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10

오랜만에 펼쳐 든 교양서적.

학교 다닐 때, 암기 과목이라면 치를 떨었던 나였기에 “세계사” 수업은 평소보다 더 무거운 눈꺼풀과 싸워야 하는 시간이었다.

자연스레 나는 “세계사”라는 녀석과는 점점 멀어졌고, 덕분에 지금도 평균 이하의 세계사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오며 이런 저런 책들을 통해, 단편적인 지식들을 더해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나는 모르는 게 참 많다.

그래서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세계사를 다루는 책을 만나면 굉장히 반갑다.

요즘도 가끔 농약이나 청산가리(시안화칼륨) 등을 이용한 독살사건들이 기사화 될 때가 있다.

그리고 “독”이라는 건 아직도 추리소설과 스릴러 영화의 훌륭한 소재가 되고 있다.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는 데에 물리적인 힘이 크게 필요치 않기에 여성이나 노인같은 약자들도 쉽게 죄를 범할 수 있고,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다른 매개물을 이용해서 타격을 줄 수 있기에 멀리 떨어진 적도 제압할 수 있다.

게다가 호흡기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어 광신도나 사회 부적응자의 훌륭한 범죄도구가 되기도 한다.

(써놓고 보니 독물 찬양론자가 되어버린 느낌..)

그래서 추리물, 스릴러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나로서는 전부터 관심을 많이 갖던 소재가 바로 “독”이었고,

고대 이집트, 그리스 사회로부터 중세시대를 거쳐 현대에 까지 이르는 “독약”의 “세계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분명 내게 많은 흥미를 끌게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운 부분이 많았으니,

첫번째는, 너무 서구의 중세 위주로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분명 동양에도 독물에 대한 이야기가 역사 곳곳에 있을 터이고, 먼 과거나 최근의 경우에도 그러할텐데,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이 많이 부실한 듯 했다.

200 페이지 남짓의 책 한권으로 다루기에는 지면의 한계가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인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많이 아쉬웠다.

두번째는, 아무래도 칼럼들을 엮어서 펴낸 책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통일성과 일관성이 결여된 느낌이고 그래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여러가지 독물사건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지만, 대개 1페이 남짓의 사례들을 주욱 나열만 하는 느낌이라 흥미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세번째는, 구성의 측면에서 주인공인 “독약” 보다는 고대-중세-근대-현대라는 시대의 흐름을 위주로 편집되어진 점이다.

그런 뻔한 순서보다는 역사적으로 출현 회수가 많았던 독물 위주로(비소, 시안화물 등)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한 건 이런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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