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네팔편 시작=_=)
2월 11일 포카라
가이드북도 없이, 사전 정보나 계획도 없이, 무작정 넘어간 네팔.
로컬버스를 타고 포카라로 오면서 인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많이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인도의 ‘번잡스러움’에 약간은 질린 상태였기에 우리에게 전혀 관심을 쏟지 않는(어쩌면 내색만 안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네팔리들의 모습은 너무 좋기만 했다+_+
버스가 잠깐 멈췄을 때 들른 휴게소(?)에서 팔던 인스턴트 라면도 얼마나 반갑던지..
포카라는 수많은 등산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도시다.
도시 중간에 ‘페와’라는 넓은 호수가 있고, ‘마차푸차레(물고기꼬리라는 뜻)봉’이 그 주변을 감싸듯이 하고 있어 자연 풍광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안나푸르나’로 트래킹을 떠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등산용품 가게&숙소&각종 식당들이 호수를 끼고 셀 수 없을 만큼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물가가 좀 비싸다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특히 먹는 것!) 지내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택시를 타고 페와 호수 주변에 위치한 숙소 ‘포카라 짱’을 찾아 갔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숙소로 꽤 유명하다는데, 물론 나는 네팔을 넘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모르던 사실;;
숙소에 묵고 있는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었기에 모처럼 “한국고픔”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마침 “혼자만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 나는 여러가지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일석이조!
당장 호숫가로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 안좋았다.
처음에는 빗방울이 조금 비추는가 싶더니, 어느새 외출이 힘들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어찌나 시간이 아깝던지.. ㅜ_ㅠ
하지만,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점심은 가까운 식당에 가서 해결.
처음으로 먹어본 티벳식 만두, ‘모모(Momo)’
앞으로 지겹게 먹게 될 모모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비 때문에 꼼짝도 못하다가 저녁은 숙소 식당에서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먹었다.
마침 술이 준비되었다고 해서+_+ 오랜만에 삼겹살을 먹게 되었는데 정말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콩자반, 김치, 무채에 계란말이, 김치전, 된장국, 찐 양배추, 거기에 보리차까지.. (마지막에는 이쑤시개까지 챙겨주는 쎈쓰~)
특히 배추김치는 인도의 어설픈 무김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한국의 맛이 느껴지는 최고의 메뉴!
요리사가 이제 1년 경력을 가진 19살 청년이라고 해서 흠칫 놀란 우리는 그에게 한국 가면 사랑 많이 받을 거라고 얘기해줬는데, 혹시 그 청년 지금쯤은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맛있는 고기와 함께(사실은 side menu가 더 맘에 들었지만) 맥주, 네팔의 고유주인 ‘럭시’(우리의 소주와 비슷한 도수를 가진 곡주)를 마시며 기분 좋게 취한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아~ 여긴 천국이야..
2월 12일 포카라
피곤함과 음주 덕분에 늦잠을 잤다.
다행히 해가 쨍쨍 맑아서 뭐든지 할 수 있는 날씨였지만 늦잠으로 줄어든 시간 때문에 ‘사랑곳’ 방문은 포기..
우선 가볍게 ‘티벳난민캠프’나 다녀오자고 마음 먹고 숙소를 나섰다.
(숙소 앞에서 나를 일본사람으로 착각하고 말을 걸어오는(일본말로) 티벳 아줌마 두 명을 만났지만,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니까 용무가 없는지 바로 빠이빠이~)
걸어서 가기에는 좀 멀긴 했지만 멋진 풍광이 계속 반겨주어 걷는 건 힘들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계속 길을 물으며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도 나름 즐거움이었고..
그러나 겨우 겨우 도착한 티벳난민캠프는, ‘여기가 맞아?’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들어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다른 상점들 사이에 입구가 있고, 수공예품 판매가 주목적인 듯 간판에도 떡 하니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것보다는, 그 간판 넘어로 보이는 그들의 ‘삶’의 모습이 발걸음을 쉽게 떼어놓지 못하게 했다.
