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13

옛날 어느 나라에 권세 있고 지혜로운 임금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라에 하나뿐인 우물물에 물약을 떨어뜨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모두 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물물을 마신 백성들은 그 저주처럼 하나씩 둘씩 미쳐버리고 말았다.

우물물을 마시지 않은 임금 한 사람만 제외하고 모두가 미쳐버렸을 때, 미쳐버린 사람들은 이제 모여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임금이 제정신이 아니라네. 미친 사람을 임금으로 모시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저 임금을 쫓아버리세.”

그리고 지혜로운 임금은 스스로 우물물을 마셨다.

비로소 모두가 제정신을 찾게 된 그 나라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광인(狂人, The Madman)
-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우화집

 

소인국에 간 걸리버가 그들에게는 괴이한 모습을 한 낯선 존재로 여겨졌듯이,

모두가 미쳐버린 세상에서는 미치지 않은 사람이 비정상인 것이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느 틈엔가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은 이미 나도 그런 세상의 광기에 젖어버렸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미쳐버린 누군가를, 광인의 삶을 동경하는 내 모습이 남아 있음은 무슨 까닭인가.

다른 책을 사려고 들어갔던 서점에서 나도 모르게 제목이 주는 강렬함에 이끌려 집어들었던 책.

저자가 칼릴 지브란임을 알고 주저하지 않고 계산대로 가져갔던 책.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것, 기대했던 내용과는 어긋난다는 느낌.

짧은 내용만큼이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다.

 

ex libris;

이리하여 난 광인이 되었다네.

그리고 이렇게 미치게 되자 오히려 자유롭고 편안해졌어.
고독에서 비롯되는 자유를 알게 되었고
또 이해받는 것으로부터 안전하게 벗어난 거야.
누군가가 우리를 이해하게 되면
우리 속의 무언가가 그 사람에게 얽매이게 되니까.

- p.7(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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