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4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쫓기며 늘 작은 것에 눈길을 먼저 주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아주 가끔은 내가 살고 있는 거시적인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은, 어떤 알 수 없는 힘의 존재를 느끼곤 한다.

내 삶을 주시하고 그 방향을 인도하는 어떤 거대한 존재가 있어, 나의 삶이 그에게 종속됨을 어렴풋하게 깨닫는다.

그 존재가 신이라고 불리는 상징적인 대상인지, 아니면 국가나 사회라는 제도적 장치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삶의 또다른 측면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그런 존재감을 느낄 때면 약간의 거부감과 함께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너무나 미약하고 초라한 존재인 내 자신을 대비해 보면서..

예브게니 쟈마찐의 우리들은 조지오웰의 1984를 상기시키는 디스토피아계 소설이다.

족보를 따지자면, 후에 등장하는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 우리들이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이자 이야기를 서술하는 D-503의 기록을 첫 번째 부터 마흔 번째까지 담고 있는데, “사랑”이라는 가장 비합리적이면서 가장 비문명화된 감정에 점점 노출되면서, “은혜로운 분”에게 신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덧칠해가는 과정이 단계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아래는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

확실히 1984와는 유사한 부분이 상당수 눈에 띈다.

빅브라더와 대비되는 은혜로운 분의 존재는 어찌 보면 당연하고,

조직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살아가던 주인공 윈스턴과 D-503이 철저히 기계화되고 문명화되지 못한 사랑이라는 원시적 감정에 의해 조직 그 자체에 반감을 갖게 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너무나 탄탄하게 구축된 사회를 변화시키기에는 너무나 초라하고 미약한 개인의 존재를 깨달으며 끝을 맺는 마지막 결론 부분은 빼다 박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역시 인간이란, 사회이라는 비인간적인 조직 앞에서는 너무나 작은 존재인 것일까?

ex libris >>

인간화한 기계와 기계화한 인간은 결국 동일한 것이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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