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07

이미 너, 외롭구나로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던 김형태님의 책으로, 시기적으로는 너, 외롭구나보다 앞서 씌여졌다.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과 그림들이 世, 家, 人이라는 세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는데, 사실은 글도 좋았지만 그림들이 더 좋게 느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지향하던 바대로, 그림에는 문외한인 내가 봐도 (어떤 이유 없이) “좋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삽화들이 들어가 있어 더 좋은 책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그간 내 블로그를 통해 숱하게 칭찬을 해댄 터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그 기대를 다 채우기에는 좀 부족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ex libris >>

외롭지 않은 사람은 꿈도 없다. 외로움은 새계에 대한 갈망이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간절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 p.51

 

자유를 박탈하는 가장 교묘한 방법은 법과 질서의 논리로 자율의 시간과 갈등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근본적으로 인간을 ‘자연스러운 존재’로 믿지 않는 것이다.

- p.67

 

설령 이 시대에 큰 문제가 있다 해도 주동자의 동상이 없고, 주모자의 깃발조차 없으니 모순과 부조리를 발견해도 대항하고 투쟁할 수가 없다. 어쩌면 탈이데올로기란 가장 크고 강력하며 보이지도 않는 파쇼인지 모른다.

- p.71

 

‘이동’은 시간적인 것이고 ‘정착’은 공간적인 개념이다. 그런 까닭으로 제 국가와 국토 없이 방랑하는 유랑민족의 집시 문화에 ‘시간예술-음악’은 있으나 ‘공간예술-미술’은 없는 것이다. 떠돌이 집시의 문화에 미술과 건축, 디자인은 발달할 수 없다. 장서를 보관할 수 없으니 문학도 존재하기가 어렵다. 또 안정된 극장이 필수 요소인 연극과 오페라 같은 극예술도 존재할 수 없음이 당연하다.

- p.126

 

오늘날 우리는 최첨단의 기술문명으로 말할 수 없이 풍요롭고 편한 세상을 살고 있다고 믿지만, 실상 문학이 죽고, 예술은 썩고, 낭만은 멸종한 오늘의 문화는 화려하고 다채롭지만 공허하고 천박한 것이다. 진정한 삶이란 ‘시간을 누리는 것’이 아닐까? 물질적 소비가 주는 ‘소유의 기쁨’만 있는 삶은 시간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불해야 하는 쫓기는 삶에 불과한 것이다.

- p.204

[관련 글타래]
20대가 왜 그렇게 취직하기가 어려운 줄 아십니까?
너, 외롭구나
외로움에 대하여..
김형태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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