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1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이고, 추리소설계에서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추리소설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소설의 배경이나 대략적인 이야기 흐름 정도는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살아 온 그들은 나이도 제각각,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오웬”이라는 미지의 인물로부터 초대를 받아 “병정 섬”으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성대한 파티가 아니었으니,
그곳은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면서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처벌받지 않았던 그들을 처단하기 위한 처형장이었던 것이다.
“병정 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들의 인원수와 일치하는 10개의 병정 인형, 그리고 어렸을 적의 자장가로 기억하던 “꼬마 병정” 이야기.
그들은 “꼬마 병정” 이야기를 흉내낸 모습으로 차례차례 한사람씩 죽음을 맞게 되고,
그 섬에 그들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점점 서로에 대한 불신과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죽음에의 공포로 고통받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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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1
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는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인간의 자유의지를 빼앗겨버린 어느 청년의 이야기다.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 영화화되어, 그 영화조차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알려졌을 만큼 대단한 고전 명작 소설이지만 아쉽게도 70년대 초에 제작된 영화라 구해보기도 쉽지가 않다.
헐리웃에서 21세기에 걸맞은 내용으로 새롭게 영화화를 시도하면 좋을텐데,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가 워낙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평이라 요즘 감독 중 과감히 그 명성에 도전할 만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알렉스라는 이름의 10대 비행 청소년의 관점으로 서술된다.
알렉스라는 캐릭터 자체가 은근히 매력적인 악당인데다가, 온갖 비속어와 10대들의 풋내나는 말투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으면서도 읽는 맛이 나는 작품이다.
악질 범죄자에 대한 새로운 교화 프로그램의 실험대상이 된 주인공이 범죄 가능성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윤리적, 법적 선택권을 박탈당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인간적 고뇌와 인간성 상실에 대해 자못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전혀 무겁거나 따분하지 않으면서 이런 주제를 풀어내는 작가의 글재주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내가 읽은 민음사판 책 표지에는 큐브릭 감독의 영화 포스터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면도칼을 든 알렉스의 모습이 얼핏 보면 굉장히 섬뜻하게 느껴지면서도
한 편으로는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의 모습 같아(물론 사진이 아닌 그림이라 그렇겠지만) 작품의 주제와 교묘하게 겹치면서 알렉스란 녀석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 소설의 재밌는 점은 결말이다.
중반까지만 해도 “1984″나 “우리들” 같은 암울한 분위기의 디스토피아 소설을 연상케 했으나, 마지막 3부에서 원래대로 자유의지를 회복하고 유치한 과거를 조금씩 벗어버리며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알렉스의 모습을 보며 살짝 입꼬리에 미소가 지어진다.
뭔가 분량이 좀 짧다는 느낌, 중반 이후에 이야기를 좀 더 긴 호흡으로 풀어내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작품 전반의 속도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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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07
일전에도 밝혔듯이 나는 호러물, 미스터리물, 괴기물 이런 장르에 환장하는 사람이다.
그 묘한 취향 탓에 좀비(zombie)가 소재인 영화들은 닥치는대로 보곤 했는데,
특히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들은 신작이 나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봐야 직성이 풀린다.
살아있는 시체, 신체 접촉 또는 공기 중 감염을 통해 끊임없이 세력을 넓혀가는 바이러스같은 존재, 좀비.
출연 작품이 많은 좀비다 보니, 영화마다 모습도 하는 행동도 천차만별이고 어떤 게 진짜 원래의 좀비다운(?) 좀비인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지만,
다행히도 그런 좀비들의 선조들 이야기가 있었으니 리처드 매드슨의 1954년 작품,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가 되겠다.
유명한 작가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을 읽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말을 남겼다 하니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미국 문학 내 입지와 유명세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원래 유명하고 또 대단한 작품이다 보니 지금까지 많이 영화화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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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7
사형 집행이 코앞에 다가온 사형수 사카키바라 료.
그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내기 위해 고용된 전직 교도관 난고와 상해치사 전과를 가진 채 가석방된 청년 준이치.
사건 당시의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린 사형수는, 두려움 속에서 “계단”을 올랐던 기억을 되살려내고..
그 짧은 기억을 단서로 두 사람은 사형수의 무죄를 증명하고 사건의 진범을 찾아내기 위해 짐짓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시작한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장편 소설, “13계단”은 두 사람의 진범 찾기를 속도감있게 그려내는 한편, “사형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종교적, 윤리적 의의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던지며 독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대단한 작품이다.
(제목인 13계단은, 료가 기억해 낸 계단의 기억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의 형이 집행될 때까지 거쳐야하는 결재자들의 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사형이라는 제도로 단죄해도 되는가.
과연 인간에게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
많은 생각할꺼리를 던져주면서도, 추리소설 고유의 긴장감과 속도감, 마지막 순간에 독자의 뒷통수를 때리는 반전 등 재미라는 토끼를 열심히 뒤쫓은 수작 중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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