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발간된 조정래의 장편 소설.
아리랑과 시대배경이 일치하는 소설이라 한강을 읽자마자 곧바로 구해서 읽었다.

세계 2차대전 말, 노르망디 지역에서 미군에 의해 생포된 어느 한 독일병사의 사진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작농이라는 신분 때문에 일본에 의해 강제로 만주 전선에 끌려가고, 그곳에서 몽골군과의 전투에 참여했다가 소련군에 포로가 되어버린 주인공 신길만.
그는 전쟁이 끝나면 조국으로 돌려보내주겠다는 소련측의 제의로 소련군에 편입되고 모스크바에 침공해오는 독일군과의 싸움에서 또 다시 포로로 붙잡히는 수난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 번, 독일군의 군복을 입게 되고 노르망디 지역에서 미군에 투항하게 된다.
그에게 역사라거나 이념, 전쟁이라는 인식은 그저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로 자리할 뿐이다.
집을 떠나기 전 그의 부모가 했던 당부처럼 “정신차리고” “총알을 피해다니며” 살아남아 “고향에 돌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이자 사고와 행동의 지향점이다.
작가 조정래는 이렇게 또 한 번 역사라는 큰 틀 속에 갇힌 개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약소국의 국민으로서 강대국들의 힘겨루기에 희생되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잊혀진 외침을 그는 되살려 놓는다.
기대했던 것이 컸던 탓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소설이지만,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된 한 개인과 한 민족의 역사 재구성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 libris >>
“제기랄, 우리는 어느 편을 들어야 하는 거야?”
이규선이 투덜거렸고,
“편은 무슨 편. 살아날 궁리만 하면 되지.”
김재석이 마땅찮아하는 투로 말했다.-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