왠지 내가 그곳에 들어서면 그네들의 조용하고 소박한 일상이 파괴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차마 들어가보지 못하고 돌아서 버렸다.
돌아오는 길.
네팔 역시 인도처럼 곳곳에 신을 모셔놓고 있었다.
페와 호수 주변에 있는 곳인데, 일본에서 지원해서 지어진 모양이다.
한쪽에 일본어로 된 안내판 비슷한 게 놓여있다.
(참고로 일본인은 무비자 입국=_=)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페와 호수.
돌아오는 길에 페와 호수 주변을 따라 거닐며 한적함 속에서 오후를 보냈다.
원래는 보트를 빌려서 한가로이 신선놀음을 해볼까 했으나 생각보다 비싼 대여료와 노 젓는 것도 귀찮다는 생각에 포기;;
사진에 보이는 저 조그만 템플에 가서 한가로이 독서를 하고 있던 찰나..
정적을 깨고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녀석들이 있었으니.. (니들 인도애들 흉내내는 거냐?)
동네 꼬마였다.
몇 마디 대꾸를 해줬더니 내가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가리킨다.
마시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내밀었더니 그대로 들고 어디론가 사라지더라;;
이건 뭐.. 인도랑 다를 바가 없잖아- _-
어쨌든 다시 돌아온 평온에 감사하며 다시 책을 읽고 있는데, 아까 그 녀석이 동네 형인지, 친구인지 더 큰 녀석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괴롭힘 시작..
처음에는 “You give me money?” (문법 안맞는 건 애들이 한 말이니까 이해하길)라며 대놓고 질러대더니, 자기 누나 얘기(그걸 왜 나한테 하는건데?)도 하고.. 그러다가 대충 무시하면서 대꾸 안하니까 나중에는 결국 이 녀석도 먹을 걸 노리더라.
그래서 아까 샀던 오렌지를 몇 개 쥐어주고 겨우 보냈다.
(처음에 말 걸어왔던 녀석은 답례로 내게 무슨 사탕을 하나 줬는데 고맙다고 받아서 먹어보니, 커리맛 사탕+_+)
암튼 이렇게 애들 보내놓고 다시 호수 주변을 거닐고 있는데, 이번에는 가이드일을 한다는 청년;;
역시나 내가 일본사람인 줄 알고 접근한, 이름이 Raju라는 그 청년은 내가 ‘사랑곳’에 갈 계획이 있다니까 내일 투어가이드를 해주겠단다.
노트를 꺼내서 한국사람이 쓴 가이드 후기도 보여주고 자신의 ID 카드까지 꺼내가며 열심히 설명하길래, 제시하는 가격 확 깎아서 일단 투어 예약을 했다.
하룻동안 포카라를 다 돌아보게 해주겠다니 나쁠 것도 없고, 가격도 내 셈으로 따져보니 괜찮겠다 싶었다.
선금을 요구하길래, ID 카드를 내가 담보(?)로 받아두는 조건으로 그러마고 했다.
(나는 일단 약속하면 절대로 지키는 사람이라고- _-+)
Raju는 내가 계속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자, 네팔리들은 인도사람과는 달리 정직하고 성실하다고 항변하던데, 그거야 겪어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일이지..
그렇게 그 가이드청년과 헤어지고 홀가분하게 낼 투어나 생각하며 숙소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다가 아침의 그 티벳사람들을 또 만났다;;(한 명이 더 늘었더라)
나더러 다시 만나서 반갑다며 좋은 물건이 있으니 일단 구경해보란다. 알고보니 티벳 보따리상이었던 것;;
마침 할 것도 없고 해서 일단 앉아나 보자는 심정으로 구경을 했는데, 이 사람들 부르는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세 명이 서로 하나씩 팔려고, 자기 친구에게서도 사주면 가격을 낮춰준다는 수법까지 동원하더라.
티벳인들의 입장과 처지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략 알고 있던 터라 가급적 내 예산 하에서 더 팔아주고, 덜 깎으려고 노력하긴 했는데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알아보니 비싸게 사긴 한 것 같더라;;)
마지막으로 나의 마음에 쏙 들었던 페와 호수에서 좀 노닥거렸다.
