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을 길로 비유한다면, 걷는다는 것은 그 삶의 방식이자 곧 그 삶 자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을.. 앞만 보고 똑바로 걷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좌우를 열심히 살피며 신중히 걷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미련과 후회 때문에 연신 뒤를 돌아보느라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술에 취한듯이 이리 비틀 저리 비틀대며 갈팡질팡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걸으며 휘파람을 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혼자 묵묵히 무거운 걸음을 떼어가며 나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인생이라는 길을 나아가든, 우리는 절대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온다 리쿠의 소설 “밤의 피크닉”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의 문턱에 다다르려고 하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소년 소녀들의 “걷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등학교의 단체 행사로 매년 치러지는 보행제라는 소재와 배경을 통해 주인공 도오루와 다카코를 중심으로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사실 “보행제 = 군대에서의 행군”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군대 훈련소에서의 아련한 추억이 뒤범벅되어 나도 모르게 다른 감상에 젖기도 했지만, 분명 이 소설은 청소년들의 성장을 다룬 청춘소설이다=_=)
기대가 컸던 탓에 만족감은 상당히 떨어지긴 했지만, 흥미로운 작품이기는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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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처럼 했던 것들이 어느 날을 경계로 당연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해서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행위와 두 번 다시 발을 딛지 않을 장소가, 어느 틈엔가 자신의 뒤에 쌓여가는 것이다.
- p.19
“… 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네게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뿐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너, 언젠가 분명히 그때 들어두었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해.”
- pp.155~156
“세상은 정말 타이밍이야. 순서라고 해도 좋겠지만.”
- p.156
“오호, 내 자신도 모르는 재능을 발견했군……. 대체로 우리 같은 어린아이들의 부드러움이란 건 플러스 부드러움이잖아. 뭔가 해준다거나 문자 그대로 뭔가 준다거나. 그러나 너희들 경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주는 부드러움이야. 그런게 어른이라고 생각해.”
- p.196
나의 내기.
머릿속에서 종소리 같은 것이 울려 퍼지고 있다.
내기에 이겼다.
다카코는 흥분하면서 남은 커피를 꿀꺽꿀꺽 다 마셔버렸다.
정말로, 정말로, 사소한 내기였다. 내기라고 부를 것도 없는, 작은 바람이었던 것이다.
니시와키 도오루에게 말을 걸어, 대답을 듣는 것.- p.204
두 사람은 말없이 걷고 있다.
같은 눈, 같은 표정으로.
그들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곳을 향해 걷고 있다.- p.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