실제로 주인공 형제(대하소설에 특별한 주인공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중심이 되는 인물들)인 유일민-유일표 형제들에 대한 애정도 이전 소설들에 비해 남달랐다.

    내가 존경하는 인물인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가 비중있게 다뤄져서 더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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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p 09

    우리나라로 시집 온 일본 여성이 한국생활을 하며 겪었던 여러가지 컬쳐쇼크를 “심각하지 않게” 그려낸 책이다.

    단순하지만 귀여운 그림체로 되어 있는 4컷 만화가 왼편에, 짧은 글이 오른편에 나뉘어 편집되어 있어서 읽기도 상당히 편하다.

    여러가지 일본어 표현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일본어 공부에도 좋다고 하지만, 문외한인 나는 그런 장점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내용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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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g 09

    근 다섯 달만에 책 읽고 포스팅- _-;

    12권짜리 소설을 다섯 달이라는 긴긴 시간동안 붙잡고 있었던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요즘 워낙 불규칙적인 인생을 살아가다 보니 활자와의 친분 관계가 많이 소원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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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 01

    그대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대는 이 종이 안에
    구름이 떠있는 걸 분명하게 볼 수 있다.
    구름이 없다면, 물이 있을 수 없다.
    물이 없다면, 나무들이 자랄 수 없다.
    나무들이 없다면, 그대는 이 종이를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여기, 구름이 있다.
    이 종이의 존재는 구름의 존재에 달려 있다.
    종이와 구름은 매우 가까운 관계이다.

    – 틱낫한, 평화로움 中에서
    Mar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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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무수행 중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소. 술과 여자요. 그건 둘 다 독이오. 술은 감정을 해이하게 만드는 독이고, 여자는 의지를 약화시키는 독이오.”

    이념의 현수막을 내건 정치적 전쟁은 바야흐로 그 수레바퀴를 본격적으로 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어느 쪽에서나 민족은 내세워졌으나 정작 수레바퀴 아래 깔려야 하는 건 민족이었다.

    장광산도 금산도 그리고 조계산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산줄기들도 농밀한 어둠의 장막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무수하게 뻗은 산줄기들은 모두 북으로 북으로 치달아가고 있었다. 조계산 줄기는 무등산 줄기와 손을 맞잡으며 섬진강에 이르고, 그 지맥은 섬진강을 뛰어넘어 지리산으로 이어졌다. 산속에 산을 품은 지리산의 준령들은 북으로 치달아 오르다가 덕유산을 만나고, 덕유산은 가쁜 숨을 몰아 추풍령에 다다라선 속리산으로 건너뛰는 것이다. 그 줄기가 소백산에 이르러, 원줄기인 태백산맥이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낙안벌을 보듬듯이 하고 있는 진광산이나 금산은 태백산맥이란 거대한 나무의 맨 끝까지에 붙어있는 하나씩의 잎사귀인 셈이었다.

    - 1권

     

    “과거란 망각이 아니라 현재의 축적이라는 말이 맞군.”

    내가 선우 선생한테 하고 싶은 말이 한 가지 있다면, 현실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선우 선생이 겪은 경험에 예속되거나 또는 피해를 입은 보복감정으로 가치를 설정하거나 판단의 기준을 삼거나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탈피하지 못하면 생각이 왜소해지고, 사태를 오판하게 되고, 사람을 오해하게 되고, 스스로 외로워지게 됩니다.

    - 3권

     

    가난이란 육신을 배고프게 할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배고프게 만드는 것이다.

    - 4권

     

    농민은 생체언어로 사회에 발언하고, 생체언어로 삶의 진실을 표현하며, 생체언어로 역사에 참여한다.

    - 5권

     

    전쟁은 정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지 모르지만 전쟁 자체가 정의는 아니다. 전쟁은 정의도 사상도 아니다. 윤리나 도덕은 더구나 아니다. 전쟁은 오로지 힘일 뿐이다.

    그러고보면 이번 전쟁은 겹겹의 싸움이었다. 겉거죽은 이땅을 반 동강낸 미국과 소련의 응등거림이었고, 속거죽은 그 두나라가 내세우는 주의에 따라 무장한 군대의 맞부딪침이었고, 그 속살은 착취한 지주와 착취당한 소작인들의 맞대거리였다. 이번 전쟁은 양쪽 군대만의 싸움이 아니라 지방마다 소작인들이 들고일어나는, 겉과속이 한꺼번에 뒤집어지고 엎어지게 되어 있는 싸움판이었다. 그런 전쟁의 승패가 어떻게 갈라질지는 너무나 뻔한 것이었다.

    - 6권

     

    전쟁은 명분으로 시작되어 광적인 살인과 파괴를 거친 다음 잿더미로 끝난다…… 이학송의 머리에 모아진 생각이었다.

    - 7권

     

    자각하지 못한 자에게 역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자각을 기피하는 자에게 역사는 과거일뿐이며, 자각한 자에게 비로소 역사는 시간의 단위구분이 필요 없는 생명체인 것이다. 역사는 시간도, 사건도, 기록도 아닌 것이다. 그것은 저 먼 옛날로부터 저 먼 뒷날에 걸쳐져 살아서 꿈틀거리는 생명체인 것이다. 올바른 쪽에 서고자 한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으로 엮어진 생명체. 그래서 역사는 관념도, 추상도, 과거도 아닌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뚜렷한 실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크는 것이다. 솥뚜껑 같은 사람의 힘과 의지로 역사는 크는 것이다. 솥뚜껑은 하나가 아니었다. 솥뚜껑은 수없이 많았다. 이제 자신도 그 뒤를 따라가는 하나의 솥뚜껑이고자 했다.

    - 10권

     

    전쟁, 그리고 휴전.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과 죽은 자들, 살아남은 자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갈 자들.

    ‘빨치산’이나 ‘남부군’같은 생소한 단어들을 그 의미와 함께 재미를 통해 알게 해 준 ‘태백산맥’.

    허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소설이라는 장르이고, 작가가 좌향의 역사인식을 가지고 책을 집필했음이 분명하기에 이 소설 하나만으로 6.25라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 테마,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역사 인식을 일소하고 뒤집어버리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교육을 통해 굳어진, 반공사상이 저변에 깔려 있는 내 역사관에 어떤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스물 일곱 해나 살았건만 역사인식에 있어서도, 어떤 사상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가기’만 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부끄러운 모습을 가진 나이기에 상당히 의미있는 텍스트 읽기가 되었던 것 같다.

    Nov 13

    옛날 어느 나라에 권세 있고 지혜로운 임금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라에 하나뿐인 우물물에 물약을 떨어뜨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모두 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물물을 마신 백성들은 그 저주처럼 하나씩 둘씩 미쳐버리고 말았다.

    우물물을 마시지 않은 임금 한 사람만 제외하고 모두가 미쳐버렸을 때, 미쳐버린 사람들은 이제 모여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임금이 제정신이 아니라네. 미친 사람을 임금으로 모시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저 임금을 쫓아버리세.”

    그리고 지혜로운 임금은 스스로 우물물을 마셨다.

    비로소 모두가 제정신을 찾게 된 그 나라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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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v 03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작은 나무(Little Tree)를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지금도 꾸준히 잘 팔리고 있는, 꽤나 유명한 책이다.

    연말도 되고, 왠지 요즘들어 감성이 많이 메말라가는 것 같아서 책장에서 끄집어 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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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t 18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 데라야마 슈지 쓰고 김성기 옮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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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t 11

    인간 실격(人間失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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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t 10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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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p 21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 진중권의 극우 파시스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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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p 03

    혹자는 말했다.

    우리가 고민하기를 멈추는 순간,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고..

    외롭지 않다면 청춘이 아니다.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삶이 아니다.

    그래서 먼 옛날, 중국땅에 살았던 孟子 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남겼다지?

    生於危患 死於安樂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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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g 26

    몇 년 전에 읽었던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에 읽지도 않는 책을 잔뜩 쌓아놓기만 하는 장서가를 비꼬는 내용의 글이 있다.

    에코의 비판처럼,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장서가는 독서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책장에 꽂힌 책 중에 손을 타지 않은 책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러나 대단한 장서가이면서도 동시에 훌륭한 독서가인 사람이 있었으니,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지(知)의 거장, 다치바나 다카시(立花 隆)다.

    아마 그의 “고양이 빌딩”에 소장된 책들은 모두 그의 손이 한 번쯤은 거쳐간 것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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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g 03

    진중권, 그의 글은 불편하다.

    암묵적 합의하에 덮어두었던 장막을 기어이 들춰내어 그 속에 내재한 추악함을 상기시키는 그의 글은 불편하다.

    그리고 그 불편함이,

    심리적 방어기제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내가 가진 추악함, 내가 사는 사회가 가진 더러움을 애써 감추려고 나는 쓴 웃음을 짓는다.

    이것이 내가 그의 글을 읽으며 키득거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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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 20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그간 여러가지로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는 건 그저 핑계일 테고,

    사실 딱히 대단하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그냥 책읽기에 흥미가 좀 떨어졌기 때문일거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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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 18

     

    시험도 막바지.. 슬슬 방학이 다가오는 시점에 오랜만에 포스팅하는 간단 리뷰~

    (날이 갈수록 글쓰기가 귀찮아지고, 포스팅하기가 부담되니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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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 02

    책이 참 예쁘다. 겉도 속도 예쁘다.

    나처럼 보는 눈 없고 센스없는 놈조차도 보자마자 눈을 빛냈을 정도다.

    그러나 겉모습만 그럴 듯하고 내용은 3류 잡지 수준인, 속 빈 강정은 절대 아니다.