무엇인가를 치마에 담아가지고 호수밖으로 나오던 아줌마;
페와 호숫가 벤치에 앉아 바라본 모습.
내가 정말 애용하던(?) 곳이다.
호숫가 이쪽 편은 대략 이런 분위기.
저 넓은 들판에서 아이들이 뛰놀기도 한다.
아까 받아두었던 Raju의 ID 카드를 꺼내보았다.
한 달 동안 여행을 하면서 생각지도 않게 여유를 잃고, 사람에 대한 불신만 깊어져 버린 나와 이방인으로서 내가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더 이상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말고, 미련을 갖지 말자고, 원래의 나로 돌아가서 여유를 찾자고 다짐을 했다.
실제로 그렇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맨 앞의 무리만 제외하고, 온갖 커플들이 곳곳에서 염장을 지르고 있었지만, 별로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
이런 날씨에 보트 장사가 잘 될 리가 없지.
아까 그 상인들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열심히 판촉활동을 하고 있는 중..
그 뒤로도 한 두번 더 마주친 것 같았는데, 내 여행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고 여러가지 얘기를 들려주더라.
인도에서 만난 상인들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인 냄새를 많이 느꼈었던 좋은 기억.
왜 찍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사진;;
암튼 숙소 앞 거리가 대충 이런 분위기다.
좁은 길을 기준으로 왼쪽은 호숫가로 이어지고, 오른쪽이 상점과 숙소가 밀집된 지역.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날씨가 오락가락했다.
낮까지만 해도 해가 쨍쨍 내리쬐는 맑은 날씨였는데 어느새 흐려짐을 넘어서 저녁 무렵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다.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어서 저녁을 먹으러 나갈 때도 불편을 겪었지만 그보다 더 관심거리는 내일의 날씨였다.
기껏 선금까지 치르고 투어를 예약해놨는데 비 때문에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더한 문제거리는 내일 날씨를 알 수가 없으니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할 지 말아야 할 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 놈의 약속이 뭔지..
2월 13일 포카라
다행히 비 온 뒤 맑음.
약속대로 숙소 앞 도로에서 새벽 5시 반쯤 Raju를 만났다.
방한 대비를 전혀 안했기에 추위에 덜덜 떨며;; Raju의 오토바이를 타고 사랑곳으로 갔다.
사랑곳은 해발고도가 약 2000m 가량 되는, 일출로 유명한 곳인데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걸어서 가는 방법, 택시를 타는 방법, 오토바이를 타는 방법이 있다.
사실 걸어서 오르자면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새벽 시간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길도 모르고 혼자인 나로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방법이었고,
택시의 경우 편해서 좋기는 한데, 사진 찍기도 불편하고(중간 중간 여기서 멈춰달라고 할 수도 없고) 비싸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통한 투어를 선택했던 것인데, 날씨가 추우리라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변수가 아니었기에 혹독한 추위에 고생을 좀 해야 했다.
어쨌거나 사랑곳으로 오르는 길은 유명한 곳답게 길이 잘 닦여 있더라.
일출을 보려고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과 내려가는 사람들(잉? 당신들은 뭐야?)로 이른 새벽의 한산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상에 도착, 추위를 달래기 위해 찌아(인도의 짜이와 똑같은 밀크티인데, 네팔에서는 찌아라고 부른다) 한 잔을 마시고 뭇 사람들과 함께 적막 속에서 일출을 기다렸다.
어둠 속이었지만 그곳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는 정말 멋있었다.
내 발로 직접 밟아볼 수 있는 트래킹을 포기한 게 너무나 안타까울 뿐.. ㅜ_ㅠ
슬슬 해가 태동하기 시작하고,
안나푸르나도 조금씩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다들 기념 사진을 찍느라고 난리였지만, 그런 것조차 하찮게 여겨질 정도로 멋진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 멋져+_+
비록 너무 많은 관광객 때문에(특히 한국사람/일본사람 정말 많더라) 감상적 분위기는 조금 깼지만, 오래도록 기억될 멋진 일출 장면임은 절대로 부인할 수 없었다.
