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이고, 추리소설계에서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추리소설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소설의 배경이나 대략적인 이야기 흐름 정도는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살아 온 그들은 나이도 제각각,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오웬”이라는 미지의 인물로부터 초대를 받아 “병정 섬”으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성대한 파티가 아니었으니,
그곳은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면서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처벌받지 않았던 그들을 처단하기 위한 처형장이었던 것이다.
“병정 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들의 인원수와 일치하는 10개의 병정 인형, 그리고 어렸을 적의 자장가로 기억하던 “꼬마 병정” 이야기.
그들은 “꼬마 병정” 이야기를 흉내낸 모습으로 차례차례 한사람씩 죽음을 맞게 되고,
그 섬에 그들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점점 서로에 대한 불신과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죽음에의 공포로 고통받게 된다.
…
이 꼬마 병정 모티브는 이후에 많은 영화와 소설 등에서 재활용되었기에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다.
결국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베라 클레이슨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어 초대받았던 10명이 전부 죽게 되고 섬에는 아무도 없게 되지만,
에필로그를 통해 사건의 진상과 진범을 폭로하고 있는데…
앞서 얘기했듯이 워낙 유명한 이야기고 이미 트릭을 알고 있던 터라 결말을 보며 충격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실 이 작품은 워낙 오래 전에 씌여진 작품이고 그래서 요즘 추리소설만큼 정교하게 잘짜여진 트릭, 매력적인 캐릭터, 독자의 뒷통수를 때리는 놀라운 반전, 긴장감과 속도감을 고조시키는 플롯 등과는 거리가 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배경,
즉, 완전히 고립된 곳에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고, 나를 비롯한 누구도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우리 중 누군가는 범인이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짐작도 할 수 없어 어느 한 사람에게도 믿음을 줄 수 없는 절대적인 불신의 상황에 처해지고,
다음에 희생될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기에 그저 죽음에 대한 공포로 벌벌 떨어야만 하는 상황을 섬이라는 공간과 미지의 인물에 의한 초대, 꼬마 병정 이야기 등을 통해 멋지게 창조해냈다는 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역시 크리스티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_=)b
게다가 인간의 심리에 대한 묘사는 지금 보아도 상당히 훌륭하게 느껴진다.
어렸을 때 봤었나 긴가민가 하며 집어든 책이지만, 예상외의 몰입감으로 상당히 재미있게 본 것 같다.
ex libris >>
「결론은 명백하오. 오웬이라는 자는 우리 중의 하나요」
- p.151
보이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것이 있다면 막연하고 불가사의한 위험뿐이었다.
- p.237
「모르시겠어요? 지금 우리는 동물원에 있어요. 어젯밤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어요. 동물원은 바로 여기라고요」
-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