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04

행복한 가정은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하다. 그러나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지은, 안나 카레니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가 간파한 것처럼, 불행의 모습은 십인십색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곤 한다.

 

카모메식당은 핀란드 어느 마을인가에 자리한, 일본 음식을 파는 소박한 식당이다.

핀란드인과 일본인이 공통적으로 연어요리를 즐긴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핀란드라는 이국 땅으로 건너와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공 사치에..

그녀는 그 낯선 땅에서, 그녀만의 낯선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고, 그래서 그 시도는 결코 성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계심과 호기심이 반씩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는 이들이 있을 뿐, 찾아오는 이가 하나도 없는 외로운 식당.

그곳에 어느날, 토미 힐트넨이라는 청년이 처음으로 문을 두드리게 되고, 이후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씩 찾아오게 된다.

(아래는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

세계지도를 펴놓은채 눈을 감고 가리킨 곳을 무작정 행선지로 택했다는 미도리,

짐을 잃어버려 당분간 그 마을에 머무르게 된 마사코,

가게의 前 주인으로, 일순간 좀도둑으로 전락해버렸던 이름 모를 남자,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떠나버린 후, 술과 눈물의 나날을 보내던 이름 모를 여자..

저마다의 불행을 안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면서 카모메식당은 묘한 활기를 띄게 된다.

그리고 불행했던 사람들은 그곳에서 불행을 조금씩 털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희망을 얻게 된다.

자신의 삶의 방향조차 모른 채, 외로움을 느끼던 미도리와 오랜 간병 생활을 청산한 후 (짐이 아니라) 인생 자체를 잃어버린 마사코는 카모메식당에 둥지를 틀게 되고,

친구 하나 없이 외롭던 토미 힐트넨은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이름 모를 여자는 다시 돌아온 남편으로 인해 웃음을 되찾고, 이름 모를 남자는 자신이 사랑했던 커피메이커를 돌려받는다…

그들은 사치에가 일본인의 소울푸드(soul food)라 주장하는 주먹밥을 함께 먹으며,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동화하게 된다.

각자에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 불행을 함께 극복하는 것이다.

소통나눔이라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방법을 통해서..

사실 이 영화에는 큰 감동도, 유쾌한 웃음거리도 없다.

그럼에도 영화가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이 영화가 삶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즐거운 일보다는 괴로운 일이 더 많고, 행복보다는 불행이라는 말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현실의 삶.

나의 카모메식당은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슬픈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하는군요.

물론이죠.
세상 어딜가도 슬픈 것은 슬픈 것이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법이잖아요.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