어제에 이어, 나를 일본사람을 착각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한국인 아줌마, 아저씨가 나에게 “스미마셍(すみません)” 했을 때는 괜한 오기가 발동, ‘안녕하세요, 단체 관광 오셨나봐요?’ 하며 되받아쳐줬더니 흠칫 놀라더라;
그리고 나서 어떤 일본 아가씨 둘은 나에게 못알아듣는 일본말로 쏼라쏼라거리며 카메라를 내밀길래(대충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더라) 사진을 찍어주고, 할 줄 아는 몇 안되는 일본어 ‘와따시와 간꼬꾸진데스(私は韓國人てす)’라고 한마디 던졌더니 얘들도 지들끼리 수근수근..
하도 답답해서 Raju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나 일본사람 닮았어요?’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아놔- _-;;
사랑곳을 내려오며 한 컷.
신나게 도로를 달렸다.
이미 해가 뜬 후라서 날씨도 춥지 않았고, 어디를 가든 설산이 배경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아주 기분좋았다.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곳은 어느 티벳 절.
난민캠프 근처인 것 같기도 했는데,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마침 그때 법당을 청소하는 중이라서 상당히 분주한 분위기였다.
덕분에 불상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대충 서성이다가 돌아서야 했다;
동자승들.
밖에 꺼내어진 법구들.
제법 익숙한 도르제도 보인다+_+
뭔가 주요 관광 포인트라서 날 데려가기는 했을텐데, 왜 왔는지는 짧은 방문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Devi’s Fall.
처음에는 Devil’s Fall로 잘못 보고서 뭔가 대단한 걸 기대하기도 했지만, 그냥 폭포였다.
물이 위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땅으로 깊이 파고든 형태의 좀 특이하다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이곳의 고도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곳이었다.
온천수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얼핏 보기에는 멋지고 특이했지만 규모가 너무 작아 대단한 볼거리는 아니었다.
자고로 폭포라고 하면 자연의 거대한 힘을 느끼게 할 만큼 웅장함이 있어야지.
아항, 이런 거란다;;
그 시설 안에는 폭포만으로는 좀 심심했는지 힌두교도를 위한 이런 것과,
불교도를 위한 이런 것과,
나같은 사람을 위한 이런 것들이 괜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바로 또 바람을 신나게 가르며, 오빠 달려~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곳은, 포카라가 숨겨놓은 또 하나의 호수였다.
이곳은 페와보다 규모도 작고,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서양 단체 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왔다가 바로 사라졌을 뿐 나 이외에 외지인은 없었다) 정말 멋진 곳이었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잠깐 휴식을 취했다.
Raju는 내게 이것 저것 묻더니 자기도 한국에 가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요리 경력이 있다며 한국에 가서 일한다면 한 달에 1000달러 정도는 벌 수 있는지 내게 물었다.
왠지 한국에 가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어린 시선에 상처를 받을까 염려가 되면서도 흔쾌히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사실 네팔리나 몽골 출신은 우리와 생김이나 피부색이 비슷해서 동남아시아 출신의 노동자들에 비해 차별이 훨씬 덜하다는 얘기를 듣긴 했다.
호수 옆 허름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마땅히 먹을 게 없어서 주인 아줌마가 네팔의 인스턴트 라면을 하나 끓여주었는데, 향이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
다시 한적한 시골길을 열심히 달려 도착한 곳은,
마헨드라 동굴이라는 곳.
동굴 입장~
그러나.. 역시나 규모도 작고 볼거리도 없었다.
중간에 저 석순 하나를 Raju가 가리키며 시바신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종교적으로 의미있는 곳인가 보다.
차라리 주변의 정원(?)이 더 볼 만하다는 느낌;;
다음은 Seti River라는 곳.
그냥 강물이 아래 위로 흐르도록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시설일 뿐, 그다지 볼거리는 없었다;
희한하게도 내부에 힌두 템플이 있었다.
