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11

인간 실격(人間失格)

 

5번의 자살 시도 끝에 세상과 인연을 끊은 작가, 다자이 오사무.

그의 삶이 많이 녹아있는 자전적인 성향의 소설 “인간실격”은, 그렇기 때문에 소설속 주인공들을 통해서는 쉽게 맡을 수 없는 현실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그래서 한 편으로는 내 모습을 닮았고, 또한 그렇기에 거부감이 느껴지는 주인공 “요조”의 인생 이야기.

세상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으로 귀결되고, 난해하고 힘들기만 한 세상살이도 결국 인간과의 관계맺음이라는 진리를 깨닫고도 “인간실격”이라는 극단으로 치닫고 마는 한 “인간”의 이야기.

짧지만 많은 생각을 안겨준 소설이다.

 

ex libris;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일도 있는 겁니다.

- p.62

 

그리하여 그 다음 날도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어제와 똑같은 관례를 따르면 된다.
즉 거칠고 큰 기쁨을 피하기만 한다면,
자연히 큰 슬픔 또한 찾아오지 않는다.
앞길을 막는 방해꾼 돌을
두꺼비는 돌아서 지나간다.

우에다 빈 번역의 기 샤를 크로인가 하는 사람의 이런 시구를 발견했을 때 저는 혼자 얼굴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뻘게졌습니다.

- p.95

 

세상. 저도 그럭저럭 그것을 희마하게 알게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의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 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大洋)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라며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겁먹는 데서 다소 해방되어 예전만큼 이것저것 한도 끝도 없이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말하자면 필요에 따라 얼마간은 뻔뻔하게 행동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

- p.97

 

아아, 이 사람도 틀림없이 불행한 사람이다. 불행한 사람은 남의 불행에도 민감한 법이니까.

- p.124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 p.134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뭇사람들의 추천에 많은 기대를 걸고 봤지만,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좀 더 어렸거나 좀 더 나이를 먹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많은 부분 공감할 수는 없었다.

책 뒷편에 붙은(민음사판) 단편인 “직소(直訴)”가 꽤나 읽어볼 만 하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주기는 힘들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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