    한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져오는 꽉 찬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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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y 31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꽤 오랜시간 수학이라는 학문을 배우고 익혔다.

    그러나 그 어떤 스승도 내게 “수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들려주지 않았다.

    그저 셈하는 법, 문제푸는 법만을 배우면서 나는 점점 “난해하고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수학에 대해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수학의 한 분야를 전공삼아 공부하면서도 수학에 대한 자신이 없는 이유이다.

    수학이 무엇을 다루는지, 어떤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지, 왜 수학을 배워야하는지 그 답을 찾기 이전에 그런 질문조차 품어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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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r 28

    시험기간에 읽은 아사다 지로의 장편 소설, 천국까지 100마일.

    언제나 그렇듯이 그의 소설은 따뜻하다.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커다란 감동보다는 잔잔하고 길게 여운이 남는 감동을 지향하는 아사다 지로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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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r 22

    대략 4~5년전 쯤에 베스트셀러로 뭇사람들에게 읽혔던 가시고기,

    흔한 소재인 “모성애” 대신에 “부성애”를 다룬 책.

    백혈병에 걸린 아이와 그 아이에게 사랑밖에는 줄 것 없는 어느 아버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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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r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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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r 10

    “전라도 놈들은 자기밖에 모른다. 겉으로는 잘해주는 척하다가도 꼭 뒷통수를 때리는 믿을 수 없는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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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 29

    로그인은 거의 안하지만, 내가 쓰는 메신져들에는 나의 닉네임이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로 되어 있다.

    센스쟁이들은 이미 눈치 챘겠지만 동명의 한국 영화가 있다.

    2003년에 개봉했던 배두나, 김남진 주연의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물론 제목은 하루끼의 소설을 연상시키지만 내용 자체는 바로 이 소설, “카롤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를 모티브로 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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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 27

    책을 받고서 기분이 좋았다.

    인상적인 표지와 제목이 주는 강렬함도 한 몫 했지만 그보다는 두툼한 두께와는 달리 가볍게 느껴지는 무게와 본문의 재생지 질감이 주는 편안한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즘 우리 출판계에서 유행을 타고 있는 양장본 표지와 고급스런 종이 질감에만 익숙해진 나로서는 마분지로 만들어진 표지와 본문의 약간은 거친 듯한 느낌이 오히려 더 좋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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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 24

    번역은 모두가 추천하는 방곤 교수, 출판사는 문예출판사다.

    사실 예전에는 번역같은건 따지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더 까다로워지는건지 요즘은 누가 번역했나, 출판사는 어디냐를 꼭 미리 챙겨서 확인하곤 한다.

    특히나 이 책처럼 (내 지적 수준에서)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면 이런 선택이 더 신중해지는건 어쩔 수가 없다.

    사르트르가 1938년에 발표한 “구토”는 그의 초기작이자 그의 “실존주의” 사상의 원류가 되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20세기의 문학과 철학을 논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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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 05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후 5년…

    그간 박노자 교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가.

    노르웨이에서의 5년간 그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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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b 17

    우리나라 번역판 표지는 뭔가 임팩트가 덜한 느낌이라서 일본 아마존 사이트에서 업어 왔다.

    ..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그저그런 “귀신의 집”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포장을 뜯어보니 왠걸..

    반사회성성격장애를 가진 정신이상자의 광기어린 살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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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b 11

    귀화한 러시아 지식인 박노자.

    그의 새 저서 당신들의 대한민국 2권이 나온 시점에 뒤늦게 1권을 꺼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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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b 02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사랑과 애증, 풍요와 빈곤, 몽상과 현실…

    우리의 짧지만 긴 인생은 이러한 모순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작가는 같은 모습으로, 같은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의 판이하게 다른 삶을 대조하며 삶속의 모순들을 드러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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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b 01

    2006년, 올해는 단재 신채호 선생이 뤼순감옥에서 세상을 달리한지 70주기가 되는 해이다.

    일본의 패망과 함께 우리의 주권이 회복된 지도 어느덧 60여년이 지났지만 선생은 아직도 국적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고,

    선생의 묘는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하고 가묘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아직까지 친일세력이 사회 지배세력으로 군림하는 나라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마는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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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 21

    논객(論客)[명사] 의론이나 변론을 잘하는 사람. 담론에 능한 사람.

    – 네이버 국어사전 인용

    요즘 들어 자칭 타칭 논객으로 형용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지만,

    나는 “논객”이라는 말을 들으면 진중권이라는 이름과 그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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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 16

    이문열의 79년작, 사람의 아들.

    그의 초기작답게 포스가 물씬 뿜어져 나온다.

    작가 스스로도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라고 한껏 치켜세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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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 12

    중국소설, 허삼관 매혈기.

    제목에서 짐작되겠지만 주인공 허삼관은 집안에 큰 일이 생겨서 돈이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피를 판다.

    피 두 사발(400ml)에 35원, 그는 자신의 힘과 온기, 그리고 생명을 담보로 처절한 매혈 인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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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 11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예고도 없이 사람들은 하나둘씩 눈이 멀어 버린다.

    그러나 단 한사람 눈이 멀지 않은 사람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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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 05

    내가 정말 부러워하는 사람 중 한 사람, 고양이 책방의 주인인 “다치바나 다카시”와 젊은이 11명과의 인터뷰가 담긴 책.

    “청춘표류”라는 제목이 주는 강렬한 포스에 이끌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잠깐 훑어보고(기말고사 기간이라;;), 나중에 덜컥 구매해버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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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 03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

    –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체 게바라,

    그리고 그에 관한 책 중 가장 널리 읽히고 있는 “체 게바라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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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c 28

    1권 여명편 黎明編
    2권 야망편 野望編
    3권 와룡편 臥竜編
    4권 책모편 策謀編
    5권 풍운편 風雲編
    6권 비상편 飛翔編
    7권 노도편 怒涛編
    8권 난리편 変乱編
    9권 회천편 回天編
    10권 낙일편 落日編

    외전 1권 별을 부수는 자 星を碎く者
    외전 2권 율리안의 이제르론 일기 ユリアンのイゼルロン日記
    외전 3권 천억의 별,천억의 빛 千億の星,千億の光
    외전 4권 나선미궁 螺旋迷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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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c 11

    サバイバル ゲ-ム

    まだら模樣に身を包み 相手より先に銃を擊つゲ-ム.
    銃彈を避けねばならない.いつ どこで 誰が 先に擊つ
    かも知れない.鬪鷄のように み付けもし,兎のように
    耳を立て 邊りを調べては,適當に身を低め這う事もある.
    よりかかる所があれば身を隱し,區別できない敵をより別
    けながら「ランボ-」のように 戰はねばならない.擊た
    れば死なねばならない.擊たれば終わりだ.いつ どこから
    伏兵が現われるか分からない.最後の一人だけ生き殘る
    ゲ-ム.そうでなければ 全滅するかも知れないゲ-ム.

    彈倉の中には
    不渡り
    そして解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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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c 11

    自畵像

    奴は
    胸の中に 一つの刃物を隱している
    誰か飛び掛かれば打ち下ろす刃物を
    奴は每日刃を硏ぐ
    靑色く刃が立つまで
    おれを守ってくれるのは これだけなのだと
    硏いでは 又硏ぎ上げる
    それでいながら
    實地 振り回わす時に至れば
    實際に 振り回わせねばならない にも拘らず
    とても とてもと ためらい
    手前の胸をほじくり
    刺し傷だけ負わす
    使うことのない刃物を一つ
    隱して生き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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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v 24

    1910~1992년
    총칼이 이 땅을 지배하던 시대
    일제 식민 정권과 군부 독재 정권에 희생당한 모든 분들께
    “칼로 일어선 자 반드시 칼로 망한다”
    “그 칼에 봉사한 자 반드시 역사의 칼에 베인다”는
    만고의 진리와 심판을 담아
    삼가 이 책을 바칩니다.

    “왜곡된 역사나 날조된 신화보다
    더 서글픈 것은 세뇌당한 영혼이다”

    - 책 앞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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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v 20

    1. 성야(聖夜)의 초상
    2. 달빛 방울
    3. 류리(琉璃)에 대한 추억
    4. 은빛 비
    5. 꽃과 밤
    6. 후쿠짱의 잭나이프
    7.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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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v 19

    보리 피리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人寰)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 – ㄹ 닐니리

    - 한하운, 시집 ‘보리피리’,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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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v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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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t 04

    원본 출처 : summerhere.net

    팀버튼 단편집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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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p 28

    벽오금학도

    이외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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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p 20

    링 1 – 바이러스
    링 2 – 나선
    링 3 – 루프
    링 0 – 탄생(외전)

    스즈키 고지 지음 / 윤덕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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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g 09

    우상의 눈물

    전상국 | 민음사 | ISBN : 8937404087 | 페이지 : 385

    - 차례 -

    우상의 눈물
    돼지 새끼들의 울음
    침묵의 눈
    우리들의 날개
    전야
    달평 씨의 두번째 죽음
    밀정
    맥(脈)
    수렁 속의 꽃불
    고려장
    겨울의 출구
    잃어버린 잠

    작가 연보 Continue reading »

    Jul 11

    Alice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거울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 마틴 가드너 풀이 / 존 테니얼 그림 / 최인자 옮김

    432쪽 | B4변형/양장(1200g) | 2005년 3월 18일
    북폴리오(대한교과서) 펴냄 | ISBN : 89-378-3058-2

    책소개

    환상과 광기, 유머와 풍자로 가득 찬 판타지 소설의 효시라고 하라 수 있는 소설. 루이스 캐럴의 최고 권위자인 마틴 가드너가 문화적, 수학적 코드로 주석을 단 작품이다. “그림도 대화도 없는 책을 뭐가 좋아서 읽는담?” 앨리스는 혼자 중얼거린다. 언덕 위, 언니 옆에서. 그때 말하는, 거기다가 조끼에 회중 시계까지 가지고 있는 토끼가 나타나고,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 토끼 굴로 뛰어든다. 이때부터 앨리스의 신나고 환상 가득한 여행은 시작된다.

