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13

한국 사회는 유교적 기틀과 이로 인한 가부장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고,

아직도 집단을 개인보다 우선하는 공동체 문화가 사회 곳곳에,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 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학교에 가든, 군대에 가든, 직장을 가든,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에 속하게 되면 그 속에 속한 개인의 목소리는 집단의 크기와 반비례하며 점점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 집단에 속하지 못하거나, 집단 내의 주류 문화에 편승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은 그저 숨죽이고 조용히 침묵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침묵하면 침묵할 수록, 그들의 자리는 한없이 줄어들 뿐이다.

(여성)장애인, 성매매 종사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새터민), 재일조선인 등, 우리가 그동안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많은 아웃사이더들이 이 책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 요구하는 것, 바라는 것들이란 너무나 당연히 주어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들이기에 그 목소리는 비장하게 들리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외침대로 쉽게 그 권리들이 주어지지 않을 사회라는 것을 알기에 그 목소리는 애절하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할 줄 아는 것.

그들은 단지 주류에 속한 자들과 다를 뿐이지, 그들이 틀리다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 주는 것.

예전에 나는 그것이 진보적인 사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 생각을 고쳤다.

진보는 다른 자체를 부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그들과 나는 그냥 똑같은 “인권”과 “인격”을 가진 “사람”일 뿐, 다름의 시각으로 구분할 이유는 없다.

나 또한 어떤 면에서는 이 사회의 외로운 아웃사이더일 테니까.

 


ex libris >>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엔 인간이 상상한 일은 어디선가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

- p.69, 「나는 장애를 가진 여성이다」

 

마치 한국 사회의 근대화가 합리적 핵심은 쏙 빼놓고 극단적인 국가주의(민족주의), 군사주의와 결합한 산업화 과정을 밟아온 것처럼, 한국식 개인주의에서는 생동하는 개인들의 자율적 의지를 느낄 수가 없고 그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과 마지못해 주류에 끼어들려는 소극적 권력 의지만이 두드러질 뿐이다.

- p.108,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길」

 

인간이 좋은 것 싫은 것을 구별하는 마음은 탐냄을 만든다. 또한 탐내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화가 난다. 마지막으로 화가 나면 폭력이라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

- p.130, 「내가 선택한 병역거부」

 

재소자와 이주 노동자가 어떤 처지에 있는가는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말해주는 훌륭한 지표다. (중략) 프랑스에서 종이 없는 이주 노동자들이 종이를 얻기 위해 단식 투쟁을 할 때 그들과 항상 함께 하는 인류학자 에마뉘엘 테레는 인류에겐 흑인종, 황인종, 백인종의 인’종’이 없고 다만 인’류’뿐이라고 외친다. 지금까지 인류는 뒤섞이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획득해왔다.

- pp.303~304,「아내는 이주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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