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일정! 뇌종양도 정원영의 음악을 멈출 순 없었다
Apr 08

낙양지가귀, 과거 중국에서 책에 대한 수요가 올라 종이가 귀해져 종이의 값이 올랐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지금 우리의 출판업계는 어떠한가?

책에 대한 수요가 올라 책값이 치솟는 것인가?

책값 얘기 좀 하려한다.

아니 그 전에 인터넷 서점 얘기부터 해야겠다.

몇년 전,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인 97~8년 정도만 해도 국내의 인터넷 인구도 거의 없었을 뿐더러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아무래도 인터넷 도입 초기 시절이다보니 온라인 쇼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부족했고, 다른 판매 수단에 비해 메리트가 떨어지다보니 진출한 업체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미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해 있던, 교보문고같은 몇몇 대형 서점들이 고객관리 차원에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당연히 인터넷에서의 판매도 내 기억에는 없었고, 있었다 하더라도 가격 할인 혜택은 없었다.

그러다가 90년대 말쯤 되면서 국내 인터넷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가격 할인을 내세운 인터넷 서점이 속속 등장하게 된다.

이 때 등장한 사이트가 현재 업계 1위인 예스24, 2위인 알라딘, 지금은 예스24에 합병된 와우북, 북스포유, 북파크 등이다.

소위 인터넷 서점 1세대 업체들이라 할 수 있는데, 당시 정가에 비해 10~20%까지 할인 혜택을 보이며 꾸준히 회원수를 유치해 나갔다.

그러다가 2000년경, 지금껏 대기업답게 분위기 살피며 눈치보던 삼성에서 인터넷 서점계에 진출, 크리센스를 오픈하고

도서 가격의 30% 할인이라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1차 가격 파동이 일어난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매출이 극감하게되어 위기의식을 느낀 동네서점들과 대형서점들이 연합하여 도서정가제 도입을 제기하기 시작하고,

인터넷 서점들에게는 할인 자제를 요청하고, 도서 공급 중단이라는 강경한 대응으로 맞서기도 했다.

인터넷 서점 업계로서는 이래 저래 힘든 시기가 아닐 수 없었으나,

위기는 곧 기회라 했던가? 당시 거의 유일하게 버텨내던 “예스24″는 당시의 위기를 발판삼아 현재 업계 1위라는 위치로 도약하게 된다.

별다른 해결없이 계속 질질 끌어가던 인터넷 서점 할인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건 모닝365를 위시한 2세대 업체들의 진출부터다.

2001년, 모닝365가 36.5%의 할인율, 지하철과 연계한 배송서비스 등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북파크와 예스로닷컴의 40% 할인..

여기에 자극받은 와우북의 50% 할인까지..

인터넷 서점 업계에는 전반적으로 40% 할인이 일반화 되기 시작하고,

이 파행적인 제살깎아먹기식의 가격 할인 경쟁은 2002년 중순 무렵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도서정가제의 도입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어 2003년 2월 27일부로 발행일 기준 1년 미만의 도서의 경우 10% 할인 제한을 두는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

2007년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된 도서정가제, 이 제도의 도입 취지는 좋다.

도서 유통 질서를 정상화하고 양서출간을 장려하자는 것이다.

말로는 무얼 못하랴. 당시에 입법하던 사람들은 제도가 도입되어 어느 정도 안정화가 이루어지면

20~30% 정도의 할인폭만큼 도서 가격 거품이 빠져 5년 후에는 시장이 정상화가 되리라 믿었던 모양이다.

경제학 책들은 좀 읽어보고 정책을 입안하는지, 시장에 나가봐서 물가 동향을 파악해 본 적이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하다 못해 식당의 음식 가격도 물가가 오르면 덩달아 올라도, 물가가 좀 내려가 식재료 거래 가격이 다시 떨어져도 가격이 낮춰지는 일은 거의 없는데..

어찌됐든 한시적인 제도이고, 올해부터 실용서적(2005.1.1 ~ 2006.12.31 실용서적 제외)에 한해 일부 제한이 풀리긴 했으나 아직까지 유효한 제도이다.

물론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 업계에서는 막바지 할인 경쟁이 이루어졌다.

일매출이 수억에 달하는 업체가 있었을 정도로 과다한 할인 경쟁과 판매가 이루어진 시기다.

그렇게 가던 인터넷 서점가가 다시 큰 혼란을 가져오게 한 건 2003년 6월 무렵 인터파크의 무료 배송비 정책이다.

단 한권의 책을 사도 무료로 배송한다는 파격적인 서비스는 또 다른 가격 파동을 야기할 수 밖에 없었고

약 6개월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찌할까 고민하던 다른 업체들도 마지못해 이에 동참하기 시작한다.

2004년 1월 알라딘, 4월 말경 예스24.. 업계 1, 2위 업체의 참여로 다른 업체 역시 불가피한 선택이 된 것이다.