Raju를 따라 들어가서 구경만 하고 나왔다.
뭔가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던 뱀(?) 조각.
다음 코스는 이곳 포카라에서는 가장 크다는 대학 캠퍼스 내의 박물관이었다.
역시나 부설 박물관답게 소장품이 많이 부실했다.
세계 각국의 현지인을 모델로 한 모형과 네팔 가옥 양식 모형 등이 그나마 괜찮은 볼거리였다.
사실 내게는 타국의 대학 캠퍼스를 밟아본다는 면에서 더 의미있었던 경험이었지만..
도서관 앞 풍경.
잔디밭에서 오손도손 노닥거리는 부러운 광경;;
입구는 이런 분위기!
다음에 날 데려간 곳은 제법 규모가 큰 힌두 템플 群이었다.
계단 올라가기 전.
계단을 오르면..
몇 개의 건물, 종, 석상 등이 있었다.
거대한 소 조각을 보니 이곳 역시 시바신을 모시는 곳인 듯..
사실 여기 돌아볼 때, 요상한 녀석이 괜히 따라붙어서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가이드를 해주더니(어이, 옆에 저 녀석도 일단은 가이드란 말이지- _-) 나중에 기부금을 요구하더라.
시키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떠들어대는 걸 보니 좀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지갑 속에 남아있던 돈을 꺼내 주었다.
물론, 잔돈으로;;
때마침 지갑 속에 고액권 밖에 없어서 그걸 보여주며 미안하다 했더니, 달러로 주면 거슬러준다는 말까지;;;
마지막 코스는 옛 시장터인 Old Bazaar.
아래 사진의 건물은 지은 지 백년이 넘은,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딱히 이렇다 할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어서, 그냥 오토바이를 탄 채로 슬쩍 돌아보았다.
이걸로 오늘 투어는 종료!
숙소 앞에 내려 준 Raju는 약속된 잔금- _-을 건네주자 팁으로 더 안주느냐고 물었다.
내가 지금 돈이 별로 없다며 미안하다고 하니까 이번에는 저녁 때 따로 만날거냐고 묻더라.
어제 오늘 나에게 돈 잘 주는 한국인, 예전에 투어가 끝나고 감사하다며 비싼 한국식당에 가서 갈비를 사줬다는 사례 얘기 등을 계속 하더니 역시나다.
솔직히 며칠간 과소비를 해서 수중에 돈도 부족했고, 피곤하고 지친 상태라 혼자 있고 싶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투어 내내 너무 성의 없는 태도(가이드라고는 스무 마디도 안 해줬던 것 같다;;)를 보인 그에게 좋은 감정도 없어서 거절해 버렸다.
솔직히 어제 오늘 겪어보니 네팔리들도 인도인들과 그다지 차이나는 것을 느낄 수가 없으니..
그리운 나의 숙소, 포카라짱 게스트 하우스..
역시 갈 곳은 호수 주변밖에 없다.
호수에 발이나 좀 담가볼걸..
호숫가에서 광합성 하는 것은 역시나 즐거웠다.
번잡스러웠던 인도를 떠나 바로 포카라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길을 따라 거닐다가 Raju를 만났다.
어제 그 노트를 꺼내며 후기를 남겨달라길래 거절했다.
그랬더니 자전거를 타고 계속 쫓아와서 매달리는 분위기;;
마지 못해서 쓰기는 했는데, 내 글을 본 누군가를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썼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정이 많고 여행을 할 때는 누구나 감상적으로 변하기 때문인지 내가 여행하면서 만난 이런 글들은 대개 좋은 점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안좋은 점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호의적인 글들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았다.
제발 이런 글들 함부로 써주지 말자!)
다 쓰고 노트를 돌려주니, 나의 태도를 눈치챈건지 한국어를 좀 할 줄 아는 주변 친구들에게 그 글을 읽게해서 내용을 검증(?)하겠다는 묘한 말을 남기고 내게서 떠나갔다.
