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18

내 나이 26살, 사회 진출을 목전에 두고 학부 마지막 학기 도중 휴학을 결심했다.

먼 훗날 지금의 심정을 잊고 후회하지나 않을까 싶은 마음에, 스스로에게 남기는 글을 적어본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힘겨운 결정이었건만, 아직도 내게는 많은 미련과 후회가 남아있다.

두려운 건 아니다. 또 두려웠던 것도 아니다.

어렵다는 취업시장이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고, 처음보다 상황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수출보험공사, 예금보험공사, CJ, 삼성화재, LIG, 현대기아차, 한화증권, 농협중앙회, 금융연수원,…

나 자신도 놀랄 정도다.

“운”이라는 게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아직 필기시험도 치러야 하고, 면접도 봐야 하지만 아직 발표 나지 않은 곳들을 포함해서 적어도 2~3군데 정도는 붙을 자신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굳이 휴학을 결심한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원래의 계획 때문이다.

1학기를 마치고 1년간의 휴식과 준비기간을 갖겠다, 그래서 내년 하반기를 노려보겠다는 계획을 연초부터 세우고 있었고, 이 때문에 상반기에 취업에 대한 준비와 노력을 거의 하지 못한 면도 있다.

아마도 이건, “전투에서는 패배해도 전쟁에서는 승리하라, 큰 꿈을 품어야 한다.”는 오준병 교수님의 말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게는 큰 꿈이라고 할만한 게 있으니까.

두 번째는 내 스스로 느낀 부족함 때문이다.

9월부터 시작한 기업 공채에 서류를 쓰면서 내 자신을 많이 돌아볼 수 있었다.

자기소개서 항목마다 분량 채우기에만 급급해하며 고심하는 내 모습은 내가 보아도 부끄러웠다.

내가 인사담당자라도 이런 녀석은 안뽑아준다. 넌 도대체 25년이라는 짧지 않은 생을 어떻게 살아온거냐?

혼자 자문하며 부끄러움과 함께 내 자신에 대한 실망감, 허송해버린 세월에 대한 후회를 느꼈다.

그래서 그 부족한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채워보고 싶어 1년의 짧지만 값진 휴식 시간을 갖기로 했다.

토익 점수 높이고, 자격증 한 두개 더 따두려고 하는 휴학이 아니다.

그런 얄팍한 생각이었다면 나는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계량화된 외적인 수치가 내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님은 이번 공채에서 내 스스로 체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부족함은 토익 점수도, 자격증도, 봉사활동 시간도 아니었다.

무엇인가에 대한 간절함, 열망, 가슴 뛰는 삶..

내게는 뜨거운 가슴이 없었다.

그저 주어진 대로, 마지못해 생을 유지해 온 살아있는 시체, 그것과 다름 아니었다.

지금의 나의 모습에 채용담당자는 만족할 지 몰라도 나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세 번째는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하기 위함이다.

입사하면 치열한 생존경쟁을 치러야 하고, 한 두달 간의 긴 시간을 내어 무언가 개인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복학한 이후 지금까지 너무 달려만 온 것 같다.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며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입사하기 전까지 “나”에게 헌신하고 싶다.

20여년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제대로 부려보지 못한 사치를 부려보고 싶다.

이상이 내가 남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한 이유다.

나를 보고 배부른 소리한다고 비웃어도 좋다.

괜히 취업하기 두려우니까 학생 신분 연장하려 한다고 비난해도 좋다.

하지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지 그랬어라든가, 섣부른 결정 아니었냐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게는 많은 가능성, 기회들과 맞바꾸며 얻어낸 소중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2 Responses to “휴학의 변”

  1. Ratatosk Says:

    웅캭~!!그래~!
    다음에 너의 무용담을 들려주라.

  2. admin Says:

    무용담일 것 까지야..
    암튼 공채시즌 지나면 또 얼굴 보자^^
    휴학생끼리 뭉쳐야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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