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8

처음으로 신용카드 결제대금 연체를 했다.

입사하고 1년여의 시간 동안 신용거래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내 신용정보를 조회해 볼 정도로(다행히 내가 다니는 회사는 금융회사라 언제든 조회기록 없이 열람이 가능하다) 신용관리에 민감했던 나였는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로 연체가 되었다.

물론 요즘 극심한 현금 유동성 부족에 힘들어하고는 있지만 다행히 꼬박 꼬박 입금되는 월급 때문에 상습 연체자로 몰릴 위기는 아니었다.

카드 결제 계좌를 바꾸는 과정에 일어난 작은 문제 때문이었다.

성격상 한 가지 카드로 열심히 긁고 다니지 못해서, 여러 카드사의 카드들을 사용하다보니 결제 계좌도 제각각이라 상당히 불편했었다.

결제일과 결제금액, 결제계좌를 일일이 챙기는 것도 일이라서 이번달 카드대금 청구서를 받고 나서 결제 계좌 변경을 했다.

카드사 홈페이지에 로그인하고 결제 계좌를 바꾸니 다음달부터 적용된다는 안내가 나오길래 금융결제원 CMS 전산 처리가 시간이 좀 걸리나보다 싶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당연히 원래 결제되던 계좌에 결제대금을 넣어놓고 있었는데..

어제(카드 결제일) 무심코 인터넷 뱅킹에 접속해보니,

변경한 결제계좌에서 대금이 빠져나간 게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새 계좌에는 잔고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결제되지 못한 금액은 그대로 연체처리가 될 상황이었다.

자주 쓰는 카드가 아니어서 결제 금액도 작았고, 통장 잔고가 부족해 미결제된 금액은 6천원 남짓이었지만, 연체된다는 사실 자체가 찝찝해서 가상계좌에 직접 입금하는 방법 같은게 있나 알아봤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잘못이 아니다 싶어 고객센터에 전화해 항의를 했다.

처음에는 상담원이 하루 연체되는 건 문제 없다며 오늘 입금하거나 자동이체되면 해결된다고 하길래

결제계좌 변경은 다음달부터 적용된다고 안내해놓고 왜 이달부터 적용한 거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연체이자를 감면해주겠다고 하더라.

나는 고작 13원의 연체이자가 아까워서 이러는 게 아니라며, 내 잘못도 아닌 일로 연체된다는 사실이 기분나쁘다고 다시 항의를 했고,

결국 몇 차례 통화를 더 한 뒤에, 내 하루간의 연체기록이 삭제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상황이 종료되었다.

별 것 아닌 일에 내가 괜히 흥분해서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시비비는 명확히 가려야 한다는 내 가치관 때문에라도 그냥 간과하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었다.

어쨌든 이번 일을 겪으며 내가 느낀 건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역시 우리 사회는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대우받는 후진성이 아직까지는 강하다는 점이다.

통화할 때마다, 내가 항의하며 요구할 때마다, 점점 달라지는 카드사의 태도를 보니 고객 입장에서 먼저 생각한다는 서비스는 아직은 말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두번째는, 그런 사회에서 더 발전하지 못하는 데는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직 많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생각이 사회 저변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한, “목소리 작은 사람”도 알아서 대우받고 존중받는 사회는 요원할 것이다.

세번째는, 얼굴도 모르는 나같은 진상고객에게서 까칠한 항의성 전화를 받고 응대하느라 진땀을 뺐을, 그 상담원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었다.

사소한 일에 괜히 광분해서 민감하게 대했던 게 아닌지,

소비자의 권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뒤에는 절대로 내가 손해볼 수는 없다는 이기심이 깔려있지는 않았는지,

전화라는 도구의 뒤에 숨어서 내가 그토록 혐오하던 마초적인 폭력성을 보이고 있지는 않았는지..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겨 주었다.

요즘의 나는 욕구불만인가 보다.

어떤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쓸 데 없이 예민해진 것 같다.

5월 초에 있을 연휴 기간에 “여유”를 다시 찾아봐야지..

Tags:

Leave a Reply

What is 11 + 6 ?
Please leave these two fields as-is:
IMPORTANT! To be able to proceed, you need to solve the following simple math (so we know that you are a hum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