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4

원인을 알 수 없었고, 누구도 그 원인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치욕스러운 백색 실명이 도시를 휩쓸고 지난간 후 4년..

눈먼 자들의 도시는 어떻게 변했을까.

최근 “미네르바”라는 인물의 구속 사건을 보면서, 나는 이 소설에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내 마음대로의 잣대를 부여하였다.

무능하고 부패한 보수 정권은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 보다는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더 키워나가는 데 급급하여 또 다른 실명 사태를 초래하고,

아직도 “개 짖는 소리에 불안감을 느끼는” 일부 시민들은 채 눈을 뜨지 못한 채, 보수 정권의 입장을 더 공고히 해줄 뿐이다.

어릴 적에는 자동차가 쓩쓩 날아다니고, 누구나 달나라에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던 2010년을 목하에 둔 지금,

대한민국은 아직도 백색 실명을 앓고 있다.

일전에 시놉티콘이 무너지는 사회라는 글을 쓰면서 정부와 시민 간에 상호 대화가 민주주의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인지 지적했던 적이 있다.

일개 누리꾼에 불과한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조차 주장하지 못한 채 언론과 권력이라는 카르텔에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상관관계를 재차 따져보게 된다.

언제쯤이면 이 나라는 눈뜬 자들의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나 역시 눈먼 사람이기에 이런 글을 끄적인다는 게 사실 많이 우습긴 하다.

 


ex libris >>

나머지 표, 그러니까 전체 표의 칠십 퍼센트 이상이 모두 백지였다.

- p.28

 

이보세요, 요원 아저씨, 우리는 로봇도 아니고 말하는 돌도 아니에요, 인간의 모든 진실에는 늘 불안이나 갈등의 요소가 있기 마련이에요,

- p.72

 

우리는 진실을 말할 때도 계속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할 때도 계속 진실을 말한다고요,

- p.74

 

내가 한 말은 우리가 사 년 전에 눈이 멀었다는 것이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지금도 눈이 먼 것인 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 p.225

 

그래서 그 아무것도 아닌 것과 모든 것이 합쳐져서 나에게 백지투표는 첫 번째 눈먼 상태만큼이나 파과적인 눈먼 상태라고 말할 권한을 주었다고 합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분명하게 눈을 뜬 상태일 수도 있겠지요, 법무부장관이 말했다. 뭐라고,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내무부장관이 물었다. 백지투표는 그렇게 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눈을 떴다는 표시로 여길 수도 있다고 말한 겁니다.

- p.226

 

사람을 분류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어리석은 자와 영리한 자로 나누는 게 아니야, 영리한 자와 지나치게 영리한 자로 나누는거지, 어리석은 자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영리한 자는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좋지, 하지만 지나치게 영리한 자는 우리 편에 있어도 여전히 기본적으로 위험해,

- p.250

 

어쨌든 그 목표는 이 여자, 우리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눈이 멀어 비틀거리는 동안 눈이 보였다고 하는 이 여자와 백지투표라는 이 새로운 전염병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든 없든 그 연관을 확립하는 것이다.

- p.272

 

눈이 보지 못하는 것은 가슴도 슬퍼하지 않는 법이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 pp.323~324

 

왜 우리한테 이렇게 해주는 거죠, 왜 우리를 돕는 거예요. 책에서 읽은 것 때문이오, 오래전에, 그동안 잊고 있었지만 며칠 전에 생각이 났소. 그게 뭐죠.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 평생 지킬 협정에 서명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렇게 자문할 날이 온다, 누가 여기에 나 대신 서명을 했는가.

- p.377

 

왜 이렇게 나서게 되었습니까. 개인적인 이유들입니다. 그중에 한 가지만 말해 주십시오. 그래야 내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 p.400

 

한 손이 다른 손을 씻고 두 손이 얼굴을 씻지, 경정이 수수께끼같은 말을 했다.

- p.409

 

그러자 한 눈먼 남자가 물었다, 무슨 소리 들었나. 총소리가 세 발 들렸는데. 다른 눈먼 남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개가 우는 소리도 들리던데. 지금은 그쳤어, 세 번째 총 소리 때문일 거야. 잘 됐군, 나는 개 짖는 소리가 싫어.

-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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