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02

책이 참 예쁘다. 겉도 속도 예쁘다.

나처럼 보는 눈 없고 센스없는 놈조차도 보자마자 눈을 빛냈을 정도다.

그러나 겉모습만 그럴 듯하고 내용은 3류 잡지 수준인, 속 빈 강정은 절대 아니다.

한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져오는 꽉 찬 느낌의 책이다.

장영희 교수는 이 책을 펴낸 “샘터”를 통해 이미 익숙한 이름이다.

군대 시절 매월 전해지는 “샘터”의 열렬한 애독자였던 나이기에, 샘터에 글을 기고하던 그의 이름은 아주 친근하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환경에 처해있으면서도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있는 애정과 사랑을 쉬이 읽어내는 그의 능력,

그리고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문체는 언제 보아도 반가운 느낌이다.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조금이나마 밝아지고 기분 좋아지는 책이다.

특히 선물용으로 원츄~ ★★★★★ ★★★☆☆

 

ex libris;

Fugit Inreparable Tempus(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p.101

 

운명은 인간의 것이지만 생명은 신의 것이다.

– p.125

 

투명한 유리에 금이나 은을 칠하면 거울이 된다. 유리를 통해서는 바깥 세상도 보이고 다른 사람들도 보인다. 내가 웃고 손을 내멸면 상대방도 웃고 손을 내밀어 준다. 하지만 거울에는 자기만 보인다. 금·은으로 사방에 벽을 쌓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치 거울 속 사람들처럼 자기만 바라보고 자기만 돌보며 감옥인 줄도 모르는 채 감옥 속에서 살아간다.

– p.136

 

사실 특별하게 잘나서 ‘보통’의 다수와 분리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겉보기처럼 그렇게 멋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서 삐뚤삐뚤 구르는 동그라미처럼 조금은 부족하게, 느리게, 가끔은 꽃 냄새도 맡고 노래도 불러가며 함께 하는 삶이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 p.141

 

카뮈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열 개의 단어로 ‘세계, 고뇌, 대지, 어머니, 사람들, 사막, 명예, 가난의 고통, 여름, 바다’를 꼽았다. ‘가난의 고통’이나 ‘고뇌’가 들어간 것은 의외지만, 무감각하고 습관적인 삶보다는 잠자는 의식을 깨우는 치열한 고통과 고뇌가 있는 삶이 더 낫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 p.260

 

모든 삶의 과정은 영원하지 않다. 견딜 수 없는 슬픔, 고통, 기쁨, 영광과 오욕의 순간도 어차피 지나가게 마련이다.

– p.267

 

시인 박노해는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노래했다. 맞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답지 못할 때는 사람만이 절망이기도 하다.

– p.279

 

“선생님, ‘인생 성공 단십백’이 뭔지 아세요?” 학생이 물었다. 모른다고 답하자 학생이 말했다. “한평생 살다가 죽을 때 한 명의 진정한 스승과, 열 명의 진정한 친구, 그리고 백 권의 좋은 책을 기억할 수 있다면 성공한 삶이래요.”

– p.297

 

그리고 어떤 종류이든 인호나 나처럼 지금 글을 써야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미국의 수필가 J. B. 프리스틀리의 지혜를 나누고 싶다.
“애당초 글을 쓰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꼭 써야 한다면 무조건 써라. 재미없고, 골치 아프고, 아무도 읽어 주지 않아도 그래도 써라. 전혀 희망은 보이지 않고, 남들은 다 온다는 그 ‘영감’이라는 것이 오지 않아도 그래도 써라. 기분이 좋든 나쁘든 책상에 가서 그 얼음같이 냉혹한 백지의 도전을 받아들여라.”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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