(그 뒤에 실제로 다른 녀석에게 그 노트를 보여주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내 글.. 찢겨지겠구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 쓴 노트를 사러 상점을 찾아갔다가 나도 모르게 충동구매를 좀 했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요즘 너무 소비에 열을 올리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인도보다 색감도 더 좋아보이고, 소재도 더 다양해보이는 이곳 물건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저녁은 자주 갔던 티벳 식당, 홍금보 식당.
다른 식당들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정말 괜찮은 곳이었다.
자주 가다보니, 서빙하는 이 집 딸이 슬쩍 미소도 지어주던 곳;;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길거리의 풍경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숙소로 돌아와 내일 아침 떠나는 표를 예약하고, 주인아저씨로부터 협력 업체(?)인 숙소 “네팔짱”도 소개받았다.
뭔가 무지무지 아쉬웠던 밤.
2월 14일 포카라
밤 늦게 시작된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쉼 없이 이어지더니 아침까지 계속 퍼부어댔다.
무슨 비가 이리도 많이 온담..
다른 때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겠지만 마침 오전에(7시 반) 카트만두로 떠나기로 되어 있어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새벽에 몇 번 깰 때마다 ‘곧 그치겠지, 설마 아침까지 내리겠어?’ 하며 스스로를 위안했지만, 막상 일어날 시간이 되었을 때조차 하염없이 내리는 비는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왔던 1회용 우비까지 꺼내어 보며 이 빗속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걱정하던 나는, 갑작스러운 정전(네팔은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서 하루에도 한 두번씩 정전이 되곤 한다;;) 탓에 배낭 꾸리는 것 조차 좌절되자 큰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해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Reception에 가니 직원이 ‘아무 수수료 없이, 표를 취소하거나 날짜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헛.. 역시 괜한 고민은 하는 게 아니다;;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가득, 금새라도 비를 흩뿌릴 기세였다.
내일 또 못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 일정없이 발길 닿는데로 향하는 여행이지만 왠지 하루를 손해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흐리고 쌀쌀해서 호숫가에도 나가지 않고, 숙소에서 책을 읽으며 조용하게 하루를 보냈다.
내일의 날씨를 걱정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미 이곳 생활에서 큰 매력을 느껴버린 후라서 괜히 카트만두로 가서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2월 15일 카트만두
늦잠을 잤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여유있게 출발하려던 계획은 무너졌지만 다행히 날씨는 나쁘지 않았다.
시간에 쫓겨 허둥대며 짐을 챙기고, 부랴부랴 버스 스탠드로 향했다.
내가 타고 갈 버스는 아주 작은 ‘마을버스’ 크기였다.
그래도 여기 올 때 탔었던 그 로컬 버스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어차피 6시간만 참으면 되니까.
7시 반 출발이던 버스는 꾸물대더니 8시가 넘어서 겨우 출발..
중간에 소형 냉장고까지 배달(버스 천장에 올려놓고)하느라 초반에는 굉장히 천천히 달렸다.
꼬불 꼬불 산길을 버스를 타고 가며, 산골 풍경이 굉장히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순박함, 때묻지 않음이 느껴지는 네팔리들의 소소한 일상이 버스의 창가로 스쳐지나갈 때마다 왠지 모를 포근함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초반의 서행 때문에 도착이 많이 늦어질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생각보다 덜 늦어진 시간에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다음 편에 계속=ㅂ=ㅋ]

























































































September 5th, 2007 at 3:57 pm
일출이 장난이 아니네. 와아…. 사진 뒤집어서 봐도 멋지겠는 걸. 밤하늘의 별들이 지상의 불빛이 되서 빛나고 있는 것같다.
인도 사람이나, 네팔사람이 열심히 살고 있구만. 너를 귀찮게 하면서 말야. 하하
September 7th, 2007 at 5:03 pm
지나고 보니까 그렇게 귀찮게 굴던 그네들이 그립기도 하고 그래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