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8

벽오금학도

이외수 지음


책소개

풍류도인 농월당 선생과 그의 손자인 백발동안의 강은백, 신통력을 지닌 누더기 노파, 피해망상증 시인 김도문, < 외엽일란도>를 그리는 수묵화의 대가 고산묵월 등 아무 연관성 없는 사람들 같지만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하게 직조된 사람들이 펼쳐내는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

주인공 강은백은 유유자적하며 선가(仙家)의 도를 쌓은 농월당 할아버지의 손자로, 유년시절에 신선의 마을인 ‘무영강’을 건너 ‘오학동’에 들어간 뒤 불과 며칠 만에 머리가 하얗게 센 채로 신선이 준 그림인 ‘벽오금학도’를 가지고 돌아온다. 무영강에서 솟아오르는 안개와 이무기의 전설 저편에서 속세와 단절된 채 존재하는 오학동은 대상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면 곧바로 그 대상과 자아가 완전히 합일되는 ‘편재(遍在)’가 가능한 세계다.
그러나 강은백이 속세로 돌아와 청년이 되기까지 겪는 세계는 삶의 모든 조건이 철저한 이기심에 사로잡혀 쟁투와 파괴만이 심화되는 곳이다. 그는 “벽오금학도를 자유자재로 들고 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오학동으로 돌아오리라”라는 신선의 말에 따라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세속을 방황한다.

 

“이외수”라는 작가를 생각하면 새하얀 한복에 고무신을 신고,

산발한 머리와 턱밑으로 길게 늘어뜨린 수염을 한 모습으로

손에는 붓을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화선지에 난을 그리고 있는 풍류도인 같은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초딩 시절이라고 생각되는 꽤 오래전에 “흐린 세상 건너기”라는 책으로 그를 처음 만났다.

과연 그 책을 보며 당시에 내가 그의 감성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린 나에게도 그의 이미지, 그의 책이 주는 이미지는 상당히 인상깊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도 그 책 속에 담긴 수묵화의 이미지가 어렴풋이, 아주 아련하게 남아있다.

“벽오금학도”는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선(禪)의 향기가 물씬 풍겨나는, 이외수다운 스타일이 잘 살아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강은백”이 어렸을 적 선계와 짧지만 질긴 인연을 맺고,

속세로 돌아와 성인으로 성장하고 살아가면서도 계속 선계를 그리다가

마침내 모든 미련을 털고 신선들이 산다는 “오학동”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어찌보면 황당하기 그지 없는 내용이다.

동화같다고 할까..

결말 부분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으나 전체적으로 신선하고 재밌는 소설이었다.

갈수록 호흡이 짧아지는 시대, 그래서 금방이라도 숨이 막힐 것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잠깐쯤은 멈춰서서 천천히 호흡해도 좋으련만.. ★★★★★ ★★☆☆☆

ex libris;

때로는 신화보다 현실이 몇 배나 더 신비스러울 경우가 있다.

– 책날개에서

화엄경華嚴經 동종선근설同種善根說에 일천 겁 동종선근자同種善根者는 일국동출一國同出이며 이천 겁 동종선근자는 일일동행一日同行이라는 말이 있었다. 일천 겁의 같은 선근을 인연으로 해서 같은 나라에 태어나고 이천 겁의 같은 선근을 인연으로 해서 하루를 동행한다는 뜻이었다. 일 겁은 사전적으로 말하면 천지가 한 번 개벽하고 다음 개벽이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인데 불교에서는 버선발로 승무를 추어 바윗돌 하나가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연이란 얼마나 지중한 것인가.

– 본문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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