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글..
사진작가 김중만이 쓴 글인데, 삶과 치열함에 대해 적은 글이라 쓸쩍 옮겨 본다.
이승하의 ‘신의 시간, 인간의 길’과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 그것이다.
이승하의 삶에 대한 치열함은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황지우의 끝없는 기다림 역시 당신들에 대한 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인생에서 두세 번의 큰 고비를 맞는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두세 번이지만 나에게는 열 번 정도가 찾아왔다.
어렸을 때 정부파견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로 가서,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고 성공했지만 한국 국적이 없어 추방을 당한 적도 있고,
잘못된 오해 때문에 정신병원에 갇힌 적도 있다.
굴곡 많은 삶을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외로움과 기다림이었다.
그것들은 마치 내 인생의 동반자와 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 시 두 편은 나의 외로움과 기다림, 그로 인한 치열함을 그대로 나타낸다.
또한, 나에게 고통이 다가왔을 때
그때마다 항상 내 곁에 있는 건 사진이었다.
나는 외로움을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작가는 지독하게 외로워야, 기다려야, 치열해야 하는 구나...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이 두 편의 시, 사진 그리고 치열함은 나와 계속 함께 할 것이다.
신의 시간, 인간의 길 / 이승하
밤이 만들어졌다.
신은 지금 피곤하다.
밤에 깨어있는 자를 위하여 별을 만들었다.
신이 역사하지 않아도 제 몸을 태워 빛을 내는 별들.
빛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가는지를
신은 알고 있으나 말하지 않는다.
신은 지상에 나타나지 않고
매일 밤 천공에다
자신의 초상을 다르게 그릴뿐.
신이 지금 밤 하늘에서
시간을 빚어 내고 있다.
별과 별 사이의 거리를
떨어뜨리고 있다.
멀어지는 별과 별 사이에서
나의 나날은 죽고 죽고
나 또한 죽어서 별과 멀어질 것이다.
저 마디마디 아파서 빛나는 별마다에서
살아있는 것들의 고통을 느낄 수 없다면
인간으로 태어났으되, 나 인간이 아닌것을.
밤에는 신도 쉬어야 한다.
인간의 길은 아침이 오기까지
언제나
너무 길었다, 힘들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