    이 책은 40여 년 전 최초의 「주석 달린 앨리스」가 출간된 이후 마틴 가드너가 줄곧 가져왔던 꿈을 실현시킨 필생의 역작이며, 루이스 캐럴 연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기도 했다. 「주석 달린 앨리스」(1960년), 「좀더 많은 주석 달린 앨리스」(1990년)를 거쳐 결정판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가드너의 백과사전적 지식을 통해 새롭게 발견된 여러 가지 내용들이 덧붙여졌으며, 존 테니얼의 사랑스런 원본 삽화와 최근에 발견된 그의 연필 스케치들이 들어 있다. Continue reading »

    Jul 06

    빵장수 야곱

    노아 벤샤 지음 / 유재하 옮김 / 박은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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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 24

    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 양윤옥 옮김

    304쪽 | A5신 | 1999년 10월 22일 |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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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 16

    세계 호러 걸작선

    에드거 앨런 포 지음 / 기 드 모파상 지음 / 로버트 윌리엄 체임버스 지음 / 몬터규 로즈 제임스 지음 / 브램 스토커 지음 / 사키 지음 / 아서 메이첸 지음 / 앨저넌 블랙우드 지음 / 앰브로즈 비어스 지음 / 에드워드 프레더릭 벤슨 지음 /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지음 / 윌리엄 호프 호지슨 지음 / 이디스 워튼 지음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지음 / 정진영 옮김

    원제 : The World`s Best Horror Stories
    392쪽 | A5신(624g) | 2004년 7월 25일 | 책세상 펴냄 | ISBN : 89-7013-453-0 Continue reading »

    May 29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전5권)

    더글러스 애덤스 저/김선형,권진아 공역 | 책세상 | 200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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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r 21

    “그러나 지금 같아서는 푸른 박공집 아래 분지에 오랑캐꽃이 활짝 피어 있는 한 장학금이 누구의 것이 되든 조금도 상관이 없을 듯한 기분이야. 나는 최선을 다했거든. 노력의 기쁨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 열심히 해서 이기는 것 다음에 좋은 것은, 열심히 하고 지는 거야. ”

    ex libris: < 빨강머리 앤> by 루시 M. 몽고메리

    어제 우연찮게 읽게 된 구절인데 가슴에 와닿길래 옮겨 적어본다.

    /뱀발/ gmail 웹 접속이 계속 안되더니 오늘 드디어 접속에 성공했다.

    아무래도 2주간 자동 로그인 되도록 설정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던 듯 하다.

    쿠키를 지우고 접속해도 접속이 안됐었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 있는 이유다.

    아무튼 말로만 듣던 한글 인터페이스도 처음으로 구경해보고-_-;;

    어느새 40여통이 들어차버린 스팸함도 비웠다.

    Apr 08

    낙양지가귀, 과거 중국에서 책에 대한 수요가 올라 종이가 귀해져 종이의 값이 올랐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지금 우리의 출판업계는 어떠한가?

    책에 대한 수요가 올라 책값이 치솟는 것인가?

    책값 얘기 좀 하려한다.

    아니 그 전에 인터넷 서점 얘기부터 해야겠다. Continue reading »

    Mar 18

    요즘은 그 놈의 저작권 문제때문에 기사도 함부로 펌질을 못한다지-_-;;

    안철수 사장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한겨레)

    안철수씨.. 내가 참 좋아하는, 그리고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고등학교 다닐 무렵, TV 프로그램 “성공시대”에 나온 그를 보고나서부터

    그를 성공한 기업인이나 뛰어난 프로그래머라는 시각을 넘어선,

    존경의 대상이자 내가 닮고 싶은 사람으로 추앙하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전일지도 모르겠다.

    “의사”라는, 사회적으로 성공이 보장된 직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당시에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의 백신 소프트웨어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던 그의 열정,

    그것을 PC통신 게시판에서 우연찮게 알게 됐을 때부터 난 그를 닮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둑을 독학하기 위해 책을 반복해서 50번을 읽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니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으리라.

    스스로 평범하다고 말하지만,

    그래서 자신이 바보라고 얘기하는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책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그이지만

    그는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삶과 기업 경영에 대해 나름대로의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철저하고 엄격하게 지키기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평범한 모습은 아니다.

    그의 책들을 보며, 그 속에 담긴 그의 말과 행동을 하나라도 더 배워보려고 열심히 수첩에 옮겨적던 기억도 난다.

    그 어떤 책을 읽을 때보다도 더 바쁘게 펜을 놀려야 했던, 그 즐거운 기억..

    그가 이제는 기업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을 감추려고 쫓기듯이 하는 퇴직이 아닌, 정상에서의 명예로운 퇴직이다.

    게다가 물러나는 이유가 다른 이유도 아닌, 더 늦기 전에 공부를 하기 위함이라고 하니,

    그런 그의 결정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노안이 되기 전에 학업에 매진하고 싶다는 그의 인터뷰 내용은 내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의 뒷모습은 언제봐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수첩을 꺼내 본 김에 예전에 그의 책 “영혼이 있는 승부”에서 베껴적었던 구절들을 옮겨본다.

    ex libris

    자신에 대한 만족감은 퇴보의 시작이다.

    나는 내 스스로를 느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것을 먼저 이론적으로 습득하고 실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공의 길이라고 믿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무척 꼼꼼한 사람이다. 항상 문제를 대할 때마다 개론에서 출발해 각론을 섭렵한 후 핵심에 다가서는 스타일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 99% 정도 확신이 들어야 약속을 한다.

    나는 철저하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고 어떤 대가를 받으면 죄책감이 든다.

    정석을 마스터하지 않으면 정석에 변화를 줄 수가 없다…… 텍스트도 모르면서 무조건 안된다고 하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의도적으로 고민을 떨쳐내는 것보다는 아예 고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이건 내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고 인정해버리는 편이 차라리 마음이 편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에 대한 칭찬을 경계해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특히 양적인 면의 비교에는 거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비교의 대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늘 나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살기 때문에 어떤 문제와 마주칠 때마다 남보다 두세 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각오를 한다.

    Mar 16

    젊은날의 초상

    이문열 저 : 민음사

    젊은날의 고뇌와 인간적 희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가 이문열의 대표작. 젊은 주인공 나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어야 했던 이념적 혼란과 충동, 나아가 정서적 혼란과 지적모험을 관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우리 기쁜 젊은날’, ‘그 해 겨울’, ‘하구’ 등 3편의 글을 묶었다.

    - 거의 30여분간 쓴 글을 마우스 클릭질 한 번에 다 날려버렸다.

    좀처럼 다시 글을 쓰고픈 생각이 들지 않아 간단한 리뷰와 함께 그냥 책에서 주워섬긴 몇 구절을 옮겨 놓는다. -

    “젊은날의 초상”은 이문열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또 그 유명세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익히 잘 알려진 작품이다.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헤세의 “데미안” 못지 않은,

    우리 문학계의 가장 대표적인 성장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젊음이라고 하면 흔히 화려함과 아름다움, 활력 등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늘 고독과 절망과 고뇌가 함께 한다.

    지금의 나도 그렇다.

    까닭모를 고민에 괜히 휩싸여 혼자 끙끙 앓고 지낸게 벌써 몇년인지..

    책을 보며 주인공의 고뇌와 절망에 너무나 쉽게 동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내가 여타의 다른 성장소설들을 그렇게 공감하며 보아왔던 것은

    아마도 내가 정신적으로 한참 미성숙된 사람인 까닭이리라.

    꼭 나처럼 지금 현재 고뇌에 찬, 절망에 빠져있는 젊음이 아니라해도 좋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까.. ★★★★★ ★★★★☆

    ex libris

    < 보다 확실하게 알기 위해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릴 것. 더욱 큰 가치를 붙들기 위해 이미 접근해 있는 모든 가치로부터 떠날 것. 미래의 더 큰 사랑을 위해 현재 자질구레한 애착에서 용감히 벗어날 것.>
    출발에 즈음하여 새로 마련한 두툼한 수첩의 맨 앞장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

    - p.192

    “걱정 마라. 절망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이다.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은 진실하게 절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도”

    - p.220

    그러나 갈매기는 날아야 하고 삶은 유지돼야 한다. 갈매기가 날기를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갈매기가 아니고, 존재가 그 지속을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존재가 아니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

    - pp.241~242

    Mar 07

    제목 : 자살, 그대곁에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길 (전 2권)
    작가 : 노을
    출판 : 계몽사

    내가 베스트셀러 목록을 불신하는 것과는 반대로 책을 고를 때 맹신하는 것이 있는데,

    어느 특정 인물의 개인적인 추천이다. (여기서 특정 인물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유명 인사가 아니라도 좋다)

    특히 그 인물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책이라고 하면 별로 망설임없이 책을 선택하곤 한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그 자취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책,

    자살, 그대곁에 머물수 있는 유일한 길도 그래서 알게 되고, 읽게 된 책이다.

    디씨 도서갤을 제집 드나들둣이 출입하다 보니 약간은 독특한 책 제목이 뇌리에 박히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보기 전에는 워낙 특이한 제목이기에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싶어 기대를 많이 했었다.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라고 하니 기대가 클 수밖에..

    중학교 재학 시절 서초패왕이라는 비디오 시리즈물을 봤던 기억이 난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초패왕 항우와 그의 라이벌 유방, 한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비디오물이었다.