이제는 할인율에 비해 더 큰 마일리지 제공과 무료 배송 정책으로 사실상 도서정가제가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게 되었다.

여기서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 높은 할인율이 어디서 왔는가이다.

물론 책의 마진율이 꽤 높다는 사실은 알려진대로지만 책값의 반을 할인하고도 마진이 남는다면 가격에 거품이 상당히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의 과격한 할인 경쟁으로 거품이 일어 도서 가격이 물가 인상에 비해 턱없이 높게 인상된 것도 사실이다.

90년대 초반 발행된 서적들의 가격과 지금 시중에 출판되어 나오는 서적들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 사이 물가가 많이 올랐지 않나 싶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출판업계는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사람들은 갈수록 책을 외면하고, 그래서 대중 매체에서는 책을 읽자고 외쳐 댄다.

대부분의 출판사들, 아니 거의 전부의 출판사들이 워낙에 열악한 재무구조에 시달리고 있고,

언제 부도 위기에 처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전두환 전대통령의 아들인 전재용씨가 소유한 시공사가 그나마 탄탄한 재무구조와 빠른 현금 흐름율을 가지고 있는 업체다.

시공사가 무너지면 다른 출판사의 연쇄부도가 우려될 정도로 우리 출판업계에서 시공사의 입지는 꽤 굳은 편이다.

다시 말하면, 시공사라는 회사 하나의 여러 출판사의 앞날이 좌지우지될 정도로 어렵다는 얘기다.

하다못해 교보문고에만 가봐도 몇년 전과 지금의 고객수가 많은 차이가 난다.

점점 더 사람들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해주는 양질의 영상물들이 쏟아져나오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어디서나 손쉽게 정보와 자료 검색이 가능해지면서 책의 수요가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대학생들만 봐도 그렇다.

요즘 대학 신입생들은 레포트 작성은 당연히 인터넷으로만 해결하는 줄 안다.

도서관에서 여러 책 찾아다가 필요한 부분 체크하며 인용하고, 참고문헌 꼼꼼히 적는 전형적인 레포트 작성법은 점점 잊혀지고 있다.

도서관을 책을 열람하는 원래의 목적보다는 개인적인 공부의 장소로 활용하는 학생 비율이 상당히 높다.

단속 때문에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전공 서적을 제본해서 보는 경우도 아직 많다.

뭐.. 책을 외면하는 게 어쩔수 없는 사회적 조류일 수도 있다.

나 혼자 시대에 역행하겠다는 마음도 없다. 단지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문제의 해법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는 우리 출판업계의 이상한 관행도 안타깝고,

도서정가제라는 불완전한 정책으로 사태를 해결해보려는 정부는 더 안타깝다.

말이 길어졌는데, 갑자기 책값 얘기 꺼낸 건 최근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의 발의로 다시 불거진 도서정가제 때문이다.

완전도서정가제 도입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를 반대하고 막아보려는 사람들과 도입을 추진하려는 사람들간의 논쟁이 뜨겁다.

얼마 전 이 문제에 대한 정책토론회도 열렸고(형식적이라고 비난의 소리가 높지만)

오프라인 서점업자들의 항변도, 인터넷 서점의 항의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당연히 여러 사람의 이권이 개입된 문제고, 그래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인기를 먹고사는 정치인이면서 이렇게 사회적으로 반향이 클 것이 뻔한 정책을 발의한 우상호의원의 태도가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모출판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우상호 의원에 대한 기사를 보면 결국 이 사람도 이권 때문이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서 더 출판업계의 현실을 잘 알고, 더 안타까워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책값이 낮은 편이라고 한다.

사실 학술서적 가격은 외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

원서보다 번역서가 훨씬 싸게 팔리는 묘한 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소설 등의 문학서적류의 책들은 또 얘기가 다르다.

외국처럼 페이퍼백과 하드커버의 가격 차별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외국 번역본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책을 분권해서 시장에 내놓은 묘한 관행이 국내 출판업계에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 아니던가.

어쨌거나 빅맥지수처럼 비교할 수 있는 동일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각국의 출판업계가 처한 현실이 다른데

그냥 1:1로 놓고 양적인 비교가 가능한건지조차도 사실 의심스럽다.

분명 우리 출판업계가 큰 병을 앓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의료인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없이 흘려들은 풍문으로 치료해보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인가?

그리고 그 정책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가?

출판업계 전반에 걸쳐 유통 구조와 재무 구조가 개선되고 국민들의 의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할 일이지 책 가격을 고정시킨다고 문제가 과연 해결될까?

우선은 이 문제를 많이 알려서 공론화시켜야 한다. 최근 많은 관심 속에 논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인터넷 종량제 문제와 너무 비견되는 것 같다.

이 정도로 우리 국민이 책에 관심이 없었나 야속하기만 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야 할지 알수 없으니 더욱 답답한 도서정가제 논란..

어쨌거나 국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 관련 링크 -

우상호의원 홈페이지

열린우리당 국민의 소리 게시판

정가제 관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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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책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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