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18

너는 기분이 좋으면 멍멍하고 짖는다.
화가 났을 때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짖지.
너는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는 데 많은 한계가 있어.
네가 표현할 수 있는 뉘앙스는 별로 많지 않아.

하지만 나는 너와 달라.
기분이 좋을 때, 나는 그 좋은 기분의 미묘한 차이를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어.
싱긋거리거나 껄껄거릴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엉엉 울 수도 있어.

화가 났을 때도 마찬가지야.
나는 허허 웃는 것까지 포함해서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있어.
그 이치는 아주 복잡하고 대단히 혼란스러워.

예를 들면 이런거야.
너는 착한 개야.
그리고 내가 개를 좋아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지.
그런데도, 나는 이따금 네가 고양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

오늘 과제물 제출을 위해 학교에 갔다 왔다.

어제 시험은 이미 끝났고, 오늘 과제물을 제출하면서 이번 학기가 완전히 끝나버렸다.

이제 남은 건 알파벳 문자 몇 개가 적힌 종이 쪼가리를 받는 것 뿐이다.

복학하고 처음 맞이했던 학기, 그래서 더 열심히하려고 노력했고 미약하나마 자신감도 많이 회복됐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모르지만,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내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니까..

과제물을 제출하고(제출 과정에서 약간의 삽질이 있긴 했다), 밥을 먹고 나니 대략 5시..

7시 30분쯤에 약속이 있었는데,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오기에는 짧은 시간이어서 학교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방학을 맞아 집에 내려간다는 친구넘을 배웅해주고, PC방에 가서 시간을 때울까 하다가

“PC방”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매캐한 담배 연기 자욱한 풍경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도서관 휴게실에서 PDA를 들고 놀다가, 열람실에 들어가 상뻬의 책을 한 권 집어왔다.

“속 깊은 이성친구”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다른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책이다.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상뻬의 그림과 글이 마음을 포근하고 편안하게 했다.

제목은 ‘속 깊은 이성친구’지만(원제도 저런 의미인지는 모른다-_-), 책 속에는 수탉과 암닭 얘기도 있고

여자 아이들의 동성친구 얘기도 나온다. (물론 이성 관계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의 묘한 심리들을 이번에도 그의 방식대로 너무나 간결하고 단순하게, 그러나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읽으면서 자꾸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상뻬다운 책이다.

단 30분만 투자하면, 이 책을 통해 메마른 감성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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