    흔히 초한지라는 중국 소설로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역발산 기개세(力拔山 氣蓋世)”라는 말로 잘 알려진 타고난 영웅, 항우..

    그러나 그가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게 된 것은 비단 산을 뽑을만 했다는 그의 괴력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영웅의 운명으로 태어났으나 천하를 차지하려는 욕심은 크지 않았던 그였고,

    흔히 우미인으로 더 잘 알려진, 그의 아내 우희에 대한 사랑에 더욱 집착했던 그였다.

    이 책은 바로 항우와 우희 이야기다. 촛점은 항우에게 좀 더 맞춰져 있지만..

    작가는 죽음조차 초월한 사랑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어서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워낙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인 만큼 재미는 보장된 셈이고,

    (두 권으로 그 이야기들을 다 담아내려고 하다보니 빠진 부분, 축소된 부분도 부지기수지만..)

    아방궁의 수많은 궁녀도 마다하고 오직 한 여자만 바라본 항우의 러브스토리도 눈물겹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이 책이 내게 썩 대단한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이미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이기도 했고, 충분한 감동을 일으키기에는 분량이 너무 적기도 하다.

    역시 책이라는 건 읽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읽히는 것 같다.

    남에게 좋은 책이 언제나 나에게도 좋은 책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 ★★☆☆☆

    Mar 05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리처드 애덤스 지음 / 햇살과나무꾼 옮김

    사계절출판사 펴냄

    ISBN : 89-7196-985-7

    1972년 영국에서 출간된 동물 판타지 소설. 열한 마리 토끼들이 재앙이 닥친 고향 마을을 탈출해 새로운 이상향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온갖 모험과 유혹, 전투, 사랑, 우정이 대서사시처럼 펼쳐진다.

    죽음과 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앞일을 예지하는 파이버, 현명한 지도자 헤이즐, 싸움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불굴의 전사 빅윅, 뛰어난 이야기꾼 댄더라이언, 침착하고 총명한 블랙베리, 몸집은 작지만 충직한 에이콘 등 다양하고 생생한 등장인물이 읽는 맛을 더한다.
    이 소설은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혔다. 출간되자마자 고전의 반열에 오르며 수많은 찬사와 격찬을 받았고, 영미권에서는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에 비유되며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원작의 명성을 살려 1978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뛰어난 문학성 덕분에 영미권에서는 고등학교 교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작가 리처드 애덤스는 이 작품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으며, 카네기 상과 가디언 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선 출판사부터 짚고 넘어가면,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주로 출판하는 사계절 출판사다.

    어렸을 적 사계절에서 나온 책을 상당히 많이 읽고 자랐기에 오랜만에 보는 출판사명이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경기 침체와 함께 가뜩이나 빈약한 재무구조로 인해 우리 출판업계가 전반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용케도 잘 버텨주고 있나보다.

    요몇년간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간 출판사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아무쪼록 오래오래 장수하며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양서들을 많이 출판해주길 바란다.

    책 얘기로 돌아와서, 우선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인공은 “토끼들”이다.

    흔히들 이 책들 두고 “동물 판타지 소설”의 백미라고도 하고, 동물판 “반지의 제왕”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읽어보면 탄탄한 구성과 개성넘치는 등장 캐릭터들, 뛰어난 배경 묘사 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잘 쓰여진 책이다.

    이미 애니메이션화 되어있고, 우리나라에서는 EBS를 통해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한다.

    등장하는 게 토끼들뿐이라 영화화는 어려울까?

    “워터십다운… “은 동물이 주인공이지만, 일련의 우화들처럼 의인화시킨 동물을 빗대어 인간 세상을 풍자하려는 의도로 쓰여진 책은 아니다.

    (이런 소설은 역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지존급이 아닐까 싶다)

    단지 동물(토끼)의 관점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물론 허구의 것이지만) 풀어낸 소설일 뿐이다.

    물론 소설 곳곳에 인간들의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 자연 생태계가 무너지는 모습이나

    인간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는 워터십다운(민주주의), 에프라파(전체주의) 토끼마을의 모습 등은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결말 부분에도 드러나 듯, 에프라파 마을을 무력으로 통치하던 토끼이자 이 소설의 최고의 악역인 “운드워트 장군”조차도

    토끼의 수준을 넘어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다.

    이를테면, 작가인 애덤스는 정치적인 문제에까지는 손을 쓰고 싶지 않았나 보다.

    만약 그가 정치적인 가치 판단을 개입시켜 결말을 달리 했다면 “동물농장” 버금가는 정치 우화 소설이 되었을까?

    이 책은 몇가지 재미있는 요소들을 안고 있는데,

    먼저 책 곳곳에 등장하는 토끼어들이다.

    예를 들어, “엘릴”은 여우나 담비, 고양이 등 토끼의 적들을 뜻하는 말이며

    “실플레이”는 토끼들이 풀을 뜯기 위해 굴 밖으로 나오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러한 토끼어들을 설명하는 별도의 페이지가 필요할 정도로 자주 등장하기에

    나중에는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쓰이는 용어가 아닐까 착각도 든다-_-;;;

    두번째로는 토끼들의 신앙과 신화인데, 인간처럼 토끼들에게도 “프리스”(의인화된 태양)라는 신이 존재하고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는 그들도 거기에 의지한다.

    또 전설 속의 영웅인 “엘-어라이라”와 그의 충직한 부하 “랍스커틀”이 등장하는 신화들은 책속 이야기꾼인 “댄더라이언”의 입을 통해 여러 차례 서술되는데

    그것 자체로도 꽤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이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토끼들의 생태에 대한 묘사인데,

    애덤스가 록클리의 “토끼의 사생활”을 참고해서 책을 집필했기에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토끼들의 여러가지 생태(굴파기라든가 먹고 자는 기본적인 것들)를 엿보게 해준다.

    나는 예전에 “토끼가 비를 맞고 죽었다”라든가 “토끼를 목욕시켰더니 죽었다”는 소리를 주워들어 토끼와 물이 상극인 줄 알았는데,

    개처럼 강물에서 헤엄도 칠 줄 알고, 비를 맞아도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만 않으면 상관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먹고 자고, 짝짓기하는 기본적인 본능의 모든 행동의 준거가 되는 토끼들의 모습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에 녀석들이 더욱 귀엽게 느껴진다.

    분량이 많은 편도 아닌데 굳이 4권으로 분권해서 출판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결국 나중에 단권으로 묶여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완역판이 출간되기까지 나름대로 우여곡절도 있었다하니 이해하고 넘어가주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특히 3부 끝부분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인해 잠을 줄여가며 토끼들을 관찰했다.

    너무 어리지만 않다면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 아닐까 싶다. ★★★★★ ★★★★☆

    Feb 26

    바바라 민토, 논리의 기술

    바바라 민토 지음 / 이진원 옮김

    원제: The Minto Pyramid Principle ; Logic in Writing, Thinking and Problem Solving
    359쪽 : A5신변형/양장(906g) : 2004년 7월 10일
    더난출판 펴냄
    ISBN: 89-8405-257-4

    책소개

    맥킨지식 사고법의 창시자인 바바라 민토가 말하는 논리적 문서작성법.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장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논리 구성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피라미드 원칙’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표현하여 전달하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매일 같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피라미드 원칙’은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작성할 때, 또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때 피라미드 원칙을 이용하면 글 쓰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 입장에서도 글의 의도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데 기초한다. 책에는 이와 같은 피라미드 원칙을 바탕으로 글쓰기, 생각하기, 문제해결하기, 표현하기 등 논리적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걸친 노하우가 담겨 있다.

    정말 생뚱맞은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논리의 기술이라니..

    차라리 96년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의 책 제목인 논리적으로 글쓰기, 논리적으로 생각하기가 훨씬 더 걸맞는 것 같다.

    피라미드 원칙은 논리적이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글 쓰기를 위해 저자인 민토가 제시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연역적인 사고를 한다.

    따라서 핵심을 먼저 받아들이고 그 뒤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그루핑하여 받아들이게 된다.

    이것은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서도 얼핏 보여지는데,

    익히 알다시피 우리 말과는 달리 영어 등의 서구권 언어들은 문장의 구조가 다르다.

    그들은 중요한 것을 문장의 앞부분에 담는다.

    예를 들어, 내가 무언가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할 때,

    영어에서는 일반적으로 주(主)가 되는 메시지인 반대한다를 맨 앞에 배치한다.

    이를 테면, I object that… 하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말은 귀납적 경향이 많아서 중요한 내용을 뒷부분에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말을 끝까지 들어봐야 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으리라.

    그렇다고 해서 우리말이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구조상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어쨌거나 이처럼 두뇌가 사고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구조는 기본적으로 연역적이기에

    토니 부잔의 마인드 맵이론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중심 이미지를 정가운데에 배치하고 연역적으로 맵을 전개하게 된다.

    말이 좀 길어졌지만,

    이 책은 바로 이런 기본적인 바탕을 토대로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이 사고를 정리하여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방법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핵심 메시지를 맨 처음에 쓰고, 그 다음에 관련된 내용을 쓰고, 또 그 다음에는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서술한다.

    글의 도입부에는 상황 → 전개 → 질문 → 답변 의 형식으로 글을 쓴다.

    여기까지 보면 당연한 얘기같기도 하고,

    실제로 우리가 글을 쓸 때 위의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민토의 피라미트 원칙은 바로 그러한 방법론의 원조에 해당한다.

    수많은 아류가 판을 쳐도 대개는 원조를 따라갈 만한 게 없지 않은가.

    어떤 책은 읽기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려야 하고,

    어떤 책은 천천히 내용을 음미하며 받아들여야 하고,

    또 어떤 책을 책상 한 구석에 놓아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아야 한다.

