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07

닮고 싶은 누군가의 지난 삶을 훔쳐보는 것은 내게 있어 굉장히 유쾌한 일 중 하나이다.

내가 관음적 즐거움에 남달리 집착하거나 추구하는 것은 저얼~대로 아니고, 단지 나란 인간이 많이 부족한 탓에 다른 사람의 “사는 법“을 보고 배우는 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청춘의 문장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작가 김연수의 “청춘”시절을 사로잡았던 “문장”에 촛점을 맞추고, 그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가 살아오며 경험한 소소한 일상들이 때론 입가를 미소짓게 만드는 재미와 함께, 때론 가슴을 저미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 고스란히 녹아있다.

“내가 사랑한 시절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내 안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것들, 지금 내게서 빠져 있는 것들”에 대해 기록해 놓았다는 그의 말마따나 글 속의 그의 애정과 회한과 그리움이 물씬 풍겨나는 통에 읽는 내내 푸근하고 편안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책장을 다 덮고나니 기다렸다는 듯이 불안감이 엄습한다.

과연 10년 후에, 나는 나의 청춘의 문장들에 대해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나의 과거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절에 대해 어떤 기분으로 추억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을 더 사랑하고 무엇을 더 잃어버릴 것인가..

지금의 내가, 그저 하루 하루 버텨나가기에 지나지 않은, 치열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 불안감은 쉽게 사그러들 것 같지 않다.

ex libris >>

소중한 것은 스쳐가는 것들이 아니다. 당장 보이지 않아도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들이다. 언젠가는 그것들과 다시 만날 수밖에 없다.

- p.28

 

< Long Distance Flight >를 들으며 나는 잊혀지는 것도 그렇게 아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잊혀진 것들은 변하지 않고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 p.118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우리가 변한 게 아니라 우리가 변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른 것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 p.123

 

즐거워하되 음란하지 말며 슬프되 상심에 이르지 말자
樂而不淫 哀而不傷 [論語]

- p.157

 

사랑하는 것은 쉽다. 그것이 사라질 때를 상상할 수 있다면. 열여덟 살의 11월에 나는 처음으로 그렇게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단순히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 사실 때문에 사랑했던 것이며, 사랑하지 못할까봐 안달이 난 것이었다.

- p.191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렇게 흘러가던 세월의 속도다. 그 시절이 결코 아니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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