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19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혹자는 1930년대의 대공황 시기를 빗대어 현재의 위기 상황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10년 전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았던 경제환란기를 견주어 말하기도 한다.

역사는 한번은 희극으로, 한번은 비극으로 반복된다는 맑스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작금의 상황은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과 비교할 만한 유사점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그 당시와 100%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예측하기 쉬운 세상이라면 살아볼 만 하겠지..
아니, 오히려 더 재미없는 세상이 되려나..

30년이라는 가까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경제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 나이지만, 요즘의 경제 상황이 안좋다는 건 분명히 실감이 난다.

그건 반토막을 향해 달려가는 내 투자 수익률을 보고 있을 때보다는 길거리에서 목격하는 사람들의 쳐진 어깨와 긴 한숨들, 그리고 힘들다, 죽겠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 주변 지인들의 입을 통해 더 분명하게 와닿는다.

이번 겨율은 못 가진 자, 많이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유독 혹독한 겨울이 되겠군..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는 야인(?)이 두 명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 출발하여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미네르바(필명)라는 사람과

최근 주식투자에 관한 책을 새로 펴낸 시골의사 박경철씨다. [블로그 방문]

이런 상황의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라는 투자입문서(?)를 읽은 것은 맹목적인 투기를 해대다가 결국 큰 손실을 입고 만 내 자신을 추스르기 위함이요,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본을 알고 원리와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다른 이의 혜안을 잠시 빌려 내공을 쌓기 위함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집어들었고, 지금은 만족스런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읽다보면 박경철씨의 약간은 독선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어조가 좀 거슬리기도 하고,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관망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닌가 싶어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투자와 투기를 분명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재테크라는 게 목표가 아닌 수단이라는 점, 제태크 하기 이전에 먼저 키워나가야 할 가치들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점 등은 이 책이 주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Fluctuat nec mergitur..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프랑스 파리시의 motto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나는 한 번 더 기본을 다지며, “흔들리되 가라않지는 않는”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리라.

 

ex libris >>

‘자아’는 절대적 빈곤의 상태에서는 어떻게든 현 상황을 벗어나려는 갈망을, 상대적 빈곤의 상황에서는 타인의 밥그릇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멈추지 않는다.

- p.46

 

현재의 부를 더 늘리고 싶거나 투자를 통해서 부자가 되고 싶다면 자신을 잘 평가해보아야 한다. 자신이 이 투자에서 금리 이상의 수익을 거둘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해보라.

- p.154

 

당신의 자산에서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와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위험 순위에 따라 자산을 배분한 다음,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위험은 계획되고 수익은 기대되는 것이 투자다.

- p.168

 

반드시 이 점을 명심해라. 당신이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현재를 뛰어넘는 큰 부를 꿈꾼다면 지금처럼 성장이 정체된 시기에는 양이 아니라 비율의 개념으로 투자에 접근하라. 그것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사업이든 간에 말이다.

- p.179

 

그것이 아무리 비이성적이라 하더라도 가격의 변동은 항상 재료를 필요로 하고 재료는 자격의 논리에 따라 춤출 뿐이다.

- p.219

 

하지만 투자에서 가장 끔찍한 것은 이도저도 아닌 경우다. 머리는 가치를 생각하면서 가슴은 성장에 흥분하는 것이다. 대부분에의 주식투자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 p.269

 

금융시장은 한 사람의 독단적 철학으로 정돈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겸손하고 스스로 눈을 비비고 씻으면서 끊임없이 오류를 수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금융시장에서는 현명함 그 이상의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 p.270

 

특출한 재능이 있지 않는 한 내가 재테크로 버는 만큼 남도 같이 벌고 내가 늘어나는 만큼 사회도 같이 늘어난다면 상대적 의미에서 재테크로 부자가 되기란 정말 쉽지가 않다. 결국 재테크란 성공한 사람들의 몫이지 성공하기 위한 사람들의 도구가 아닐지 모른다.

- p.293

 

기억하라. 투자는 자산을 고정시켜두고 그것에서 발생하는 이율로 투자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살아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자산을 확보한 다음 나머지로 더 큰 부자의 꿈을 꾸어보는 것이지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올인하는 것이 아니다.

- pp.3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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