    바로 이 책이 세번째 유형의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의 촛점이 아무래도 비지니스 문서에 맞춰지고,

    이에 따라 곁들여진 예시들도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글을 쓸 때마다 두고두고 참고할 수 있는 좋은 교과서가 아닌가 싶다.

    번역도 상당히 잘 되어있는 편이고, 구성도 깔끔하다. ★★★★★ ★★★★☆

    Feb 20

    블로그 포스팅이 없었던 약 한달동안 내가 보고, 듣고, 읽은 것들

    일기장을 잠시 뒤져보니 꽤 많다.

    1. 본 것
    - 쿵푸 허슬
    - 코로나도
    - 파파라치
    - 월드 오브 투머로우
    - 에너미 앳 더 게이트
    - 쏘우
    - 여선생 vs 여제자
    - 파라다이스 빌라
    - 화이트 칙스
    - 하트 브레이커스
    - 아는 여자
    - 천국의 책방-연화
    - 쓰리, 몬스터
    - 은장도
    - 알렉산더
    - 터미널
    - 스텝포드 와이프
    -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 시실리 2km
    - 귀신이 산다
    - 반딧불의 묘
    - 나인야드2
    - 피닉스
    - 투머로우

    2. 들은 것
    - 이소라, 눈썹달
    - Love Psychedelico
    - The Indigo

    3. 읽은 것
    - 존 그레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장승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 김태연, 사람들은 나를 성공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 오하라 미쓰요,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 김규환, 어머니 저는 해냈어요
    - 앤디 앤드루스,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
    - 파스칼 크로시, 아우슈비츠
    -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 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
    - 쥘 베른, 15소년 표류기 1,2
    - 유시민, 경제학카페
    - 허브 코헨, 협상의 법칙

    Jan 09

    자기를 다스리는 지혜

    한인숙 엮음

    위대한 성현들의 말씀이나 대학자들의 가르침은 사실 보통 사람들이 당장 실천해 옮기기에는 벅찬 점이 없지않다. 이 책은 1981년부터 지금까지 23년 간 여러 신문과 잡지들에 실린 수천 명의 성공한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성공이 입증된 이시대의 살아있는 지혜들을 전한다. 학자, 과학자, 재벌회장, 시인, 종교인, 음악인, 배우, 자원봉사자, 식당주인 등 각 분야인들의 진실한 체험을 만날 수 있다.

    구체적 실천 방법은 모르면서 막연히 성공을 꿈꾸는 이들, 자기를 가꾸고 남을 가르치고자 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귀감이 되어줄 책이다.

    군대 있을 때 자주 보던 책 중에 “샘터”라는 책이 있다.

    진중문고로 매달 나오는 책인데, 이것 저것 좋은 글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긴 “좋은생각”류의 책이다.

    암튼 내가 아주 좋아하던 책이라 부대에 배달오면 늘 제일 먼저 챙겨서 보곤 했었다.

    샘터에는 책소개하는 란도 있는데, 거기서 봐뒀던 책이 바로 이 “자기를 다스리는 지혜”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들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라 나와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출판사 편집장인 엮은이가 신문과 잡지에서 추려낸 글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아무래도 엮은이의 주관적인 선택에 의해 가려진 글이라 내 맘에 와닿는 글보다는 아닌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도 호흡이 짧은 책이라, 약 400페이지가량되는 분량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에서 보기에는 아주 좋았다;;

    아무튼.. 내용은 별로다. ★★★★★ ☆☆☆☆☆

    Jan 08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한양출판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

    우리나라에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책이기도 하다.

    고딩 때 책을 잠깐 훑어보다가 미성년자가 읽기에는 거부감을 느끼게 할만한 내용들이 전반에 깔려 있어서 봉인했던 책..

    갑자기 책장에 꽂힌 책에 손이 가서 이번에 읽어버렸다.

    “노르웨이의 숲”은 다양한 번역본이 존재한다.

    요즘도 팔리고 있는 “상실의 시대” (유유정 번역본)

    그리고 그 이전의 “노르웨이의 숲” (김난주, 이미라, 허호, 노병식 번역본)과 “개똥벌레의 연가”

    그 중에서 내가 이책을 고른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나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이 맘에 들지 않는다.

    내용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원작의 제목을 바꿔서 출간하는 경우가 간혹 있긴 하지만, 이 경우에는 “노르웨이의 숲”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번역자 김난주..

    이미 바나나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 그리고 그 밖의 일본 소설들의 번역본으로 친숙해져버린 번역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실의 시대”에 포함된 해설이 빠진 점.. (물론 소제목도)

    책에 붙은 작품 해설은 때로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해설자가 의도한 대로만 애용을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양날의 검인 까닭이다.

    물론 해설 부분은 안보면 그만이다. 그러나 책날개에 붙은 광고글들까지 모조리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상 그건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 책이 집에 있어서-_-;;

    흔한 평가대로 이 책은 야설같다.

    카사노바 주인공의 의미없는 여성 편력..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이 책이 단순한 삼류 연애소설에 그치지 않는 것은 그 속에 내재하고 있는 것들이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 쓰여지던 당시 일본 사회에 팽배해 있던 허무주의, 그리고 삶과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하루키만의 독특한 문체와 어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렇기에 남는 것은 역시 까닭모를 공허함과 허무함뿐이다. ★★★★★ ★★★☆☆

    ‘죽음은 생(生)의 대극(對極)으로서가 아니고, 생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 – 기즈키의 죽음으로부터

    Jan 04

    다 빈치 코드

    댄 브라운 지음 / 양선아 옮김

    베텔스만코리아 펴냄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역사 미스터리. 전세계 40여 개국에서 판권을 계약했고, 10여 개국에서 출간하여 모두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장이 살해당하면서 주인공인 로버트와 소피는 2천 년간 잠자고 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술작품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주인공들이 찾아헤메는 비밀의 단서는 여러 가지 암호로 던져지는데, 이는 지적 호기심을 한껏 충족시켜 주는 랭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깨우치게 된다. 예를 들어, 박물관장이 죽어가면서 남긴 암호 ’13-3-2-21-1-1-8-5’의 의미나 여섯 개의 별이 뜻하는 의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암호 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기호가 나온다. 왜 창과 화살 끝 모양의 꼬리를 가진 캐릭터가 악마를 상징하게 되었는지, 오늘날의 종교는 여자가 수장이 될 수 없고, 원죄를 갖고 태어난 불행하고 타락한 인간으로 낙인찍히게 되었는지 등…
    이러한 비밀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독자들은 놀라움의 감탄사를 내뱉게 되고, 종국에는 가장 중요하고 비밀스럽게 인류에게 전해져온 거대하고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베스트셀러는 잘 보지 않는다.

    게다가 성경의 내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첫째로 내가 좋아하는 암호/기호 이야기였고, 둘째로 생각외로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지만 종교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고,

    셋째로 올해 영화화한다는데 원작도 안보고 영화를 보기는 싫었기 때문이다-_-;;

    번역 상의 오류인지, 작가의 착각인지 책 곳곳에 눈에 거슬리는 엄한 소리들도 눈에 자주 띄었지만

    ’역시 잘 팔리는 책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베스트셀러다운 책이었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잘 찝어내서 적절히 섞어놓았다고나 할까..

    물론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이만한 정보를 수집하고 종합해 낸 작가의 능력에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이 2003년에는 미국에서, 그리고 2004년에는 우리나라 서점가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며칠 전 교보문고 갔을 때 보니 다빈치 코드 관련 서적이 한 두 권이 아니더라.

    게다가 다빈치 코드에 대한 다큐멘터리물도 꽤 여러편 존재한다.

    소재 자체가 아주 흥미롭고, 논쟁거리가 많다는 증거다.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비밀 단체들인 프리메이슨이나 시온 수도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예수를 신의 아들이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보는 색다른 시도..

    현재의 교황청을 중심으로 하는 카톨릭 세력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

    음모론 좋아하고 나처럼 암호나 기호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관심가질 만한 소재다.

    게다가 전체적인 흐름은 헐리웃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작가가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쓴 것인가?)

    마지막에 준비된 반전까지-_-;;

    음모론 좋아하는 사람, 암호와 기호학 관련된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 그냥 할 일 없는 사람은 꼭 봐라.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 ★★★★☆

    아.. 그리고 이 책을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비교하는 사람이 많던데,

    개인적으로는 “장미의 이름”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뱀발// 어라~ 근데 책 펴낸 곳이 베텔스만 코리아다.

    북클럽 회원일 때는 정말 골라 볼 책이 없어서 좌절하게 만들더니 간만에 히트작하나 냈다. 대단하다, 베텔스만 코리아.. -_)乃

    //뱀발2// 책 보고 호기심이 발동한 사람들은 다음 사이트에 방문해보라.

    다빈치 코드에 등장하는 그림, 건물 등 자료 모음 (자월에서 퍼옴)

    성혈과 성배(다빈치 코드와 비슷한 류의 책을 다룬 사이트)

    Dec 18

    너는 기분이 좋으면 멍멍하고 짖는다.
    화가 났을 때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짖지.
    너는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는 데 많은 한계가 있어.
    네가 표현할 수 있는 뉘앙스는 별로 많지 않아.

    하지만 나는 너와 달라.
    기분이 좋을 때, 나는 그 좋은 기분의 미묘한 차이를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어.
    싱긋거리거나 껄껄거릴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엉엉 울 수도 있어.

    화가 났을 때도 마찬가지야.
    나는 허허 웃는 것까지 포함해서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있어.
    그 이치는 아주 복잡하고 대단히 혼란스러워.

