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종료 덥다 더워..
Aug 03

진중권, 그의 글은 불편하다.

암묵적 합의하에 덮어두었던 장막을 기어이 들춰내어 그 속에 내재한 추악함을 상기시키는 그의 글은 불편하다.

그리고 그 불편함이,

심리적 방어기제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내가 가진 추악함, 내가 사는 사회가 가진 더러움을 애써 감추려고 나는 쓴 웃음을 짓는다.

이것이 내가 그의 글을 읽으며 키득거리는 이유다.

2004년에 미디어에 노출되었던 그의 글을 모은 책이다.

당시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대통령 탄핵 논란에 대한 정치적 견해에서부터 영화 매트릭스 3부작에 대한 철학적 고찰에 이르기까지..

참 박식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박식함은 단순히 여러 분야에 대해 “많이 안다”는 관점이 아니라 그것을 “쉽게 이야기한다”는 기능적 측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어려운 얘기를 어렵게 하는 사람은 박식한 사람이 아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머릿속에 이것저것 가득 채우기만 한 사람과 이를 하나씩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은 분명히 다르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그는 박식한 사람이고, 스스로 자처하듯 우리 시회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자격이 있다.

그가 주장하는 것들이 모두 옳다, 그만이 소신과 주관을 갖춘 올곧은 인물이다, 뭐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으로는 생각치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의 생각과는 합치되지 않거나 충돌하는 의견들이 제법 눈에 띄었으니까.

그렇지만 그가 하는 글쓰기와 말하기 작업이 우리 사회에 많은 플러스가 되고 있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몇년 전부터 급부상한 스타(?)지만, 부디 반짝 스타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튼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대충 생각했을 때.. 이 정도? ★★★★★ ★★☆☆☆

 

ex libris;

민주주의의 위대함은, 적어도 4년에 한 번은 저 높은 곳에 거하던 분들을 잠시나마 불쌍하게 만들어준다는 데에 있다.

- p.66

 

하긴, 우리는 학교에서 자연은 ‘자원의 보고’라 배우며 자라지 않았던가. 자연을 ‘자원’으로 보는 인간들은 나아가 다른 인간 역시 품위를 갖춘 인격이 아니라 생산을 위한 ‘자본’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천박한 사고방식을 우리는 정부에서 나서서 권장하고 다닌다. 그리하여 우리의 교육부는 자랑스레 자신을 ‘인적자원부’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교육을 담당했다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이렇게 처참할 정도로 무식하다.

- p.95

 

내가 보수 정당에 기대를 접은 것은 그들이 부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이 천박했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인간 대접 좀 받았으면 한다. 민주주의의 이념에 맞게 정치적 동원 대상이나 경제의 투입 요소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주체가 되고 싶다. 이게 무리한 요구일까?

- p.97

 

나의 훈련소 경험이 얘기해주는 것처럼, 잔인함도 익숙해지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우리로 하여금 이 해괴한 당연함을 비로소 잔인함으로 느끼게 해주는 우리 사회의 감수성이다.

- p.149

 

진정한 권력이란 남에게 행사하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행사하는 것이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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