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약간 포함;)
타인의 삶.
어느 중증 관음증 환자의 위험한 이웃집 훔쳐보기…
…는 아니다=ㅂ=ㅋ 포스터 보고 혹시나 다른 내용-_-을 떠올렸다면 낭패;;
오랜만에 잔잔한 감동을 느낀 영화였기에 간단히 감상을 적어 본다.
올해 봤던 영화 중에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라디오 스타’와 함께 베스트로 손꼽을 만한 영화였다.
원래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그래서 ’1984′의 영국 사회주의가 떠오르는 배경(통일 이전의 동독, 1984년)이 더욱 호감을 느끼게 했지만 사실 미장센보다는 “인물”이라는 요소 하나에 굉장히 집중하고 몰입하며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분단 현실이 기약없이 지속되는 나라의 국민 한 사람의 입장에서, 독일의 통일 전후의 모습을 사회주의 국가의 관점으로 엿보면서 느낀 비애감 비슷한 감정이었다.
과연 통일이란 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것이 양쪽 모두에게 행복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지, 잠시나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 것 같다.
또 하나는 ‘타인의 삶’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지시받은 비즐러(코드명 HGW XX/7)가 ‘타인의 삶’을 ‘조작’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그가 느꼈을 개인적 감정과 이데올로기와의 충돌,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선(善) 의지(‘좋은 사람을 위한 소나타’라는 작품으로 대변되는)’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가 무엇 때문에 자신의 신변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삶에 개입해야 했는지, 몇 번의 흔들림을 겪으면서도 최종적으로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또 다른 타인의 입장에서 고민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잔잔하게 진행되는 영화였지만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기는, 왠지 지루할 것 같은데 전혀 지루하지 않은 그런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데올로기, 삶과 죽음 같은 다소 무거운 코드들이 결합되어 있지만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인물” 그 자체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좋은 영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