    예를 들면 이런거야.
    너는 착한 개야.
    그리고 내가 개를 좋아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지.
    그런데도, 나는 이따금 네가 고양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

    오늘 과제물 제출을 위해 학교에 갔다 왔다.

    어제 시험은 이미 끝났고, 오늘 과제물을 제출하면서 이번 학기가 완전히 끝나버렸다.

    이제 남은 건 알파벳 문자 몇 개가 적힌 종이 쪼가리를 받는 것 뿐이다.

    복학하고 처음 맞이했던 학기, 그래서 더 열심히하려고 노력했고 미약하나마 자신감도 많이 회복됐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모르지만,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내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니까..

    과제물을 제출하고(제출 과정에서 약간의 삽질이 있긴 했다), 밥을 먹고 나니 대략 5시..

    7시 30분쯤에 약속이 있었는데,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오기에는 짧은 시간이어서 학교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방학을 맞아 집에 내려간다는 친구넘을 배웅해주고, PC방에 가서 시간을 때울까 하다가

    “PC방”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매캐한 담배 연기 자욱한 풍경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도서관 휴게실에서 PDA를 들고 놀다가, 열람실에 들어가 상뻬의 책을 한 권 집어왔다.

    “속 깊은 이성친구”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다른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책이다.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상뻬의 그림과 글이 마음을 포근하고 편안하게 했다.

    제목은 ‘속 깊은 이성친구’지만(원제도 저런 의미인지는 모른다-_-), 책 속에는 수탉과 암닭 얘기도 있고

    여자 아이들의 동성친구 얘기도 나온다. (물론 이성 관계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의 묘한 심리들을 이번에도 그의 방식대로 너무나 간결하고 단순하게, 그러나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읽으면서 자꾸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상뻬다운 책이다.

    단 30분만 투자하면, 이 책을 통해 메마른 감성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을 것이다. ★★★★★ ★★★☆☆

    Dec 14

    원래 설문도 별로 안좋아하고, 펌질도 상당히 귀찮아하는데, 우연히 친구 블로그에서 보고 내용이 짧아서 퍼왔다.

    사실은 시험공부해야 되는데 하기 싫어서 뻘짓 중이다. -_-;;

    암튼 설문 시작~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 나는 책상을 늘 깨끗이 하는 편이다. 책은 책장에 있어야 한다. 지금 보고 있는 책이 아니라면 책상에 놔두지 않는다.
    질문을 보아하니 늘 옆에 두고 수시로 뒤적거리는 책이 있느냐는 내용같은데, 좋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그럴 수가 없다.
    가끔 책장 앞에서 책들을 헤집어 볼 때는 있다.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 내용도 중요하지만, 내 경우 책의 제목과 표지 디자인도 상당히 중요시한다. 마음을 확 휘어잡는 제목을 가진 책들은 대개 내용도 좋은 경우가 많다. 제목과 디자인도 책 내용의 연장선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라고 본다.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 티핑 포인트, 홍당무, 국화와 칼, 그리고 읽다가 끝내 다못읽었지만 시뮬라시옹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 솔직히 기억 안난다. 책을 1~2년 전에 처음 읽은 것도 아니고, 나는 내가 읽었던 대부분의 책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에 딱 꼬집어서 언제 어떤 책이다라고 하기가 어렵다. 굳이 들자면 초딩 시절같다. 그 때도 내 인생에 있어 다독의 시기였으니까..

    5.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 데미안, 청소년기에 만났던 막스 데미안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1984, 군대 있을 때 본 책인데 가끔 반추하게 될 때마다 조지 오웰이란 사람이 정말 위대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올해 봤던 티핑 포인트도 나의 사고 전환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6. 단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 1년을 버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1년간 1권의 책만 봐야 한다는 것인가? 그런 상황이되면,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요즘에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듯 하다)을 보면 될 것 같다.

    7. 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 없다. 좋아하는 작가는 몇 있지만 그렇다고 그 작가들의 작품을 다 구해서 읽지는 않는다. 책을 선택할 때 작가 이름은 잘 보지 않는다.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시뮬라시옹, 정말 너무나 놀랍고 새로운 개념을 다룬 책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철학자들, 그리고 철학책들을 아무렇지 않게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부럽다. 그리고 니체, 들뢰즈도 읽어 보고 싶다.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들반들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인가?
    - 헌책이 주는 매력이 있지만, 아무래도 새책이 더 좋다. 요즘은 주변에서 헌책방을 찾기도 쉽지 않거니와 시대가 변하면 책의 해석도 달라져야 하므로 가능하면 새롭게 번역된, 현실 감각에 맞게 재해석된 책을 보는 게 좋다고 본다.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 시집은 거의 사지 않고 자주 읽지도 않는다. 그러나 시집이 땡길 때가 분명히 있다.
    내가 가진 시집이라면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이상의 “오감도”, 그리고 류시화 시인과 이정하 시인들의 책들..
    어쨌든 지금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라면 이정하 시인

    11.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 최고의 때와 장소는 군대에 있을 때다. 이 때 만큼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한 시절이 없었다. 책 읽는 것만이 나의 유일한 낙이었다.
    평소에는 주로 등하교 하면서 지하철에서 책을 많이 본다. 민망스럽게 앞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게 싫기도 하거니와 짜투리 시간이 너무 아깝다.
    집에서는 당연히 화장실에 갈 때다. 책을 보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화장실에 가는 경우가 많다;;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 보시라.
    - 까페에 책보러 간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솔직히 북까페 아닌 이상 책 볼만한 분위기가 아닐텐데..

    13.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가?
    - 나는 단순한 인간이라 멀티 태스킹이 잘 안된다. 음악들을 때는 음악만, 책읽을 때는 책만 보는게 편하고 좋다.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어떤 책을 갖고 가는가?
    - 이건 그 때 그 때 다르다. 보기 편한 잡지를 가지고 들어갈 때도 있지만, 그냥 지금 읽고 있는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님 PDA나 손전화기 들고 들어가서 e-book을 보기도 한다. 요즘에는 “자기를 다스리는 지혜”라는 책을 보고 있다. 단락 단락 호흡이 짧은 책이라 화장실에서 보기 좋다.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 원칙적으로 혼자는 밥을 안먹는다. 혹시 혼자 밥먹어야 할 상황이 되면 그냥 굶어버린다;;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 너무 많다. 나는 늘 온라인 서점 책 보관함에 수십만원 어치의 책들이 들어있다. 나의 재력으로는 도저히 감당 안돼서 구매하는 것보다는 새로 추가되는 것들이 더 많지만, 언젠가는 그 책들이 모두 나의 책장에 꽂힐 날이 오겠지..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가?
    - 요즘 PDA로 지하철에서 “다빈치 코드”를 읽고 있다. e-book은 분명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엄청난 휴대성은 정말 무시할 만한 것이 못된다. 그러나 디지털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아날로그만의 매력이 있다. 종이책은 분명 휴대하기 불편하지만, e-book은 결코 가지지 못할 향기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지금 상태로라면 종이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18.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베스트 셀러는 웬만하면 보지 않는다. 스테디 셀러와는 달리 베스트 셀러는 책 내용보다는 마케팅의 힘으로 순위가 매겨지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시일이 지나고 내 나름대로 판단이 서면 볼 때도 있지만, 대개는 내 선택 밖이다.

    19. 보너스..
    이문열 삼국지의 기록은 가나출판사의 <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의해 깨졌는데, 그 정확한 판매 부수가 오리무중인 것도 기막힌 일이오. 출판사는 공식적으로 천 백만부 정도 나갔다고 신고했지만, 검찰에서는 장부에 없는 판매 부수가 그 두 배가 넘는다고 보고 있다고 하니까.. 책 많이 팔아 먹고도 작가에게 돈 안주고 버티다가, 작가가 고소하고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로소 출판사 오너가 거액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하니 참…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워 놓고도 빼돌린 액수가 드러날까 무서워 판매 부수를 숨기고 있는 형국이오. 왕년에 조정래가 출판사에서 태백산맥 팔아먹고 인세 떼먹는다고 10 년 동안 소송을 벌였던 것처럼,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자 역시 비슷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오

    도갤에서 본 글이다. 나는 우리나라 출판계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 출판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멍들어있지만,
    그래도 책을 만들어내는 일을 공산품 제조와 동일시하는, 사명감없는 출판업계는 빨리 정신차리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라는 건,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 온라인 서점들 할인 안해줘도 되니, 그 만큼 책값의 수준이 낮아졌으면 좋겠다.

    괜히 하드커버로 양장본만 찍어서 비싸게 팔 게 아니다. 예전처럼 서점에서 날렵한 페이퍼북들을 발견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Dec 03

    원숭이는 적을 만들지 않는다

    사쿠라이 히데노리 지음 / 김현희 옮김

    책소개

    히데요시의 인간경영 기술을 현대 비즈니스 문제에 비추어 소개한 책. 다섯 개의 큰 주제 아래 100가지의 인간관계 노하우를 담았다. 특히 목표설정, 성과보상, 인재경영 등 다양한 비즈니스의 문제와 조직 경영과 직원의 가족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까지, 전국시대 당시 히데요시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며 지혜를 구하고 있다.

    이 책에서 히데요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라고 전한다. 적의 허점과 심리상태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이 히데요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던 것이다. 일례로, 히데요시는 홀로 적장을 찾아가 그 위신을 세워주고 신뢰를 확인시켜줌으로써 적을 가장 충성스런 부하로 만들기까지 했다. 이처럼 이 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조차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줄 알았던 탁월한 심리기술자 히데요시의 인간경영 기술을 소개한다.

