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7일
내일로 예정되어 있던 대학원 합격자 발표 문자가 왔다.
면접 볼 때, 너무 삽질을 한 탓에 당연히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아무 기대 안하고 합격자 조회를 했다.
결과는 역시나 불합격.
전공 관련 질문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대답도 못하고 우물쭈물 대던 나였으니 합격하면 오히려 그 학교를 불신하게 되었으리라.
무슨 일이든 간절함과 노력 없이는 아무 결실도 맺을 수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일단은 그냥 회사를 더 다닐 생각이다.
한 달 정도 뒤에는 진급도 예정되어 있고, 그 이후에 이직을 생각해보는게 나을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대학원 진학에 대해 정보를 구하다가 듣게 된, “지금 대학원 들어가기에는 늦은 나이”라는 말을 면접에 들어가자마자 교수가 내게 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기에 더욱 결심을 굳혀본다.
결국 대학원 진학도 내게는 그저 도피처일 뿐이었나 보다.
2011년 12월 8일
나이를 먹으니 점점 흐리멍텅, 점점 “중간”이 넓어진다.
젊었을때는 뭔가 극명하게 “예”와 “아니오”를 구분할 수 있었는데 (물론 그것이 옳고 그름과 통하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점점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다고 타협하며 그레이존을 넓히게 된다.
극단적인 사고를 지양하고 여유로워졌구나.
세상을 보는 인식의 폭이 넓어지고 아량이 커졌구나.
마치 내 자신이 전보다 더 성숙해지고 어른스러워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마도 실패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줄여 보려는 본능적인 방어기재일 것이다.
지금은 성공과 실패를 알 수 없지만, 만약 지금의 선택으로 내가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 겁난다.
아마 이것이 관용과 여유로워짐의 실체일 것이다.
나이먹는다는 것은 어른스러워지는 것과는 다른 말이다.
어른이 되기 전에 나이를 먼저 먹고 싶지는 않았는데..
내 나잇값 하면서 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요즘 결혼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회사 여직원이 내게 조언을 구해와서 내가 해준 얘기가 바로 어른 되기 전에 나이부터 먹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그런 조언 해 줄 자격이 나부터도 없다는 게 우습다..
2011년 12월 9일
뜻하지 않은 연락이 왔다.
지금 이 블로그도 거의 업데이트 없이 가끔 소소한 글이나 올리고 있는 정도이지만,
다음에서 운영하는 티스토리 블로그 계정은 거의 이벤트용으로나 써먹는 곳이다.
티스토리에서 1년에 한번씩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탁상달력 사진 공모전을 하는데 당선된 사진들로 달력을 제작해서 블로그들에게 배포하는 행사다.
아마 올해가 세네번째 쯤 되었을 것이다.
나도 작년부터 참여했는데, 원래 사진 찍는 일 자체도 별로 없고 사진 찍는 재주도 없는 터라 참여만 하는 수준으로 응모를 했다.
그런데.. 덜컥 당선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참가상(탁상달력 1개) 기대하고 응모한 것인데, 정말 일말의 기대없이 응모했던 것인데 이렇게 당선이 되다니
한 편으로는 얼떨떨하면서도 인생은 뜻하지 않은 곳으로는 잘도 흘러 가는구나 싶은 무상함이 느껴진다.
엊그제 대학원 불합격 소식을 듣고 난 뒤라 그 결과와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것 같다.
간절이 바라지 않아도 될 일은 되는구나.. 하핫…
그나저나 당선작들을 보고 있노라니.. 왜 내 사진만 이리 허접해 보이고 끼지 말아야 할 자리에 끼어있는 듯한 기분인걸까.
그럴 이유가 없음에도 괜히 부끄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