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읽었던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에 읽지도 않는 책을 잔뜩 쌓아놓기만 하는 장서가를 비꼬는 내용의 글이 있다.
에코의 비판처럼,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장서가는 독서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책장에 꽂힌 책 중에 손을 타지 않은 책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러나 대단한 장서가이면서도 동시에 훌륭한 독서가인 사람이 있었으니,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지(知)의 거장, 다치바나 다카시(立花 隆)다.
아마 그의 “고양이 빌딩”에 소장된 책들은 모두 그의 손이 한 번쯤은 거쳐간 것들이라 생각한다.

다치바나 다카시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ぼくはこんな本を讀んできた。
책 제목에서 짐작이 되지만, 이 책은 책과 한평생 함께한 그의 인생+책이야기다.
워낙 나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 솔직히 그의 독서이력이 실감나지도 않고, 그의 방법론 역시 썩 와닿지는 않는다.
이게 과연 사람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어떤 테마로 글을 쓰게 되면 보통 2m 정도 높이의 책을 쌓아놓고 읽는다나..
닮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인물…
대중적으로 공감할만한 성격의 책은 아닌 것 같다.
일반적인 독서론 책들과도 많은 차이가 있고, 책의 의도 자체가 실천적 방법론과는 어긋나있다는 느낌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란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면 읽어볼만한 책이긴 하지만.. 글쎄.. ★★★★★ ☆☆☆☆☆

ex libris;
집으로 돌아와서는 그 날 산 책들을 책꽂이에 꽂지 말고 책상 위에 쌓아 놓는다. 책꽂이에 꽂아 버리면 그냥 그대로 다시는 펼쳐 볼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지만, 책상 위에 두면 언젠가는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p.77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 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 p.83, ‘실전’에 필요한 독서법 #14
문학을 통해 정신 세계를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래도 사물을 보는 눈이 사려 깊지 못합니다. 사물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식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문학이라는 세계는 처음 겉으로 나타난 것을 한 번 뒤집어 보면 다르게 보이고, 다시 그것을 뒤집어 보면 또 다르게 보이는 그런 세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표면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문학인 것입니다.
- p.132
결국 책을 읽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책이 지금 나에게 어떤 책 읽기 방법을 요구하고 있는지 재빠르게 판단하여,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보며 전체를 읽어야 하는 책이 의외로 적다는 사실을 깨닫고, ‘맛을 음미하며 즐기듯 천천히 읽는다’, ‘논리를 정확하게 파악해 가며 정독한다’, ‘필요한 부분, 궁금한 점만을 찾아 읽는다’, ‘대충 책장을 넘기며 훑어보다가 눈이 머문 곳만을 읽는다’, ‘키워드 중심으로 정보만 읽는다’ 등 자신의 책읽기 방법에 몇 가지 변화를 주면서 그 책에 맞는 읽기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 p.237
사물을 생각할 때는 언어도 중요하지만, 생각하는 소재로서 올바른 이미지 소재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 p.285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떤 책을 읽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충고 한마디!
책에 쓰여 있다고 해서 무엇이든 다 믿지는 말아라. 자신이 직접 손에 들고 확인할 때까지 다른 사람들의 말은 믿지 말아라. 이 책도 포함하여.- p.286
그나저나 “고양이 빌딩”… 정말 탐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