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24

번역은 모두가 추천하는 방곤 교수, 출판사는 문예출판사다.

사실 예전에는 번역같은건 따지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더 까다로워지는건지 요즘은 누가 번역했나, 출판사는 어디냐를 꼭 미리 챙겨서 확인하곤 한다.

특히나 이 책처럼 (내 지적 수준에서)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면 이런 선택이 더 신중해지는건 어쩔 수가 없다.

사르트르가 1938년에 발표한 “구토”는 그의 초기작이자 그의 “실존주의” 사상의 원류가 되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20세기의 문학과 철학을 논할 자격이 없다…

책 소개가 그렇다는 거다.

나로서는 그저 인간 “사르트르”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의 사상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는 시도로 선택한 게 “구토”였다.

그의 초기작인데다가 소설형식이라 무난히 읽어낼 수 있겠지 싶었다.

책 구성이 주인공 로캉탱의 일기 형식이라 호흡이 짧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오산이었다.

문체는 생각보다 훨씬 낯설었고, 호흡은 생각보다 짧지 않았다.

무난히 읽을 수 있겠다고 자신했던 나는 20일 가까이 지난 후에야 겨우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그것도 뭔가 떨떠름한 기분, 뭔가를 급하게 먹으려다 체한 듯한 느낌을 안고서.

솔직히 내용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본격적으로 철학 사상을 다룬 책들에 비한다면야 이 책은 초보자용 입문서 수준이다;

내 읽기의 어려움은 다른 측면에서 기인했다.

나는 주인공 로캉탱이 너무 낯설었다, 아니 그보다는, 그에게 애착이 가지 않았다.

그의 고독에, 그의 고뇌에 어느 정도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나와는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그리고 사상적으로 유리된 타자로만 여겨졌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아직 살아온 날이 얼마 되지 않아 로캉탱처럼 고독을 절실히 느껴보지도 못했고, 부조리로 가득찬 현실을 그처럼 냉소하지도 못했으며, 실존을 자각하고 구토를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혹자는 이야기하더라.

인생을 살다보면 “구토”가 절실히 마음에 와닿는 때가 온다고.

역시 나는 아직은 인생을 살았나보다.

고독하고 사고했나보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런 형이상학적인 것들에 구토를 느끼기에는 이미 이 세상이 너무 구역질나는 곳으로 변해버린 탓이 더 크지는 않을런지.

이미 나는 구토감에 어떤 내성을 지니게 된 것은 아닌지 혼자 자문해본다.

어찌 됐건, 힘들게 읽은만큼 더 깊은 인상을 남긴 책이다.

이사람 저사람 소문내고 추천하고 싶은 책은 분명 아니지만,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있어서 한번쯤은 꼭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다.

20일의 시간이 절대로 아깝지 않았다. ★★★★★ ★★☆☆☆

 

ex libris;

When you live alone you no longer know what it is to tell something: the plausible disappears at the same time as the friends.

- diary entry of Tuesday, 30 January

 

People who live in society have learned how to see themselves in mirrors as they appear to their friends. I have no friends. Is that why my flesh is so naked?

- diary entry of Friday (2 February)

 

I think they do it to pass the time, nothing more. But time is too large, it can’t be filled up. Everything you plunge into it is stretched and disintegrates.

- diary entry of Friday (2 February), concerning a card game

 

As for the square at Meknes, where I used to go every day, it’s even simpler: I do not see it at all anymore. All that remains is the vague feeling that it was charming, and these five words that are indivisibly bound together: a charming square at Meknes. … I don’t see anything any more: I can search the past in vain, I can only find these scraps of images and I am not sure what they represent, whether they are memories or just fiction.

- diary entry of Friday 3:00pm (9 February?)

 

And we feel that the hero has lived all the details of this night like annunciations, promises, or even that he lived only those that were promises, blind and deaf to all that did not herald adventure. We forget that the future was not yet there; the man was walking in the night without forethought, a night which offered him a choice of dull rich prizes, and he did not make his choice.

- diary entry of Saturday noon (10 February?)

 

I exist. It’s sweet, so sweet, so slow…

 

Three o’clock is always too late or too early for anything you want to do.

 

Ma pensée, c’est moi: voilà pourquoi je ne peux pas m’arrêter. J’existe par ce que je pense … et je ne peux pas m’empêcher de penser. (translation: “My thought is me: that’s why I can’t stop. I exist because I think … and I can’t prevent myself from thinking. (note: “J’existe par ce que je pense” can also be translated into the well known “I think, therefore I am.”))

 

Existence precedes and rules essence.

L’être et le néant, 1943

인용문들은 위키페디아의 자매 사이트;; wikiquote에서 가져왔다.

2 Responses to “Jean-Paul Sartre 著 – 구토 (La nausée)”

  1. 방세현 Says:

    번역자인 돌아가신 방곤교수의 아들 방세현입니다. 웹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게 되어 반갑게 읽고 갑니다. 대단한 독서광이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세현

  2. admin Says:

    요즘 회사일에 바빠서 블로그에 접속을 잘 못하다보니 이제서야 덧글을 확인했습니다.
    번역자이신 방곤 교수님 아드님이 직접 글을 남겨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번역이 부드러워 어려운 책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