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09

미학자 진중권이 본래의 전공을 살려(?) 펴낸 책으로, 4만부 넘게 찍어낸 꽤 많이 팔리는 책이다.

상상력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상상력을 키워내기 위한 노력으로 “놀이”에 대해 다룬다.

우리가 어린 시절, 호기심과 즐거움에 매달려 열심히 “놀았을” 때, 우리의 상상력이 가장 순수하면서도 가장 강했다는 것을 전제로,

주사위, 그림자 놀이, 물구나무, 삼행시(아크로스틱), 마술, 불꽃놀이, 만화경, 종이접기 등에 대해 미학적인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 쓰고 있다.

지식 전달이라는, 책의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책 읽는 즐거움을 충분히 불러일으키는 책이라는 점에서 근래의 읽은 것 중에서는 가장 유익하지 않았나 싶다.

적어도 책 읽는 동안에는, 나 역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 놀이 문화의 향수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ex libris >>

대칭을 이루는 형태는 복잡함 속에 질서를 담고 있어, ‘다양성의 통일’이라는 오랜 미의 정의에 그래도 들어맞는다. 다양한 것은 정신이 사납다. 단순한 것은 금방 싫증이 난다. 하지만 다양성 속에 동일성이 들어 있을 때, 인간은 쾌감을 느낀다. 그 다양성의 통일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칭’이 아닌가.

- p.284

 

기계는 점점 자연스러워져 인간을 닮아간다. 탱글리의 기계는 심지어 작품을 창조하기까지 한다. 반면 인간은 점점 기계화하여 인형을 닮아간다. 미래파 예술가들은 인간 신체의 금속화를 꿈꾸었고, 다다이스트들도 현대인의 신체를 기계로 표현한 바 있다. 안드로이드(android)와 사이보그(cyborg)는 서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접근하다가 언젠가는 서로 접속하게 될 것이다. 로봇 속에서 마술과 예술과 기술은 하나가 된다. 하긴,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았던 다이달로스는 마술사이자 예술가이자 기술자가 아니었던가.

- p.348

 

상상력 혁명은 논리적·추론적·선형적 사유를 배제하지 않는다. 외려 그것을 전제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을 뿐이다. 그것은 합리성에 대한 무차별한 공격이 아니다. 합리성이 창의성을 억누르는 지점에서 행하는 즐거운 반역이다. 교육을 통해 획득한 익숙한 사유의 습관을 버리는 것처럼 어려운 것은 없다. 하지만 실은 그것처럼 쉬운 것도 없다. 어린 시절의 놀이 정신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린이-되기’는 들뢰즈의 말대로 과거의 어리석음으로의 퇴행이 아니라 과거의 천진난만함으로의 ‘동시적 역행’이다.

- pp.36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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