    사쿠라이 히데노리 – 1931년 도쿄에서 출생했다. 도쿄 외국어대학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했고, 코분샤(光文社)의 ‘재밌는 클럽’에서 시대소설을 담당했다. 이후 마츠모토 세이쵸(松本淸張), 고미 야스히로(五味康裕) 등 많은 작가를 키웠다. 31세라는 젊은 나이로 < 여성자신>의 편집장에 취임하여 판매 100만부를 올리는 잡지사로 키워냈다. 여성지 경력 30년의 노하우를 이론화한 저서나 강연에서는 정평이 나 있다. 운명론에 대한 지식도 깊다. 현재 (주)우먼웨이브 대표이자 쿄리츠 여자대학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결혼 이런 남자를 선택하라」「운명은 35세에 결정된다」등 다수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국사책에 수없이 등장했던 이름, 전국 시대의 일본을 통일한 무장.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을 침공한, 우리에게는 적으로만 느껴지는 남자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군대에 있을 때였다.

    군대에는 국방일보라는 신문이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요일은 기억나지 않는데 목요일인가 금요일쯤이었던 것 같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명성을 획득한 인사들이 책을 한 권씩 소개하는 칼럼이 있었다.

    “내가 읽은 이 책”이던가? 아님 “나를 바꾼 한 권의 책”이던가? 암튼.. 뭐 그런 제목의 칼럼이었다.

    내가 군대있을 때 유일한 즐거움이 독서였기 때문에 다른 때는 몰라도 그 날이 되면 국방일보를 열심히 뒤적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 퇴역 장성이었던 것 같은데, 그 칼럼에서 이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제목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원숭이는 적을 만들지 않는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이런류의 칼럼을 통해 소개되는 책들은 거의 여과없이 구해서 보는 스타일이라서
    (티핑 포인트란 책도 몇년전에 모 신문에서 한 여성사업가가 소개한 책이었다)

    나의 도서 구매/독서 리스트-_-에 올려놓았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책 내용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인 관계 기술에 관한 것이다.

    아무래도 일본인에 의해서 쓰여진, 일본의 영웅적 인물에 관한 글이어서 그런지 많이 미화되거나 왜곡된 점은 있겠지만

    책의 내용만으로 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확실히 매력적인 인물로 여겨진다.

    사회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건 인간 관계인 것 같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몰라도,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들에게서는 “일이 많고 어려워서 피곤하고 힘든 게 아니다. 그것보다는 인간 관계가 더 힘들다. “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나도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사람을 다루는, 대인 기술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그게 그리 쉽게 터득되는 것이던가..

    책 내용은 기대했던만큼의 수준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아무도 네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처럼 제목만 강한 인상을 남겼을 뿐, 내용은 별 거 없었다.

    말단 직원으로서, 조직의 중간 관리자로서, 그리고 최고 경영자로서의 인간관계 노하우를 100개로 나눠서 담고 있는데,

    대부분 피상적으로 짚고 넘어가는 스타일이라 남는 건 없었다.

    대충 요약하면, 히데요시는 주인이었던 오다 노부나가와는 달리 부하들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정에 많이 치중했다는 점,

    부하들의 공은 크게 치하하고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 괜한 희생을 내기보다는 적을 압도하거나 회유해서 싸우지 않고 이기려고 했다는 점,

    일을 할 때는 집중력있게, 그리고 신속하게 처리해서 절반의 비용으로 두 배의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 이런 내용들이다.

    내용의 포커스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도 내게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 내 우유부단한 성격탓인지 아직도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87 기회는 더욱 크게 만들어라 中
    ‘기회의 신은 앞머리밖에 없다’ 라는 속담이 있다. 좋은 기회는 단 한 순간밖에 없고 그 기회를 놓치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다는 의미다. 기업에서 큰 활약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한 순간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결단이 늦으면 그 기회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 [하략]

    인간 관계에 정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볼만 하다. ★★★★★ ★☆☆☆☆

    Nov 24

    홍당무 (Poil de Carotte)

    쥘 르나르 지음 / 윤미연 옮김 / 최영란 그림

    책소개

    가정의 일상 생활을 중심으로 어린이의 갖가지 생활단면과 어린이의 감정을 유머와 짓궂은 기지로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 르나르의 ‘이미지를 쫓는 사냥꾼’으로서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소설로서 작가의 소년시절을 소재로 한 작품이기도 하다. 르삑씨의 둘째아들인 주인공 소년은 머리카락이 붉고 얼굴에 주근깨가 많아서 홍당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는데….

    지은이 소개

    쥘 르나르(Jules Renard)- 프랑스 문학사에서 가장 독특하고도 친숙한 작가로 기억되는 저자는 프랑스 중부으 샬롱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여 어두운 나날을 보낸 그는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시절을 풍자한 작품「홍당무」를 써서 유명해졌다.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여 자연주의 소설에 심취했으며 빅토르 위고와 보들레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세부묘사에 치중하는 당시 자연주의적 경향을 극복하고 군더더기를 없앤 절제된 문장으로 프랑스 문학계에서 주목을 받게 된다. 1907년 공쿠르 학술원의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앴으며 주요 작품으로는「홍당무」「포도밭의 포도 재배자」「박물지」등의 소설과「이별도 즐겁다」「나날의 양식」등의 희곡이 있고, 사후에 전집과 함께 발표되어 훌륭한 일기문학으로 평가받은「일기」가 있다.

    성장소설의 고전이니 뭐니해서 말이 많은 책이다.

    동화의 컨셉 같지만(일본의 영향으로 아동세계문학에 끼어있다지만)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아와 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나이, 그러니까 사춘기 시절쯤에 읽는다면 좋을 책이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며 조금은 안타까웠다.

    “데미안”을 읽으며 선과 악에 대해 고민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익혀가던 청소년 시절에 읽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삶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늘 행복하기만 한 것도, 언제나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늘 불행하고 지루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때로는 행복하게 웃다가도, 때로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게 인생이다.

    그래서 인생이 살아갈만하고 아름다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쥘 르나르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책 뒷부분의 역자의 서평을 보며 짐작되는 내용, 그리고 책을 읽고 아련하게 가슴에 남아있는 느낌대로라면,

    결국 “홍당무”가 살아가는 모습은 일반적이고 현실적인, 우리의 삶을 그대로 투영시킨 게 아닐까 싶다.

    늘 일탈을 꿈꾸지만, 너무나 잔인하기만 한 현실.. 홍당무처럼, 난 또 체념한 체 살아간다.

    이렇다 할 엔딩없이 끝나버린 소설.. 긴 여운이 남는다. ★★★★★ ★★★★☆

    Nov 19

    책소개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마르슬랭 까이유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엮은 성인동화이다. 어른이 읽기에도 부담없는 책으로 장 자크 상페의 재치와 익살, 그리고 따뜻한 감성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특이한 병으로 인해 따돌림받고 외로워하는 아이가 역시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쏟아내는 아이를 만나면서 키워가는 우정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우리의 주인공 마르슬랭 까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빨개지는 얼굴 때문에 외톨이로 지낸다. 하지만 꼬마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어디에서고 ‘아아츄’ 하고 재채기를 해대는 르네 라토를 만난 것이다. 마르슬랭과 르네는 서로 닮은 모습을 보면서 그때까지 아픔이었던 서로의 특징들을 우정을 통해 확인하고 즐거움과 신나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 시간도 잠시뿐 르네가 이사를 가고, 마르슬랭은 다시 혼자가 된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돼서 우연히 다시 만난 그들은 더욱 깊어진 우정을 느낀다는 줄거리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어린 시절 깊은 우정을 나눴던 친구가 슬몃 떠오르며 가슴 한 켠을 그리움으로 가득 채우는 책이다.

    지은이 소개

    장 자끄 상뻬(Jean-Jacques Sempe) – 1932년 6월 17일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났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소년 시절, 악단에서 연주하는 것을 꿈꾸며 재즈 음악가들을 그리면서부터였다. 1960년 르네 고시니를 알게 되어 함께 「꼬마 니꼴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1962년에 첫번째 작품집 「쉬운 일은아무것도없다」가 나올 때 그는 이미 프랑스에서 데생의 1인자가 되어 있었다. 이후 드노엘 출판사와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그는 지금까지 30권 가까운 작품집들을 발표했고, 이 책들은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었다. 상뻬는 프랑스의 「렉스프레스」「파리 마치」 같은 유수한 잡지뿐 아니라 미국의「뉴요커」의 가장 중요한 기고자이기도 하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새빨개지는 꼬마에 대한 짧은 그림이야기이다. 상황에 관계 없이 얼굴이 빨개져서 외톨이가 되어 버린 마르슬랭에게는 친구가 있다. 어디에서고 「아아츄」하고 재채기를 해대는 르네 라토, 그 둘의 만남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아름다운 우정으로 변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르네가 이사를 가고 둘은 연락이 끊기게 된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우연히 다시 만난 두사람, 서로의 우정을 다시금 쌓기 시작하는데……「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콤플렉스를 안고 있지만 우정과 사랑으로 서로의 아픔을 달래며 성장해 가는 두 사람에 대한 동화 같은 소설로, 투명한 그림과 함께 가슴이 따뜻한 사람 상뻬가 보내는 감동 어린 메시지이다.

    그의 주요 작품집으로는 「랑베르 씨Monsieur Lambert」(1965), 「가벼운 일탈Un leger decalage」(1977), 「아침 일찍De bon matin」(1983), 「사치와 평온과 쾌락Luxe, calme et volupte」(1987), 「뉴욕 스케치Par avion」(1989), 「여름 휴가Vacances」(1990), 「속 깊은 이성 친구Ames soeurs」(1991), 「풀리지 않는 몇 개의 신비Insondables mysteres」(1993), 「라울 따뷔랭Raoul Taburin」(1995), 「거대한 꿈들Grands reves」(1997) 등이 있다.

