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01

추리소설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은 엄밀히 말하면 애정소설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의 헌신적인 애정이 큰 줄기요, ‘하나오카 야스코’ 모녀를 둘러싼 살인 사건은 곁가지일 뿐이었다.

결국 나는 처음부터 작가에게 배신을 당한 셈이다.

추리소설의 재미는 작가와 작중인물로부터 느끼는 배신감이라고 생각한다.

기대하고 있던 결말, 예상하고 있던 결론이 아니었을 때 느끼는 배신감, 흔히 “반전이 숨겨져 있었다”고 표현되는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 나는 추리물을 읽는다.

그런 면에서, 시작부터 나를 배신하기 시작했던 이 소설은 (비록 추리소설 보다는 애정소설의 범주에 더 가깝다 하더라도) 나로 하여금 충분한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이시가미가 천재 수학자이기에 당연히 수학과 결합된 복잡한 트릭이 숨겨져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또 한 번 배신당해야 했고,

너무나 단순하고 평범하여, 자못 허술하게 느껴지는 결말 부분 때문에 큰 반전을 기대했던 나는 마지막으로 배신을 당해야 했다.

그래도 며칠 동안 퇴근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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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지도 몰라. 그런데 수학의 새로운 문제 하나가 생각났어. 시간 날 때 좀 생각해주지 않을래.”
“뭔데?”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것을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어려운지. 단, 해답은 반드시 있어. 어때, 재미있지 않나?”
“흥미로운 문제야. 생각해보지.”
이시가미는 유가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유가와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 보이고는 발길을 돌렸다.

- pp.17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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