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사전지식 없이, 인터넷에서 일일 특가판매를 하고 있기에 나도 모르게 사버린 책.
이것도 분명 병은 병이다.
아직 읽지도 못한 책들이 집안 여기저기에 무수히 쌓여있는데, 왜 책 지름은 멈추질 않는 것인가.
사실은 박완서, 이해인, 장영희, 정호승 등 이 책의 쟁쟁한 작가군을 보고 사게 됐다는 게 첫째 이유고,
그런 인생 선배들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들이 담겨있다는 게 둘째 이유일 게다.
늘 좋은 일만 벌어질 수도, 항상 행복할 수도, 언제나 평탄할 수도 없는 게 우리네 삶이고 인생이지만 그래도 때로는 지쳐서 누군가의 위로의 손길을 절실히 그리게 된다.
그럴때 옆에서 늘 힘이 되어주는 인생의 조언자가 있다면 좋겠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인생의 호사를 누리지 못하기에 늘 따뜻한 위로와 조언에 굶주려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책속에 나오는 “우선은 살고 볼 일이요, 철학하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primum vivere, deinde philosophari.”라는 베르그송의 인용문처럼 화자들은 우리들에게 삶 그 자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삶에 충실하라고 가르친다.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작가들은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들의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
대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동경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만족과 즐거움을 찾으려고 느력하며, 삶을 좀 더 긍정하고, 이웃과의 나눔과 유대를 기꺼워한다.
그리고 그들은 알고 있다.
삶이란 것은 누군가, 무엇인가에 의해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에 의해 “살아가는” 것임을.
쉽게 읽히지만, 많은 여운을 남기는 글들, 종이냄새 저편에 은근히 풍기는 향기가 맡아지는 좋은 글들이었다.
나중에, 내 주변의 고운님들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 libris >>
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하다는 걸 몸으로 느꼈고, 그건 인생을 마감할 시점에서도 명심해야 할 교훈이 되었다.
- pp.11~12, 기분 좋은 날(박완서)
나이 들어 가는 것은 인생의 불가해함, 보이지 않는 존재의 의미를 긍정하고 수용해 가는 과정이기도 한가 보다. 젊은 시절, 나는 프랑스 화가 쿠르베의 ‘나는 천사를 그리지 않는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라는 사실주의 선언에 쾌감과 공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러나 살아갈수록 모르겠는 것, 끝내 나는 알지 못한다, 라는 고백에 도달하게 하는 것은 인생의 아이러니이기도 하고 신비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p.80~81,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오정희)
그래도 될 수 있는 한, 어떤 일이 있어도 너무 절망에 빠지지 말고 너무 희망에 치우치지도 말자고 자신에게 다짐한다. 풍부하기 보다는 풍성하게, 부유한 것보다는 후덕하게, 팽팽한 것보다는 조금 느슨하게, 빠른 것보다는 조금 느리게 살아가자고 또 다짐한다. 내가 가끔 숲을 찾는 이유도 이런 것에 있다.
- p.108, 생명의 나무는 영원한 초록빛(천양희)
사람이 스스로 존귀하다고 여길 때와 모든 이웃이 다 존귀하다고 여길 때보다 더 사람다울 때가 있으랴. 그리하여 만약 당신이 지금 당장 행복하지 않더라도, 삶이 고단하여 힘들어 하거나 슬퍼하고 외로워하더라도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다.
왜냐하면 그런 당신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p.126,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서정오)
그러나 행복이 반드시 뭔가를 많이 갖고, 이름을 떨치고, 높은 자리에 올라야 가능한 건 아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내가 못 가진 것에 연연하고 투덜거리며 늙어 가는 것보다는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스스로 ‘난 참 축복받은 사람이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 p.159, 축복받은 낙천 유전자(유인경)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천국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좌판에 널려 있는 물건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을 좌판에 내놓고 삶을 흥정해서는 안 된다. 산다는 건 이겨낸다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살아있기에 삶을 희망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책 뒷표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