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4~5년전 쯤에 베스트셀러로 뭇사람들에게 읽혔던 가시고기,
흔한 소재인 “모성애” 대신에 “부성애”를 다룬 책.
백혈병에 걸린 아이와 그 아이에게 사랑밖에는 줄 것 없는 어느 아버지의 이야기.
뒤늦게 남들 다 보고 유행 다 지난 책을 꺼내든 까닭은 요즘 중간고사 기간이라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 필요했고,
요즘들어 더 삭막해지고 황폐해진 내 정신에 위안을 얻고자 함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신파극 스타일의 소설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데, “가시고기”는 결말 부분이 비교적 괜찮았다.
감정이 메말라 펑펑 울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몰입감은 많이 떨어졌지만 애초에 큰 기대를 걸고 봤던 것은 아니니.. ★★★★★ ☆☆☆☆☆
ex libris;
지독한 가난뱅이들이었다. 그런데 친구는 그 시절을 그리움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가난한 과거를 추억거리로 삼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밖에 없으리라. 오늘의 풍요함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친구의 경우처럼.
– p.38
‘하루에 열 번 이상은 하늘을 쳐다보자.
열 번 이상 하늘을 보지 못한 하루라면, 그 하루는 헛되게 산 날이다.’– p.39
“안데스 산맥 어딘가에 발데미르라는 산이 있어요. 하짓날에는 인근에 살고 있는 부족의 남녀들이 발데미르산 정상에 올라간대요. 황혼이 저물기 전에 그곳에 도착해 황혼을 향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면, 그 사랑이 반드시 이뤄진다고 믿기 때문이라나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사랑이란 의외로 간단하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선배?”
– pp.68~69
하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하나의 후회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리라. 그러나 후회 때문에 사랑하지 않고 살아가는 건 한결 고단할 테지만, 그 사실이 아내에게 얼마나 적절한 위안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 p.87
여자가 울 때는 말리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그건 불씨에 기름을 들어붓는 꼴이기 때문이다. 또 여자가 울 때는 왜 우느냐고 물어선 안된다고들 했다. 무슨 이유로 울고 있는지 여자 스스로도 정작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p.151
가시고기는 이상한 물고기입니다.
엄마 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 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 남아서 알들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고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해요. 알들이 깨어나고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를 버리고 제 갈 길로 가버리죠. 새끼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버려요.
아빠 가시고기는 왜 죽어버리는 걸까요. 그 이유가 책에는 설명되어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뻔한 거 아니겠어요?– pp.156~157
“노을이 참 곱네요. 저녁놀이 아름다운 건 동에서 서까지 긴 거리를 지나왔기 때문이래요. 하지만 지나치게 아름다운 저녁놀은 비 올 징조죠.”
– p.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