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06
잘 만들어진 슬로우 푸드 같은 영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카모메식당(かもめ食堂, 2006)”이었다.
여성 감독답게 아주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로 강한 인상을 남겨주더니,
어쩌다 접하게 된 “안경(めがね, 2007)”으로 또 한 번 즐거운 미소를 머금게 만들어주었다.
무슨 까닭에서인지, 문명을 벗어던지고 싶은 생각에 휴대폰 전파가 닿지 않는 어느 바닷가 마을을 찾게 된 타에코.
그녀는 그곳에서 봄마다 마을을 찾아와 빙수를 파는 사쿠라,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젊은 생물 선생 하루나, 손님이 붐비는 것을 걱정하는 이상한 민박집 주인 유지 등과 함께 소통하게 되고,
처음에는 사색하는 법을 몰라 지루함을 느끼던 그녀였지만, 어느 틈엔가 사색하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색할 수 있는 그곳에서 “사색의 삶”에 적응하게 된다.
빙수는 먹지 않는다며 소통을 거부하던 그녀가 어느 틈엔가 사쿠라표 빙수의 맛을 알게 되고,

함께 체조하며 완전히 그들 속에 녹아들게 되면서

그녀는 비로소 마지막으로 자신과 문명을 이어주던 한 가닥의 실, 안경을 벗을 수 있게 된다.
유쾌한 영화다.
오키나와 어디쯤일까 싶은 배경 속의 바닷가는 왠지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내년 여름은 저 곳에서?

그것만으론 안 되나요? 뭔가 이유가 없으면 안 되는 건가요?
아무리 성실히 한다해도 휴식은 필요해요.
중요한 건 조급해 하지 않는 것. 초조해 하지 않으면, 언젠간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