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中
꽤 오랫동안, 귀차니즘의 압박으로 영화나 음악은 리뷰 글을 안쓰고있다;;
일기장에 짤막하게 느낌이나 감상을 몇 줄 끄적거리기는 하는데, 블로그 포스팅은 내게 상당한 정신적 고역이기에 자제하는 편이다.
그런데 간만에 좋은 영화를 봐서 글 남겨본다.
“GO”는 이미 소설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한국 혈통의 작가(3세)인 “가네시로 가즈키”의 대표작 중 하나인 “GO”는 2000년,
한국계로서는 최초로 일본의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 스스로가 조총련계 초, 중학교 → 일본 고교를 나온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그의 경험이 소설 “GO”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조총련계 학교를 다니다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일본 고교에 진학하지만 여전히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에 괴로워하는 주인공 “스기하라/이정호”의 모습은
한국이라는 울타리 속에서만 살아온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 뜻밖이었고 생소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해서 그의 방황이 전적으로 이질적으로 느껴진 것은 아니다.
같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에 못지 않게 나 역시 정체성의 혼란으로 많이 휘청거렸었고, 지금도 그 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물론 누구나가 다 그런 시기를 겪지만;;)
그 원인이야 어찌 됐든, 주인공의 매력에 흠뻑 취해버린 나는 어느 틈엔가 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의 고민과 방황을 같이 겪고 있었다.
캐릭터도 선명하게 잘 살아있고, 영화 초반의 지하철씬만큼이나 역동적인 전개가 맘에 들었다.
정말로 강추하고 싶은 영화 ㅡ.-)b ★★★★★ ★★★★☆
흠-_-a 그리고 한일 합작 영화라 우리나라 배우들인 명계남과 김민의 모습도 야~ㄱ간 볼 수 있다.
“나는 어디 사람이지?”
“응?”
“나는 어디 사람이냐고!”
사쿠라이는 잠시 망설인후에 대답했다.
“……재일한국인.”
나는 일어서서 흉상 받침대를 힘껏 세번 걷어찬후 사쿠라이를 향해 말했다.
“나는 너네들 일본인들을 가끔 이녀석이고 저녀석이고 확 죽여버리고 싶어져. 너네들 어째서 아무런 의문도 없이 나를 재일따위로 불러대는거지? 나는 이나라에서 태어나 이나라에서 컸어. 재일미군이라든가 재일이란인 처럼 외국에서 온녀석들하고 똑같이 불러대는게 아니야. 재일이라고 부른다는건 너네들 내가 언젠가 이나라에서 떠나버릴 외부인이라고 생각한단 거야. 알고있어? 그런거 한번이라도 생각해본적 있냐고”
사쿠라이는 숨을 삼키고서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나는 사쿠라이의 눈앞에 꿇어앉아서 얘기했다.
“별로 상관없어. 너네들이 나를 재일 따위로 부르고 싶으면 불러. 너네들 내가 무서운거지? 먼가로 분류해서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안심이 안되지? 하지만 나는 인정못해. 나는 라이온 같은거야. 라이온은 자신을 라이온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너네들이 멋대로 이름을 붙여고선 라이온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것 뿐이야. 그래서 우쭐해선 이름을 부르면서 다가와봐, 너네들 경동맥으로 뛰어올라서 물어 죽여버릴테니깐.
알고있어? 너네들 나를 [재일]이라고 불러대는한 언제나 물려죽는쪽이란 말야. 분하지도 않아? 말해두지만, 나는 재일도 , 한국인도, 북한인도 몽골로이드도 아니야. 나를 좁은곳에 밀어넣는건 관두라고.
나는 나야. 아니, 나는 나인것도 싫어. 나는 나인것에서도 해방되고 싶어. 내가 나인것을 잊어버리게 해줄걸 찾아서, 어디든 가주겠어. 너네들은 그런걸 할 수 없겠지? 너네들은 국가라든가 땅이라든가, 지위, 인습,전통,문화따위에 묶인채 죽어가지. 꼴좋군. 난 그런걸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어디로든 갈수 있지. 언제든지 갈수 있어. 분하지? 분하지 않냐고 … 젠장 , 난 왜 이런소릴 하는거지? 제기랄 , 제기랄……”
- 읽지는 않았지만 원작소설에서 발췌.. 한 걸 가져옴;;
January 7th, 2006 at 2:32 am
같은 작가 원작의 레볼루션 No.3라는 만화책이 집에 있다.
꼴통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혁명(?)이 내용이다.
여기도 재일교포 학생이 나온다.
주인공 친구들중에 제일 세고 똘똘하지만 조폭이 될 생각까지 할 정도로 취급이나 상황은 안 좋더군. 나중에 프로골퍼가 될 마음을 먹게 되지만….
GO 재밌겠다 보던지 읽던지 해야 겠다.
January 8th, 2006 at 12:36 am
아.. 레볼루션 No.3..
이 작가 작품 중에 GO랑 레볼루션 No.3를 최고라고 하더라.
책보면 꼭 만화책 보는 느낌이라던데..
(물론 순정만화 삘의 바나나 아줌마 소설과는 다르겠지-_-;)
암튼.. 이 영화 정말 강추다.
여주인공은 좀 별루지만;;
January 19th, 2006 at 8:29 am
GO…
GO
같은 제목의 같은 원작자의 영화가 있습니다만 못 본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네요.
저는 무용담같은 걸 좋아합니다. 누군가 이러이러 했었지라고 얘기하는 걸 듣는게 재밌습니다. 특히나 저와는 조금 다른 세상에서 살았구나라고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뻥 좀 섞여 있어도 재밌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