    내가 장 자끄 상뻬를 처음 접한 건 “꼬마 니꼴라”란 책을 통해서였다.

    그러나 아주 어렸을 때 봤던 탓에, 책 내용도 아닌 삽화에 신경 쓸 여유따윈 없었다. 물론 지금은 내용도 기억나지 않지만-_-;;;

    초등학교 다닐 때(5학년이나 6학년쯤 됐을 것이다) “좀머 씨 이야기”를 보았고, 그 때 비로소 단순하면서도 시선을 잡아 끄는 그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쥐스킨트란 인물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당시에도 상뻬는 내 관심밖이었다.

    그러다가 3~4년 전 쯤에 우연히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작품의 작가가 “장 자끄 상뻬”이며, 좀머 씨 이야기의 삽화가란 것도 알게 되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상뻬 작품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다.

    얼마 전,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몇 년 전의 감동이 살아나는 듯 했다. 마르슬랭 까이유와 르네 라토의 아름다운 우정…

    책장을 넘기는 내내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머물렀다.

    한 편으로는 내 모습을 돌아보며 부끄러움도 느꼈고, 내게도 이처럼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나 내 자신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진한 감동보다는 잔잔하고 여운이 길게 남는 그런 감동을 원한다면 꼭 봐야할,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다. ★★★★★ ★★★★☆

    Nov 18

    지은이

    필립 체스터필드(Philip Dormer Stanhope Chesterfield) – 18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저술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한 후 젊은 나이에 의회로 진출하였다. 폭넓은 지식과 뛰어난 웅변, 매력적인 매너와 풍부한 유머로 당시 정계를 주도햇으며, 뛰어난 기지와 예리한 인물 관찰을 바탕으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친 한편, 계몽 사상가 볼테르, A.포프, J.스위프트 등의 작가들과 깊은 교류를 나누었다.

    책소개

    이 책은 필립 체스터필드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대사로 근무하는 동안 아들에게 자신이 경험으로 터득한 인생의 지혜를 적어 보냈던 편지들을 한데 모아놓은 것. 출간 직후 영국 상류사회의 자녀들을 위한 교과서로 쓰일 만큼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이 책은 세상을 터무니없이 미화하거나 부정하는 사람들의 말에 결코 현혹되지 않고 냉엄한 현실을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현명한 삶의 지혜를 전해준다.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이튼 스쿨 등 유명 대학에서 교재처럼 사용되고 있는 최고의 인생론이자 명저로서 현재까지 전세계 천만 명 이상의 독자들의 삶을 변화시켜 놓은 이 책은 당당하고 지혜롭게, 후회없이 멋지게 사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여 자신의 인생의 최고 경영자로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준다.

    저자의 말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못한 채 미로처럼 복잡다단한 사회에 발을 내딛는 젊은이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 이미 그 길을 걸어본 경험자가 사회의 특성을 담은 안내서를 건네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여기에 쓴 글은 내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어렵게 터득한 삶의 지혜를 모은 것이다.

    제목만으로 어필하는 책들이 있다.

    앵무새 죽이기(하퍼 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내가 죽을 때 누가 울어줄까(로빈 샤르마),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이정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움베르토 에코)… 이런 책들을 선택하고서 후회한 적이 거의 없다.

    이 책 역시 인터넷 서점에서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찮게 제목을 보고 바로 질러버린 책이다.

    얼핏 보면 평범한 제목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당시의 나의 감성에 와닿는 제목이었나보다.

    내용은 별 거 없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편지로 전해 준, 자신이 살아오면서 얻는 삶의 지침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이런 류의 책들이 늘 그렇듯이 뻔한 얘기들이다.

    단지 내가 나중에 내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직접 들려준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삶의 지혜란 것이 그냥 책에서 읽고 몸에 익힐 만한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기억에 남는 문구는 안타깝게도 하나밖에 없다.

    “언행은 부드럽게, 의지는 강하게”하라는 말인데.. 책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저자의 강조하고자 하는 삶의 태도다.

    내용도 비교적 적고, 빨리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제목만큼도 나를 감동시키지 못한, 돈 주고 사서 보기에는 좀 아깝다싶은 책이다. ★★★★★ ☆☆☆☆☆

    Oct 27

    책소개

    원자보다 작은 극미세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은 20세기 이론물리학의 커다란 혁명이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엔 지나치게 난해한 이론이다. 이 책은 루이스 캐롤의 걸작 동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독창적으로 재구성해 양자역학의 모든 것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한다.

    이 책에는 광자와 전자가 벌이는 환상적인 레이저 쇼, 가상 현실 세계의 경이로운 풍경, 중성자의 침입으로 아수라장이 된 러더퍼드 성, 입자들의 가면 무도회에서 현란한 춤을 추는 쿼크 삼형제 등 양자역학의 핵심 주제들이 앨리스의 모험여행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지은이 소개

    로버트 길모어(Robert Gilmore) – 영국 브리스톨 대학 물리학과 객원연구원 입자물리학을 전공했으며, 브룩헤이번 국립연구소와 스탠퍼드 선형가속기센터, 제네바의 유럽 공동 원자핵연구소 등에서 일했다. 과학의 대중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그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오즈의 마법사」「스크루지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같은 잘 알려진 고전적인 동화를 각색해 물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들을 펴내 큰 명성을 얻었다.「쿼크의 마법사」「스크루지의 수수께끼 캐럴」과 함께 과학 판타지 삼부작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양자 나라의 앨리스」외에「물리학 환상여행」등의 책을 펴냈다.

    이충호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과를 졸업한 뒤 과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쿼크의 마법사」「이야기 파라독스」「도도의 노래」「자연, 예술, 과학의 수학적 원형」「초파리」「와인 전쟁」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으며,「세계를 변화시킨 12명의 과학자」로 2001년 우수과학도서 번역상을,「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로 제20회 한국과학기술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한마디로 난해하다.

    양자역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기존의 상식과는 완전히 어긋나는 면이 많다보니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너무 어려웠다.

    책 소개에는 쉽고 재밌게 풀어써서 어린이들도 볼 수 있다는데, 내게는 어려웠다.

    오! 지쟈쓰~ 지적 수준이 애들보다도 못하다니-_-;;

    아마도 내가 머리가 나쁘거나, 너무 늙어서 새로운 상식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 좋은 책이기는 하다.

    이 책의 저술 목적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양자역학의 소개라면

    그 목적에 아주 충실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같은 과학맹도 양자역학이 어떤 “것일” 것이다-_-;;라고 대충 감은 잡히니까.

    읽으면서 뭔가 머리가 약간은 깨이는 느낌이었다.

    전혀 새로운, 낯선 것을 경험했을 때의 느낌..

    그런게 책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라나..

    평점은 ★★★★★ ★★☆☆☆

    Oct 11

    책소개

    변화란 어떻게 일어나며,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변화를 일으키는 몇몇 사람의 놀라운 능력’과 ‘변화를 유발하는 상황의 힘’이 중요함을 설명한다. 특히 어떤 시점에서 점화되어 단시간에 기하 급수적으로 전파되는 많은 사례도 보여준다.

    < 뉴요커>의 기고 작가로 활약중인 말콤 글래드웰은 어떤 매개체를 통해 제품과 아이디어와 행동이 급속도로 전염되는 것인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작은 것이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의미의 책제목처럼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티핑 포인트의 순간을 포착해 자신의 기회로 활용하는 법을 소개한 책. 2000년에 출간된 「티핑 포인트」의 개정판이다.

    지은이 소개

    말콤 글래드웰 – 영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랐다. 토론토 대학을 졸업한 그는 1987년부터 1996년까지 ‘워싱턴 포스트’ 리포터로 일했으며 1996년부터 ‘뉴요커’의 기고 작가로 활약중이다. 머리 염색과 쇼핑에서 시작하여 유행성 감기 독감에 이르기까지 지칠 줄 모르는 지적 탐구와 호기심이 반짝이는 그의 글은 ‘뉴요커’ 애독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오랜만에 책을 다 봤다-_-;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이 자기를 빨리 좀 읽어달라며 날 자극한다.

    그러나.. 짜여진 일과표대로 생활하다보니 여유를 찾고 책을 보기가 힘들다.

    그나마 집에서 갖는 하루 1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도 요즘 시험과 과제 작성에 치여 사느라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는 시간은 등하교시 지하철 이용시간뿐이지만, 등교할 때는 무가지 신문을 보며 세상 물정 파악하고-_- 하교시에나 지친 몸을 겨우 추스리고 책을 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 권 읽기도 빡세다;;

    역시 독서하기는 군대가 젤 좋더라는 결론-_-;; 독서를 하고 싶거들랑 입대하면 된다.

    암튼 이 책은 정말 최고의 책이다.

    책을 보며 물밀듯이 밀려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이 책을 보고 있다는 것이, 선택받은 소수라는 생각이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나를 전혀 새로운 세계로 눈을 뜨게 해준 책이다.

    정치적으로 나를 성장시킨 게 조지 오웰의 “1984″라면,

    이 책은 사회 문화적으로 내게 그런 영향을 끼쳤다. 너무 거창한가?

    다 보고 나서도 그 여운때문에 가방에 넣고 다닐 정도라면 말 다한 거겠지;;

    우리 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책이지만, 그 가치는 이미 인정받아서 몇년 전 포브스지가 선정한 경제서적 20권에도 들어간 적 있다 한다.

    단돈 만원으로 큰 감동을 느끼고 싶은가?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서 책을 질러보라;;

    나의 평가는 ★★★★★ ★★★★★+★ (10점 만점+1점)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