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8

시험기간에 읽은 아사다 지로의 장편 소설, 천국까지 100마일.

언제나 그렇듯이 그의 소설은 따뜻하다.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커다란 감동보다는 잔잔하고 길게 여운이 남는 감동을 지향하는 아사다 지로의 스타일.

늘 불효를 저지르고 사는 내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든 책.

결말 부분의 Open your heart! 라는 구절을 되새겨보며..

★★★★★ ★☆☆☆☆

 

ex libris;

“아뇨, 고생이란 것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 길게 느껴지는 거랍니다. 경험에 의하면.”

– p.16

 

단 한 번이라도 그런 각오로 자식들을 키워본 적이 있는가. 아버지 수업 참관일에는 마지못해 나가고 운동회에서는 무비 카메라나 돌리고 가끔은 가족끼리 외식을 했으며, 헤어져서 살게 된 후로는 꼬박꼬박 송금을 해주었다.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자신의 목숨과 바꾸어 밥을 먹여준 것이다. 그래서 자식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사쿠지의 아파트를 떠날 때도, 조금도 슬퍼하지 않고 환한 모습으로 보냈던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을 보낼 때마다 십 년씩 푹푹 늙어갔던 것이다.

– p.180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어.”
어머니답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어머니가 할 말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치스럽게 자란 사람이야. 뼈저리게 가난을 겪어본 사람은 행복 같은 건 돈으로 살 수 있는 거란 걸 알아….”

– p.187

 

어머니에게 행복이란 ‘희망’ 그 자체였다. 희망이 이루어진 행복은, 실은 어머니의 행복이 아니라 희망에 매달려 살아갔던 그 시절이 어머니에게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던 것이다.

– p.210

 

“소가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는 약이란 세상에 없대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약의 힘을 빌려 몸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기 때문이래요. 그러니까 환자에게 살아갈 의지가 없으면 약은 전혀 듣지 않는다는 말이죠.”

– p.223

 

“피하면 안 돼요, 키도코로 씨.”
어두운 수면에 배를 띄우듯이 간호사는 그렇게 말하며 야스오의 등을 밀었다.

– p.225

 

‘그것이 가난의 고마움이라는 거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가난한 사람은 잘 알고 있지.’

‘그렇지 그걸로 된 거야. 지금의 너는 가난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어머니의 진심이 아냐. 가난한 네게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서야. 부자인 네게 버림을 받고 싶은 거지. 어머니는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것이 어머니의 모든 것이었다. 어머니라는 존재의 모든 것. 어머니 인생의 모든 것.

– p.251

 

“… 권위가 제일 싫어. 돈을 벌고 싶으면 장사를 하면 돼. 난 아무 것도 갖고 싶은 게 없어. 그럴 여유가 있다면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싶어.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생명이지만 1분이라도, 1초라도 연명해주고 싶어. 고맙다는 말, 하지 마. 난 그런 말 듣는 거 좋아하지 않아. 감사받는 건 권위니까. 병이나 상처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권리, 그것을 지지하는 것은 의사의 권리야.”
“의무가 아닙니까.”
“아냐, 권리야. 좋아서 하는 거니까 권리야. 난 자네 어머니를 수술할거야, 됐나?”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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