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09

근 다섯 달만에 책 읽고 포스팅- _-;

12권짜리 소설을 다섯 달이라는 긴긴 시간동안 붙잡고 있었던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요즘 워낙 불규칙적인 인생을 살아가다 보니 활자와의 친분 관계가 많이 소원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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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말이 발휘하는 신묘한 마력이고 신기한 최면력이었다. 말은 무기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지배력이었다. 어느 인간집단이든 완벽하게 지배하려면 일차적으로 무력을 동원해야 하고, 이차적으로 말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었다. 탁월한 정치술이란 그 두 가지의 조화였다.

“웃어라, 항시 웃어라.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얼굴을 붉히지 말고, 아무리 힘들고 속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얼굴을 찡그리지 말고 웃어라.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곧 숨을 서너 번씩 깊이 들이마시면서 웃을 일을 생각해 내라. 그걸 자꾸 연습하면 웃음 속에 내심을 감출 수 있게 된다. 남자는 마음에 층이 많을수록 크게 된다.”

- 3권

 

“어쩌겄능가, 땅파묵든 사람덜이 땅 찾아가야제. 좌우간에 왜놈덜 지주 새로 불거지는 판에 동네마동 만주로 안 뜨는 집이 없는 헹펜인디, 만주땅이 아무리 넓다 해도 사람덜이 그리 몰켜가먼 인심이 안 변헐 수가 없겄제. 사람이고 물건이고 많고 흔해지먼 천해지는 법잉게.”

- 5권

 

옆집 굴뚝에 사흘 가까이 연기가 나지 않는 것을 모르고 지내서는 안된다.

- 6권

 

“그건 지나친 낙관이고 망상일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낙관 없이 혁명은 꿈꿀 수 없고 망상 없이 혁명은 설계되지 않소.”

- 9권

 

인정은 선인에게 베 풀 때 선이지 악인에게 베풀면 악이 될 뿐입니다.

- 11권

 

아리랑은 일제 강점의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대하 소설이다.

우리가 주권을 빼앗겼던 국치의 순간부터 2차 세계 대전 종전과 일본 군국주의의 몰락까지 반세기의 역사를 3대에 이르는 등장인물들의 삶 속에 녹여낸 이야기이다.

격동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소신을 꺾지 않고 독립운동이라는 험난한 길을 헤쳐나가는 사람들, 기득권을 잃고 싶지 않아서, 또는 더 강화시키고 싶은 욕심에 친일의 유혹에 빠진 사람들, 그리고 끝내는 힘에 굴복하여 반일에서 친일로 돌아서며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사람들..

정말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국사 교과서에서는 읽어낼 수 없었던 당시의 시대 상황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물론 아리랑이 보여주는 것이 온전한 진실, 꾸며지지 않은 역사 그대로라는 것은 아니다.

소설이라는 껍데기를 가지고 있기에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들은 일부 왜곡되고, 과장되고, 또 때로는 진실인 것처럼 꾸며진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작품에 대해 어떤 부분이 현실적이지 못한지, 어떤 사건이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지 못했는지를 열심히 따지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 중 하나다.

그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삶의 양상들을 슬쩍 엿볼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뿌듯한 만족감을 느낀다.

전작인 태백산맥에 비해 좋았던 점은 공간적인 측면의 확장이었다.

태백산맥이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국내 이야기에 한정되었던 것에 비해, 아리랑은 일본과 만주, 러시아, 그리고 미국 등을 아우르며 시야를 넓히고 있었다.

또한 신채호 선생, 김구 선생, 이승만, 소설가 이광수 등 다양한 실존 인물들의 등장 역시 작품에 매력을 더했던 것 같다.

결말 부분이 조금 아쉬웠지만 집중해서 읽을 때는 수불석권하며 재미있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읽었다.

어느새 점점 익숙해져가는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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