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0

토요일에 사촌동생이 오랜만에 놀러왔다.

녀석이 올해 군대에 갈 예정이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수류탄 얘기가 나왔다.

군대가서 수류탄이나 기타 살상무기의 위력을 실감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예전에 훈련소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 받았을 때 입대 후 처음으로 “군대가 장난이 아니구나”싶은 심정이 들었었다.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느껴지는 땅의 진동..

그것은 단순히 땅의 떨림이 아니라 죽음에의 공포로 인한 숨결의 떨림이었으리라.

녀석에게 수류탄의 무서운 위력을 설명해주며 예전에 전방부대에서 있었던 사고도 얘기해주었다.

평소 구타 등 내무부조리로 고통받던 한 병사가 한밤 중에 수류탄을 내무실에 투척해버려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었다.

무방비 상태로 잠에 빠져든 병사들 틈에 엄청난 위력의 수류탄이 던져졌으니 그 뒤의 끔찍한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 자고 일어나보니 정말 우연히도 비슷한 사고가 몇년만에 다시 일어나 있었다.

전방에서 근무하던 모일병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서 8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그리고 자신은 도망치다가 잡혀서 조사 중이라 한다.

좀 더 자세한 조사를 해봐야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겠지만 왜 자신의 목숨은 소중한 걸 알면서 다른 사람의 목숨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지,

정말 그 방법밖에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그 정도로 절박한 심정이었는지 가해자에게 묻고 싶다.

군대 가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더럽고 아니꼬울 때가 많다.

어떨 때는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추악한 게 바로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험한 꼴을 볼 때도 많다.

그렇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 목숨을 앗아갈 당위성은 되지 못한다.

젊은 나이에 객지에 나가 고생하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안타까운데,

매년 여러 사고로 인해 인생을 망치고 목숨까지 포기하는 군인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자기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병사들이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도 분명치 않은 찝찝한 사고..

어쩌면 진정한 가해자는 그들을 그런 상황에 처하게 국가 그 자체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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